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자료=통계청>

문재인 정부의 상반기 경제상황이 ‘부익부 빈익빈’ 심화로 귀착됐다.

1/4분기 최악에 이어 올 2/4분기 상위 20% 가구가 벌어들이는 월평균 소득과 하위 20%가 벌어들이는 소득을 비교하면 그 격차는 5.23배에 달해 차악(次惡)을 기록했다.

1/4분기(5.95배) 최악에 버금갔고, 2/4분기 기준으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이로써 ‘소득주도 성장’으로 소득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되레 소득 격차를 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부자는 더 부자, 없는 사람 더 없어져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를 보면 소득 하위 20%를 뜻하는 1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세금 납부 전)은 132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7.6% 줄었다. 1분위 가계 소득은 2015년 이후 줄곧 흔들려 왔으나 최근 들어 낙폭이 더 가파른 모양새다. 2004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올 1분기(128만7000원·전년비 8.0% 감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낙폭이다.

반면 전체 가계 소득은 늘어나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은 453만1000원으로 4.2% 늘었다. 그러나 이는 고소득층의 수입 증가에 따른 것이다. 상위 20%인 5분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913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10.3% 늘었다. 전반적으로 소득이 많은 가계일수록 소득 증가율이 높고 소득이 적을수록 더 떨어지는 모습이다.

2분기 2분위(20~40%) 소득은 280만원으로 2.1% 줄었고 3분위(40~60%)는 394만2000원으로 0.1% 줄었다. 거꾸로 4분위(60~80%)는 544만4000원으로 4.9% 늘었다. 상·하위 20%의 평균 월 처분가능소득 격차를 뜻하는 5분위배율 역시 5.23배로 2분기 기준으로 매년 커지고 있다.

■ 제조업 구조조정에다 고령화 탓

정부는 이같은 소득 격차 확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2016년 이후 이어져 오다가 지난해 말 본격화한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악영향의 일파만파에 뒀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내수 부진이 고령층 중심의 영세 자영업자나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임시·일용직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는 설명이다. 사드 갈등에 따라 지난해 급격히 줄어든 중국 관광객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고령화도 한 몫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올 2분기 가구주 중 70대 이상 비중은 12.4%로 1년 전 11.1%에서 1.3%p 늘었다. 1분위 가구의 70대 이상 비중도 같은 기간 35.5%에서 41.2%로 늘었다. 일자리의 양보단 질을 중시하는 현 정부 정책 기조도 한몫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건설 붐으로 이어져 저소득층 임시·일용직 고용 활성화로 이어진다. 정부는 그러나 집값 상승 억제 등 명목으로 SOC 투자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2일 “고용이 많이 느는 SOC 사업이나 부동산 경기부양 유혹을 느끼지만 참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제적 설명보다 정치적 설명도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현 정부의 정책 수단이 오히려 소득 격차를 벌린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올 들어 유독 소득 격차 폭이 커질 리 없다는 것이다.

■ "경제가 만만한가?"

일부 경제학자들은 소득불평등을 줄이려는 정책 방향은 맞지만 수단이 너무 단순했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폭이 급격히 뛰어오르면서, 취업한 사람의 소득은 늘어날 수 있지만 취업을 못한 실업자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실익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재정정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고용을 늘리지 않는 한 소득 취약계층의 상황은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노동시장 악화 모습을 보면 놀라운 결과는 아니지만 1~2분위는 물론 3분위에서 소득 감소가 보인다는 건 심각한 상황”이라며 “임시·일용직이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자가 폐업으로 몰리며 생존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기 악화 속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적 시행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정책의 전면 궤도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정부는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원을 통한 저소득층 지원과 일자리 확대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 9월부터 기초연금을 21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린다. 10만원의 아동수당도 신설한다. 내년부터는 저소득층 실업급여 성격의 근로장려금(EITC)도 대폭 확대 운영한다. 기재부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은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라며 “혁신성장 가속화로 민간 일자리 창출 여력을 키우고 앞서 발표한 저소득층 지원대책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 후 3/4분기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반전되지 않을 경우 민심의 이반은 불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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