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통신/박철의 중소기업투데이 대표

박철의 중소기업투데이 대표
박철의 중소기업투데이 대표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선거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탈법과 금품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런 선거에서 당선된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 중앙회 발전을 위해 유권자들께는 양심과 정의에 기초한 투표를 해 주십시오”

2014년 25대 중소기업중앙회장(이하 중앙회)에 입후보 했던 A후보는 컷오프를 앞두고 사퇴하면서 자신의 참모들에게 남긴 말이다. A후보는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와달라며 K씨에게 300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3일쯤 후 K씨가 찾아와 “이사장님에게 돈을 받으면 안 될 것 같다”며 300만원을 돌려주고 갔지만 K인사는 P캠프로 가서 선거운동을 했다. A후보는 “돈이 적기 때문에 돈을 많이 주겠다는 캠프로 이동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B후보는 조합 돈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며 고발돼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던 중 자살을 하기도 했다. C후보는 자신의 선거 운동원을 시켜 금품선거운동을 하라고 지시했으나 선거가 끝난 뒤 비용을 정산하지 않아 상당기간 갈등관계가 지속되기도 했다. 80년대 후반 중앙회장 선거가 도입된 이후 금품선거는 관행처럼 매번 이어져 왔다. 현재 투표권을 가진 이사장들은 600여명. 이 가운데 상당수가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을 쫓아다니면서 손을 벌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집단으로 뒷거래를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CEO들이 이런 금품선거에 깊숙이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CEO가 기업경영에 진력을 다하지 않고 '선거꾼'이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이나 조합이 부실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거나 다름없다.

특히 25대 중앙회장 선거는 최악의 ‘흙탕물 선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현 박성택 회장은 선거법과 배임혐의로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거운동원 2명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칫 영어의 몸이 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중소업계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정부와 힘겨루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이런 틈을 비집고 일부 집행부 인사는 각종 이권개입에 눈에 불을 켜 왔다. 이로 인해 ‘이게 중앙회냐’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상소문을 올리거나 간언하는 회원도 보이지 않았다. 왜 일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닌가. 뒷돈을 받았으니 당연히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 금품수수는 주는 놈이나 받는 놈도 공범이다. 즉 금품선거의 후유증은 결국 회원의 몫으로 돌아오는 ‘독배’가 된다.

정부와 중소업계의 조정역할을 하는 중소기업 옴부즈만의 한 관계자는 “요즘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는 거의 없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대해 중앙회가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지 않느냐”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시 중앙회장 선거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5명의 후보자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 집행부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한‧주대철‧원재희 부회장, 지난 선거에서 차점자로 낙선된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고 급기야 김기문 전 중앙회장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박성택 현 회장은 연임을 포기하고 ‘공명선거’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간만에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다뤄진 다양한 토론방식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알권리도 충족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미 26대 중앙회장 선거는 기탁금제도(2억원)를 도입한 만큼, 기탁금 범위 내에서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방법은 적지 않다. 공정한 선거가 중앙회와 회원사들의 미래를 담보한다. 30년 케케묵은 금품선거의 낡은 옷을 벗을 때가 왔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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