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정법 전부 개정안 입법예고...
사전규제 최소화 지배력 강화 강력 제재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정위>

38년만에 공정거래법의 대대적 개정으로 대기업 규제에 있어서 사전규제는 최소화하고 점진적 규제를 설정, '기업 때리기'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편법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에는 강력하게 제재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기업이 현재 231개에서 607개로 2.6배 늘어난다. 담합 등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과징금은 현재의 2배로 인상되고, 공정거래위원회만 가능했던 중대 담합행위 고발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된다.

■ 38년만에 전부 개정

공정위는 26일 이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의견 수렴과 국무회의를 거쳐 11월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은 27차례에 걸쳐 일부 수정됐고, 28년만에 전면 개정되는 것이다.

개정안은 크게 ▲법 집행 체계 개편 ▲대기업집단시책 개편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 ▲법집행 신뢰성 등 4개 부문으로 구분되며, 법 위반 억지력과 피해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형사·민사·행정 등 법 집행 체계를 합리화했다.

앞서 발표된 것처럼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권리인 ‘전속고발권’을 가격과 입찰 담합과 같은 경성담합 분야에서 폐지했다. 또 ‘갑질’ 등 불공정거래행위 피해자가 공정위의 신고나 처분 없이도 법원에 행위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명시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과징금의 상한은 현재의 2배로 올렸다. 특히 관련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정한 유형별 과징금의 상한은 담합이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은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높였다.

■ 재벌개혁, 대상 늘고, 제재 강화 

반면 공정위는 재벌개혁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지속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경직적 사전 규제와 과잉규제를 개정안에서 되도록 배제했다. 그러나 재벌이 경영권 승계 ‘꼼수’를 목적으로 악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기업집단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단, 상장회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5년에 걸쳐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하기로 했다. 2년간은 시행 유예를 두고, 3년에 걸쳐 의결권을 5%씩(30→25→20→15%) 단계적으로 행사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계열사간 합병은 주주들간의 이해충돌이 상당히 많은 사안”이라면서 “시장과 주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그룹조직의 변화, 계열사 분할 합병 등은 점점 더 추진하기 어려워 질 걸로 본다”고 개정 의미를 부여했다.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은 현행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들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이 된다.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총 231개사이지만, 법이 통과될 경우 376개사(총수일가 지분 20~30%인 상장사 27개, 50% 초과 보유 자회사 349개)가 추가돼 총 607개사로 늘어난다.

규제 문턱에서 살짝 벗어난 현대차그룹의 이노션(총수일가지분: 29.99%) 현대글로비스(29.99%), SK그룹의 SK D&D(24.0%) 롯데그룹의 롯데쇼핑(28.67%) 롯데제과(22.09%), 현대산업개발의 아이콘트롤스(039570)(29.89%) 등을 비롯해 간접지배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한 삼성 웰스토리, 한화에너지 등이 모두 공정위의 사정권에 들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기업은 231개에서 607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 "절차적 투명성도 확보"

공정위는 "개정안이 공정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절차적 투명성도 확보하도록 설계됐다"면서 " 이를 위해 공정위는 공정위가 조사한 사건의 처분을 결정하는 9인 전원회의 위원 중 겸직인 비상임위원 4명을 상임위원으로 바꾸며 책임성을 높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4명은 대한변호사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소비자단체협의회가 각각 추천하는 민간 전문가로 채우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해관계자 등 국민 의견 경청해 정부 안을 더욱 합리적으로 다듬어 가겠다”면서 “국회에서 충실한 심의를 거쳐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는 21세기 한국 경쟁법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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