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섭 삼덕통상 회장
인력관리는 북측 대표가 맡아야
복지가 잘 돼야 생산성도 향상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

개성공단 제1호 기업인 삼덕통상의 문창섭 회장은 개성공단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11년간 고군분투해왔다. 2007년 중국 칭다오에 있던 공장을 개성공단으로 이전하면서 전 재산 300억원을 털어 넣었지만 아직도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문 회장은 전북에서 농업용 필름을 생산하는 최형산 ㈜상진 일품필름 회장과 최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방문을 하고 돌아온 A씨가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농업용 폴리에틸렌(PE)명장이다. 2007년 노동부로부터 국내 14번째 기능한국인으로 인정받았다. 전북 익산과 충남 부여, 중국 등지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매출 600억원대를 올리고 있다. A씨는 북한에서 최고의 권력층에서 활동한 어머니와 동생 등을 두고 있다. 1992년 북에 둔 어머니를 만나고 온 뒤 4년9개월 만에 체포됐다. 당시 안기부의 기획입북에 걸려들어 억울하게 1년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이날 모임은 최 회장이 개성공단 진출에 대한 관심을 높다고 해 마련됐다. 이날 문 회장은 개성공단에서의 경험을 들려줬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저렴한 인건비에서 시작됩니다. 세계적인 공장이 중국에 이어 인도로 이동한다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었지요. 그다음으로 저는 동남아나 북한을 꼽고 있었는데 마침, 김대중 정부가 개성공단을 조성하자 과감하게 개성공단 입주 기업 선발대로 진출한 것입니다.”

개성공단진출은 북한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지리적인 이점에다 한국산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기업경쟁력이 생기는 등 1석3조의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 3년째. 여전히 가시밭길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개성공단에 입주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근로자들의 건강을 챙기는 등 복지문제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문 회장은 “개성공단 근로자들 대다수가 아침을 거른 체 출근하다보니 아침식사 대용으로 미숫가루나 초코파이를 비치, 편안하게 먹고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근로자들이 건강해야 생산성도 향상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특히 근로자들의 생일을 챙기고 명절이나 특정한 날에는 통닭이나 돼지고기 등도 빼 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 근로자를 상대로 2-3년간 꾸준하게 기술과 교육을 한 결과 지금은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며 “개성공단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10년 정도는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회장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최초로 5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중목욕탕을 지어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배려했다.

그는 이어 “간단한 몸살이나 감기에 걸리면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며 “우리 근로자 가운데 의사와 간호사 출신들이 40여명이 됐는데, 이 가운데 의사 10명과 간호사 30여명으로 구성된 사내 의무실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문 회장은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한국신발협회 회장·개성공단비상대책 공동위원장 및 중소기업중앙회 통일위원장을 등을 맡아 남북경제협력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찬바람이 몰아치던 1997년 삼덕통상을 차린 뒤 매출 1,000억원을 눈앞에 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10개 이상의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에 등산화와 워킹화를 공급하는 회사로 키워냈다. 금탑산업훈장(2016)을 수상에 이어 한국 신발산업을 대표하는 히든챔피언으로 인정받아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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