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0대 취업자 1년새 14만7천명 줄어...
제조업 구조조정-도소매·음식숙박업 부진 탓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7월 고용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0대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만7000면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SBS CNBC뉴스>

■ IMF 청년실업 40대, '고용절벽' 에 또 신음

7월 취업자 증가폭이 5000명 밖에 안 되는 '고용 절벽'이 이어진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주축이 되는 40대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08만 3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0명 증가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던 2010년 1월 이후 최악이다.

문제는 40대 취업자는 667만명으로 일년만에 14만7000명이나 급감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당시 청년 실업대란을 처음 겪은 세대다. 40대는 글로벌 외환위기가 있었던 2009~2010년에도 취업자 수 최대 감소폭이 5만4000명(2009년 12월)에 그칠 정도로 고용시장에서 선전했다. 하지만 2015년 11월(-1만2000명) 이후 40대 취업자 수는 3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3개월 연속 감소 행진은 198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외환위기 당시에도 각각 10개월, 6개월 연속 줄어든 게 전부였다.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1996년 8월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가장 많이 줄었던 때는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 8월(-15만2000명)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가장이 돼 가정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지금 조기 퇴직 등 고용 불안으로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한 셈이다.

■ 제조업 구조조정 등 부진 탓

집중적으로 40대 취업자가 감소한 이유는 제조업 부진 탓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2만7000명이 줄었다. 한국GM, 성동조선 등 자동차·조선업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40대 취업자가 밀려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반도체가 선전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업종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의 재화를 만들 때 창출되는 고용자 수)는 5.3명에 불과하다. 고용 창출효과가 큰 자동차(8.6명)와 조선업(8.2명)이 부진하면서 40대 근로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월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40대 취업자가 경기 부진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도소매업(3만8000명)·숙박음식업(4만2000명)·의 동반 불황까지 겹치면서 임시 일용직이 설 자리를 잃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40대 자영업주의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의 부진 탓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작년 음식·숙박·도·소매업 등 4대 자영업 폐업률은 88.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게 10곳이 문을 열 때, 9곳이 간판을 내렸다는 얘기다. 과거엔 40대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하면, 자영업 창업 등을 통해 생계를 도맡았다. 그러나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을 하기마저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이처럼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40대는 장기 실직자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40대 취업자는 도소매업, 제조업, 숙박음식업 등에서 최근 감소가 많이 일어나고 있고, 구조조정 영향도 깊어져 특히 40대가 도소매업에 가장 많이 종사해 타격이 컸다"면서 "지표상으로 봤을 때는 임시직의 감소가 전체 40대의 감소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임시근로자는 일년전보다 11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40대 취업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1월부터다. 하지만 1년 사이에 14만명 넘게 줄어든 것은 IMF 사태 이후 20년만에 처음이다.

<자료=통계청>

■ 기재부 '인구구조', '폭염' 탓만

제조업 구조조정, 도소매업·숙박음식업 폐업등으로 취업자 수는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40대 고용률은 79.1%로 일년새 0.7%p 낮아진 반면, 실업률은 2.5%로 0.6%p 올랐다. 40대 연령층의 실업자는 17만3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만9000명 증가했다. 40대는 특히 한창 가정을 부양할 시기인만큼, 이들의 고용 불안은 우리 경제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올해를 기점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서 일자리를 매달 수만개씩 줄이고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러나 생산가능 인구 감소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력에는 영향을 주는 변수이나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이 기재부는 올해 폭염 탓에 자영업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고, 이것이 고용감소로 이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자영업 주요업종 일자리가 합해서 18만명 넘게 줄어든 것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처럼 고용시장에서 40대를 주축으로 취업자 수가 크게 줄어드는 현상과는 반대로 60대 취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60대 취업자 수는 7월 449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5만1000명 증가했다. 이 중 절반 넘는 15만3000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고령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업무능력이 최고조인 40대 취업자 수는 줄어드는 반면 65세 넘는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40대 우수 인력을 유지하는 한편 60대 이상 취업자들은 새로운 업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휴일 당·정·청 긴급회의, 야권 "고용재난" 비난

이날 후폭풍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부처 장관들을 소집, 긴급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고용쇼크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일부 업종과 계층에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고용지표에 대해 대통령정책실의 보고를 받고 신규 취업자 수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원인을 파악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일자리) 상황은 당초 전망보다 하락 폭이 더 크다”며 “대책 마련 전에 원인부터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권은 휴일 긴급 당정청 회의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오후 '일자리 관련 당정청'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설 태세다. 민주당 정책위는 "고용동향 지표가 좋지 않아 긴급 회의를 갖기로 했다"며 "이날 회의에서 고용부 등의 분석자료로 원인을 파악하고, 함께 전체적인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해졌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고용동향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여 당정청 회의에서 '뾰족한 수'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당정청 회의에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정책위 김태년 의장, 경제 관련 상임위 간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 측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한다. 청와대에서도 장하성 정책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윤종원 경제수석 등이 참석할 계획이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일자리 지표와 관련 "최악이 아닌 재난 수준"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 경제위기의 주된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있다"며 "앞으로 가동할 여야정 협의체도 잘못된 소득주도 성장 정책 등의 과오를 정부가 인정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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