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7건 중 4건이 ‘배터리제어시스템’ 오류
관련 관리기준·인증항목·안전관리가이드 ‘전무’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2017~2018년 발생한 7건의 ESS 화재·폭발 사고원인을 분석한 결과, 중요 안전장치인 배터리제어시스템(BMS) 오류로 발생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ESS 사고가 기온이 높아지는 5~8월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배터리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기술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배터리제어시스템에 대한 관리기준 등도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안전불감증도 문제로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최근 발생한 ESS의 화재 폭발 사고는 7건으로 재산피해액이 200억원에 달했다. 화재가 발상한 7곳은 고창·경산(변전소), 영암·거창(풍력발전소), 군산·해남(태양광발전소), 세종아세아제지(피크제어용) 등이다.

2017~2018년 ESS 사고현황(자료: 산업통상자원부)
2017~2018년 ESS 사고현황(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 조사결과 이중 경산변전소, 영암 풍력 등은 ‘BMS 오류’, 고창변전소는 온도상승에 의한 BMS 오류(추정), 거창 풍력발전소도 BMS 오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산과 해남 태양광은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며, 세종 아세아제지만 작업자 부주의로 추정되고 있다.

경산·염암·거창의 경우는 ESS안전관리를 위해 도입한 삼성SDI BMS를 사용했다. 국내 전체 ESS는 1008개소로 이중 삼성SDI ESS가 절반이 넘는 580개소로 확인된다. 그 외의 ESS는 LG화학(400개소 가량), 코캄, 탑전지, 인셀 등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산업부가 도입한 ESS는 2928MWh로 1조5811억원 규모(1MWh 5.4억원)이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배터리제어시스템(BMS)은 사고 당시 이상고전압 차단, 열 감지, 배터리체크 등의 사전 감시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퓨즈 불량 등의 제품 결함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ESS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성이 발견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삼성SDI는 충·방전을 배터리 용량의 70% 이내로 사용토록 고객에게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규환 의원은 “이는 삼성SDI의 BMS가 과도한 충전, 열 발생 등의 문제를 사전에 체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BMS는 이상 고전압, 퓨즈 불량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사전에 전압을 차단했어야 했지만 이번 조사결과에 의하면 BMS가 시스템 오류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ESS리튬이온 배터리는 폭발·화재 등에 취약한 고밀도에너지원이어서 충격과 열에 취약한 문제가 있다.

김 의원은 “과거 보잉787, 테슬라자동차 화재의 원인으로 꼽히는 리튬배터리가 현재 ESS에 사용되고 있다”며, “이동과 취급 시에 신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밀폐된 공간에서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사용은 배터리 온도를 급격하게 상승시킬 수 있다. 리튬은 화재가 발생하면 잘 꺼지지도 않고 화재 시에 발생하는 연기에는 유독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화재사고의 원인인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안전인증 항목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안전관리 ESS점검가이드 하나 마련하지 않았고, ESS 컨테이너 내부의 적정 온·습도, 배터리 발열 등의 관리내용도 전무했다.

이에 김규환 의원은 “산업부는 전체 ESS설치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면적 안전관리 실태점검과 선제적 사고예방조치를 하고, 적발된 제품결함을 민·관과 함께 조속한 A/S 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ESS는 화재·폭발 등의 사고발생의 문제로 위험물관리시설 부근에 설치돼 있으면 연쇄 폭발 등의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국내 천연가스 사고는 5건으로 확인된다. 그중 LNG누출 사고가 2건, CNG사고가 3건 있었다.

2005년 인천LNG 저장탱크 누출, 2007년 구리CNG 버스누출, 2009년 익산CNG 누출, 2017년 인천LNG 저장탱크 누출 사고가 발생했고, 해외 주요사고는 1944년 미국 클리브랜드 LNG탱크가 누출해 1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내는 위험물 관리 시설 내(內)에 ESS가 아무런 제약 없이 설치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김규환 의원은 “ESS는 화재·폭발 등의 사고 발생으로 위험물관리시설 부근에 설치돼 있으면 연쇄 폭발 등의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사고 발생시 정전사태, 화재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변전소 내(內)의 ESS는 2013년부터 설치돼 조천, 서안성, 신계룡 등 14곳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이러한 문제가 ESS 설치규정이 미비한 것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전기사업법 제53조의 3에 따라 ESS는 전기설비로 분류돼 ‘화재, 감전 등 위험성에 대한 적절한 보호 및 제어장치를 갖추고 폭발의 우려가 없도록 시설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설치시 최소한의 이격거리, 위험물관리시설, BMS관리 등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김 의원은 “위험물 관리시설(CNG, LNG)과 변전소에 ESS 설치시에 이격거리 등의 안전관리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며, “정부주도의 명확한 안전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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