이성 구로구청장 인터뷰
청년인턴제도 도입 등 파격
행보로 中企의 메카로 안착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한발씩

양보해 최저임금 정착시켜야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이성 구로구청장
이성 구로구청장

‘빗자루 구청장’‘중소기업의 홍반장’ 등에서부터 늘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는 이성 구로구청장. 정치인이라는 냄새를 전혀 느낄 수 없는 편안한 동네 형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청소행사 때 악수만 하고 떠나는 정치인들과 달리 직접 빗자루를 들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린다고 해서 ‘빗자루 구청장’으로 불린다. 빗자루리더십라고나 할까. 항상 자신을 낮출 때 조직이 움직이고 구민이 열광한다는 뜻이다. 그런 그가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은 받은 수필가로 책도 3권 냈다고 한다. <이성 단장의 온가족 세계 배낭여행기><돈바위산의 선물><구로날씨, 맑음>의 저자다. 여기에 아마 바둑 5단에다 세계평화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한 화가이자 기인이기도 하다.구청장실 앞 벽에는 이 구청장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다. 문학과 예술 취미 등 각 장르마다 경계가 따로 없어 보였다. 경북 문경출신의 이 구청장은 신문배달 등 독학으로 덕수상고와 고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0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청와대 행정관, 서울시 시정개혁단장, 구로구 부구청장 등을 거쳐 2010년 민선 구로구청장에 당선된 후 내리 3선에 성공,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학 정석인 고급미적분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다소 특이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지난 8월 30일 구로구청장실에 만난 그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2017년 동별 새벽 청소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 동별 새벽 청소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으로 아우성인데 청년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라는 모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두 배가 넘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어느 청년이 중소기업을 가려고 하겠습니까. 중소기업은 다소 버거운 현실일지라도 봉급을 올려주어야 하고 대기업은 사내 유보금이나 이익금을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투자를 통한 고용창출에 무게를 둬야 청년실업은 물론, 소득 양극화가 해소됩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양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결국은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 구청장은 아들만 넷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두 아들은 2년간 취업학원과 도서관을 다니면서 이력서만 대략 100번째 넣어 겨우 입사했고 셋째 아들만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했다. 중소기업 중에 썩 괜찮은 회사에 3년차 근무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버지가 구청장이라며 여기저기서 “선을 보라”고 하지만 아들이 오히려 고개를 젓는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들이 결혼에 자신이 없어 하는 것 같다”며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이 결혼할 용기만이라도 갖게 해주는 것이 정부나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이 구청장은 처남 부부가 사고로 사망하자 아들 둘을 자신의 호적에 입양했다는 구청 직원의 귀뜸이다.

구로구청 관내 구로디지털단지는 70년대 봉제와 가발 전자부품 등 한국 수출의 전진기지로 명성을 날렸으나 2000년대 들어 벤처기업이나 디지털 관련 IT기업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한국 벤처산업의 메카로 변신했다. 구로디지털 단지 입주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각각 11개사와 70개사가 둥지를 틀고 있고, 중기업과 소상공인·소기업이 각각 496개사와 3만6,000개가 입주하고 있다. 특히 구로디지털 단지에는 최첨단 IT기업 4000여개사가 자리 잡고 있어 한국 산업의 핵심동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국최초 인턴제 도입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국 최초로 인턴제를 도입했다는데

▶구로구는 여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중소기업육성자금을 높게 책정한 뒤 전국 최초로 청년인턴제를 도입했다. 2010년 취임 후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게는 인건비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동시에 정규직 채용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수혜 대상은 구로구 소재 상시근로자 3인 이상 중소기업과 구로구민 가운데 만 18세~39세 이하 청년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인턴 한 명당 월 최대 100만원(인턴 3개월은 임금의 50%, 정규직 채용 후 5개월은 임금의 70%)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그동안 992명의 청년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에 80% 후반 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구로구는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에 정규직 채용 기여금을 최대 300만원(채용 1개월 100만원, 3개월 후 2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구로구는 해마다 민간‧공공분야를 통틀어 1만개~1만2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이 가운데 10%정도가 청년 일자리다. 또한 올해는 청년인턴 지원 사업을 구로형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으로 확대했다. 공제가입 청년이 2년간 기업에서 근무하면 1600만원(청년 본인 적립금 300, 정부 취업지원금 900, 기업기여금 400만원+이자)이상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다.

-G밸리 IT기업 수요에 맞춰 ‘SNS 마케팅 전문 인력양성’도 한다고 들었는데요.

▶네. 구로구는 기업의 인력수요를 사전에 파악한 뒤 교육생을 선발하는 맞춤형 사업으로 교육 참가자인 30명의 청년들에게 일대일 멘토를 배치해 전문교육은 물론, 취업전반에 대한 상담을 전개하고 있다. 앞서 구로구는 지난해 ‘서울시 민간기업 맞춤형 일자리 사업공모’에 선정돼 미취업 청년 15명을 대상으로 임베디드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과정을 열었다. 이 가운데 12명이 인턴과정에 참여했고 9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이외에도 특성화고 취업프로그램, 뉴딜 일자리 사업 등 다양한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최대 애로사항은 자금조달, 상품홍보, 판로개척이라고 하는데 구로구의 지원 정책은?

▶우선 해외시장 개척단과 해외 투자설명회가 대표적이다. 구로디지털단지의 우수한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 2015년부터 3년간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2015년과 2017년에는 실리콘밸리에서 2016년에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구로디지털단지로 투자자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금까지 3년간 31개 기업이 참여해 100억원 이상의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2000억원 규모의 수출성과까지 냈다. 올해는 LA에서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3박5일 일정으로 구로디지털단지 소재 10여개기업과 함께 비즈니스 설명회를 개최했다. 또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를 무대로 해외시장개척단을 운영해온 구로구는 3년간 중단됐던 해외시장개척단을 재개해 오는 11월 베트남 호찌민시로 시장개척단을 파견한다.

이외에도 전 세계를 무대로 수출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INKE(세계한인벤처네트워크)와 협력해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유치는 물론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구로구만 코트라와 손을 잡고 해외물류네트워크 사업에 참가하는 기업들에게 참가비의 절반을 지원하는 해외지사화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한편 우수한 제품과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네이버 등 유명 포털사이트의 파워블로거를 초청해 품평회를 개최한 후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홍보하는 마케팅지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구로구는 올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경영안정자금 80억원을 조성해 저리로 융자 지원한다.

▶구로구청과 연계한 중소기업지원책이 있다면

구로구는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 8개 부처가 조성한 모태펀드와 연계해 G밸리에 소재한 우수 중소기업에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지원을 위해 ‘G밸리기업투자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펀드규모는 111억원 규모다. 또한 한국산업단지공단과는 스타트업, 창조기업, IT프리랜서를 대상으로 G밸리 테크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G밸리 창업경진대회, 기술·경영·금융분야 코칭을 위한 기업성장지원센터, 글로벌메이트수출멘토링 지원사업은 물론 서울산업진흥원과는 IoT기업 및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그린테크샵 사업을 펼치고 있다.

-G밸리의 환경개선사업에 유독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G밸리는 계획된 도시가 아니다. 특히 젊은 직장인들이 몰려 있는데 건물이 화단을 막는 등 보행환경이 너무 좋지 않다. 그래서 구로구는 젊은이들이 즐겁게 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조성에 목표를 두고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다. 또한 도심 곳곳에 무대를 마련, 매주 수요일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치게 했고 먹자골목도 정비하는 등 새로운 볼거리 즐길거리를 조성했다. 현재 부족한 점이 있다면 젊은 직원들의 주거공간이 조성되지 못해 출퇴근길이 매우 복잡하다. 이에 도시형 생활주택과 소형 빌라 및 아파트 등이 필요한데 G밸리 인근 가리봉동이 유일한 대안이다.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구로구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청년친화형 선도 산단 공모에 구로디지털 단지가 선정됐다.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혁신·기술창업허브, 글로벌 융합창의 혁신단지로 변모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단지 내에 창업보육센터, 메이커스페이스, 창업지원센터 등을 구축해 획기적인 창업기반 생태계를 구축한다. 또한 신성장 산업의 R&D센터 설립, 산학캠퍼스 유치 등을 통해 기업혁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편의시설과 녹지공간도 대폭 늘려나갈 예정이다. 고척동 교정시절 이전부지에는 도시 제조업 스마트 앵커를 조성한다. 이를 통해 열악한 작업환경에 처한 관내 기계금속 제조업 시설의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업체 간 협업이 가능한 공용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미 노후화된 온수산업단지도 재생사업을 통해 제조업 기반의 융·복합형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킨다.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이성 구청장. ‘중소기업홍반장’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성 구청장 작품(유화, 글과그림)
이성 구청장 작품(유화, 글과그림)

*이성 구청장 프로필

-경북 문경 출생(1956)

-덕수상업고증학교 졸업(1976)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1980)

-미국 텍사스주립대학 행정학 석사(2006~2008)

-제24회 행정고시 합격(1980)

-청와대 행정비서실 행정관(1994)

-서울시 시정개혁단장(2000)

-구로구 부구청장(2002~2006)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장(2008)

-서울시 감사관(2009)

-구로구청장(2010~)

*수상경력 등

1999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화상

1999 녹조근정 훈장

2005 세계평화미술대전 특선

2010 ‘칭찬합시다’ 운동중앙회 자랑스러운 칭찬 주인공

*저서

-이성 단장의 온가족 세계 배낭여행기(2001, 자음과 모음, 3권)

-돈바위산의 선물(2010, 생각의 나무)

-구로날씨, 맑음(2013, 하누리)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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