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때늦은 '앰플주사' 처방...
"효과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세정지원 대책"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정부 당국의 때늦고, 실효성 없는 세정지원대책에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데면데면하다. <자료=국세청>

■ 정부의 '앰플 주사' 처방?

정부가 강도 높은 앰플주사 처방을 내렸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국세청 세무조사 면제·사후검증 면제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가 극히 이례적이라 그 효과에 대한 의문만 커지고 있다.

16일 국세청이 발표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세정지원 대책’에 따르면, 자영업자 519만명, 소규모 기업 50만 곳에 대해 내년까지 세무조사 등 모든 세무검증을 하지 않는 조치를 제시했다. 다만 지원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부동산임대업, 유흥주점 등 소비성 서비스업,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상투적인 단서를 달았다.

이는 곧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세 부담 완화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을 좇은 것이다. 전날 브리핑 일정이 공표될 만큼 긴급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 중 하나였다. 더욱이 16일 한승희 국세청장이 직접 발표에 나설 정도로 청와대의 의중이 압력으로 작용한 사례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한 청장의 공식 언론 브리핑은 이날 최초를 기록했다.

■ 이례적인 데다 '强度' 높은 대안

국세청은 “최근 내수부진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조속히 활력을 되찾아 국민경제 전반에 온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면서 “취약계층 소득 확대, 일자리 창출 등 범정부적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대책의 일환이자 적법한 범위 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세정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강도 높은 처방은 낯설다. 앞서 국세청이 특정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2007년 참여정부, 2008년 MB정부, 그리고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세무조사를 유예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전체 자영업자의 89%, 소규모 기업의 71%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그 영향력과 파장이 큰 극약처방에 비견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수혜자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데면데면하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세무조사 자체가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세무조사로 낭패를 당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극소수라 그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실제로 과거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로 추정할 수 있는 개인사업자는 2016년 4985명, 지난해 4911명(추정)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이 이날 발표한 세무조사 유예 대상인 519만명의 0.095% 밖에 안 된다. 그러니까 내놓지 않아도 될 조치였다는 것이다.

■ 카드 수수료 인하·상가임대차 계약기간 연장이 '實效'

그래서 자영업자들이 더욱 절실히 요구하는 것은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상가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한 청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생색을 낸다. 그는 “대다수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세금 문제에 대한 걱정 없이 본연의 경제활동에만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사회심리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탈세 정보 등 구체적 혐의자료가 있으면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맞고 이런 기조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애써 강조했다. 더욱이 그는 “이번 대책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해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염려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사족(蛇足)을 달았다.

한 자영업자는 "등이 가려운데 옆구리를 긁는 격"이라면서 "아직도 정부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아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이날 국세청의 세정지원 대책과 별도로 다음 주 중 범부처 차원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가 요구해온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 임대차보호 대상 확대, 예산 확보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앞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기재정을 짜면서 예상했던 5년간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60조원 더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상반기에 초과 세수가 19조원 발생했고 올해와 내년 세수가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 세수가 남아돌기 때문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속내를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경제는 심리다. 심리적으로 다친 부분을 어루만져 줘야지만 상처는 아문다. 시간에 쫓겨 정부가 대책을 황급히 내놓았다는 점을 고려해 주자. 그래도 '대증 처방'이나 '미봉책'이라는 질책을 면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당국은 뼈아프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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