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기존 정책만 반복해서 내놓는 상황...
청와대-정부 갈등만 드러내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회의에서 새로운 대책은 없었다.

■ 무한반복 '도돌이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속수무책이다.

19일 최근 고용지표 악화와 관련,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청 회의를 열고,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12.6% 이상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돈만 풀겠다는 논의가 있었을 뿐만 소득주도·혁신 성장을 골자로 한 경제정책에 대한 방향성 조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현 경제상황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우선 올해 일자리 사업 및 추경사업 집행 점검을 강화하고 4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 패키지를 신속 추진하겠다”며 “2019년도 일자리 예산을 올해 증가율(12.6%) 이상으로 확대 편성하는 등 내년 재정 기조를 더욱 확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정리했다. 또한 “향후 5년간 당초 계획보다 60조원 이상의 세수가 확보될 예정이므로 재정 확대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선 일자리 상황 및 추경을 속도감 있게 하고 내년 재정 기조를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에만 24조원 규모의 예산을 일자리 창출과 고용의 질을 높이겠다며 퍼부었지만 그 효과는 아예 없다는 게 현실이다. 재정정책의 '온기'가 퍼지기 위해서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정부·여당 측 상투적인 화법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해도 문재인 정부 집권은 벌써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난 시기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중장기 정책의 제시나 기본 방향의 수정은커녕 지금까지 내놓은 정부·여당의 정책들만 되새김한다는 데에 있다. 

당·정·청은 일자리 투자를 제약하는 핵심 규제를 발굴해 신속히 제거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방안을 이번주 발표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 보완대책도 차질없이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 부분만 따로 떼놓고 보면, 올초부터 반복되는 대목이다.

■ 청·정 갈등설도 다시 불거져

더욱이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갈등성이 이날 또 다시 불거졌다. 최근 고용부진이 구조적·경기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힘들다는 데는 뜻을 모았으나, 해법에 대해서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 개선,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반면 장 실장은 “성장이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모순된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는 활력을 띠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가 일자리 창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 정책실장은 "송구스럽지만 말하겠다.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결국 경제정책 최고 담당자는 경제운용의 틀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을 비친 데 비해 청와대 정책실장은 기존 소득주도성장 지속을 강하게 주장한 셈이다. 게다가 회의 후 브리핑에서 김태년 의장은 “정부가 세우고 있는 경제 정책의 핵심 축은 흔들림이 없다”고 거들어 김동연 부총리는 더욱 초라해지는 상황에 처했다.

■ 야당 "청와대 인사조치' 공세

이날 당정청의긴급 대책 회의와 관련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청와대 경제라인 경질을 요구하는등 공세를 강화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우리 경제를 잘 지키기 위해서는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해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도 좋지만, 평화라는 것도 우리 경제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태 사무총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올려놓고 문제가 생기니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며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의 헛된 망상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소득주도성장론 입안자와 집행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우이독경인가. 정부가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지, 국민 혈세를 투입하라고 했는가"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경제위기의 주된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있다"며 "지금이라도 환상에서 벗어나 규제혁신과 투자 활성화, 노동시장 개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의 근본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미래당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고용 악화 대책으로 내년도 일자리예산을 확대키로 한 데 대해 '세금 퍼주기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김철근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내놓은 대책은 실효성 없는 '세금 퍼주기'"라면서 지적하고  "문재인정부 들어 4대강 사업보다 훨씬 많은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받은 일자리 성적표가 IMF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대통령 주변의 소득주도성장론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책임물을 시기 아니야"

이와 관련, "청와대 정책실을 개편한 지 두 달도 안 된 만큼 아직 책임을 묻기엔 시기가 이르다"면서 "정태호 일자리수석이 내년 초에는 일자리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한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김 부총리와 장 실장 중 한 명만 교체하기는 힘들 것이고, 아울러 시기도 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하고 있어 자칫 둘 중 하나만 배제할 경우 소득주도성장 우선이냐 혁신성장 우선이냐를 놓고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교체를 한다면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을 동시에 바꿀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시기는 어느 정도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자리를 잡은 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당정청마저 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경제전문가들은 뾰족한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애써 부정하지만 올해 들어 급격히 무너지는 고용지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떼려야 뗄 수 없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근본적인 반전 방책이 나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립대학교 한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 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수출 악화에 따른 제조업 경기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더욱이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에 뚜렷한 대안을 내놓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정책당국은 미국과의 ‘금리 역전 현상’을 방치할 수 없어 기준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줘 실물경기 하락, 고용시장 위축을 한층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좋지 않은 '카산드라'의 예언일 수도 있어 더욱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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