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부, 올 R&D예산 1조1천억원 육박...
'사업화 성공률'은 절반 수준에 그쳐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 우리 정부 R&D 사업화 성공률 20%에 불과

중소벤처기업부의 연간 연구개발(R&D) 예산이 2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수년째 50% 안팎으로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국회예산처는 기술료 수입에 기업 생산성 향상 기여까지 포함한 우리나라 정부 R&D의 사업화 성공률이 약 20%로, 영국(70.7%), 미국(69.3%), 일본(54.1%)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했다. 일단 '실적주의 특허'에만 힘쓴 결과다. 해외에 출원한 특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의 R&D 사업을 통해 미국에 출원된 특허 125건을 조사해 보니 이 중 단 한 번도 민간에서 이용되지 않은 특허가 68%에 달했다.

이처럼 R&D에 매년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 있지만 신(新)기술 개발이나 기술 대체 성과로 이어지기 보다는 기존 제품의 구색을 늘리는 식이어서 연구개발 예산 본래의 목적을 퇴색시키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돼 크게 개선해야 한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중론이다.

■ 중소벤처기업부 R&D예산 증가. 2018년 1조1천억원 육박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4년 8800여억원이던 중기부 R&D 예산은 해마다 늘어 1조원 규모로 증대됐으나 이처럼 사업화 성공률이 부진하다는 견해를 15일 제기했다.

세부적으로는 ▲2014년 8850억원 ▲2015년 9835억원 ▲2016 9563억원 ▲2017년 1조1172억원 ▲2018년 1조917억원 등이다. 정부의 전체 R&D 예산은 17조~19조원 규모다. 1조원의 자금이 중소기업 관련 기술 개발 등에 쓰이고 있지만 R&D 사업화율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14년 46.8%를 기록한 뒤 2015년에는 51.6%로 소폭 올랐다가 2016년에는 50.0%로 다시 낮아졌다. 지난해는 아직 최종 집계 이전이지만, 예년과 비슷한 51%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 면에서도 기술 혁신이나 기술 대체 등의 혁신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사업화 성공'은 기존 제품에서 구색을 다양화해 매출이 전보다 늘어난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실제 2016년 1만4368건의 R&D 지원 사업 가운데 성공 과제는 7177건(50.0%)이다. 이중 제품 매출(제품 개발 및 매출 기여)이 6924건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생산 비용 절감 204건, 수입 대체 30건, 기술 이전 19건 등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4월11일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혁신성장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이강민 변리사도 "중소기업의 R&D 사업화율이 47%(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며 "연간 200만건 이상의 상용화 기술지식 보고인 특허DB를 통해 선행 특허를 R&D리소스로 활용, 제품 혁신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리사는 R&D 기획단계에서 특허 설계안을 제대로 제시하고 이후 과정에서 충족 평가도 면밀히 수행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A부처의 평균 R&D 사업 성공화율은 47.1%에 불과하다. 영국은 60% 정도, 미국과 일본은 40% 초반"이라며 "다른 부처나 외국 사례에 비춰볼 때 중기부의 사업화 성공률이 낮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기부의 R&D 지원의 경우 연구소 등에 지원하기 보단, 중소기업 직접 지원 형태로 진행돼 B2C(기업-소비자거래)에 맞는 신제품 개발은 다소 저조한 편"이라며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 지원도 향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지역 중소기업 R&D 사업화 성공률도 절반 수준

중앙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4월 광주전남 지역 중소기업의 R&D 수행과제 성공률은 높으나 사업화 성공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들이 R&D 지원을 받기 위해 사업성 보다는 수행 과제 성공 확률이 높은 쪽으로 사업 계획서를 짜고 있는 경향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광주전남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지역 중소기업의 R&D 수행과제 성공률은 92.3%에 달하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51.2%에 불과하다. 사업화율이 낮은 이유는 지역 중소기업들이 R&D 수행과제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판매 등 사업화로 연계되는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데 과제 선정에만 급급한 나머지 기술개발 부분만을 너무 부각시키다 보니 과제를 완료하고도 결과물이 사업화로 연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참여기업 중 수출을 희망하는 기업은 늘고 있으나 사업 경험과 전략의 부재로 해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광주전남 중기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광주전남 중기청은 지역 중소기업의 R&D 성과 사업화율을 높이고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우선 중소기업과 관련 협력단체를 대상으로 기획, 기술개발, 사업화 등 R&D 모든 단계에 대한 교육 및 1대 1 맞춤형 코칭을 지원한다. 지역 특화산업 및 시장 수요분야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 커리큘럼을 수립해 내실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학교수와 연구원 등으로 전문멘토단을 구성하고 매칭을 통한 개별코칭을 통해 기획력 증대와 전문성 강화를 꾀할 방침이다. 또 성공적인 R&D를 통해 개발된 제품이나 기술에 대해 시장성과 사업성이 높은 경우 정부 정책 자금과 연계해 시장 성공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성공적으로 R&D 과제를 수행한 수출유망 기업들을 대상으로 코트라ㆍ수출입은행ㆍaT 등 13개 기관의수출지원센터를 활용해 수출동향과 해외시장 특이사항, 개선 필요사항 등을 알려줘 최적의 수출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기업별 수출 환경에 대한 초보ㆍ유망ㆍ선도 등의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수출 현황 및 애로 사항을 파악해 R&D 성공에 따른 수출 성과를 높일 예정이다.

■ 정부 R&D 특허 '장롱특허'이거나 사장(死藏)

이같은 지역 수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 R&D를 통해 개발된 기술의 상당수가 '장롱 특허'로 전락하거나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보유한 '휴대용 초정밀 동기화 시계 장치' 특허가 한 사례다. 이 기술은 지진파의 속도와 세기를 분석하기 위해 여러 곳에 있는 시계의 시각을 수만분의 1초 단위로 똑같이 맞추는 기술이다. 하지만 1998년 출원된 이후 지금까지 특허 유지비만 내고 아무 데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아무 데도 쓰이지 못하니 출연연들이 포기해 버리는 특허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출연연들이 포기한 특허의 개수는 1만5400건으로, 같은 기간 출원한 특허 수(2만9864건)의 절반(51.4%)이 넘었다.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R&D 평가 시스템이 '특허 등록' 같은 수치에 매달리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기술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정부의 R&D 과제를 수행하는 한 대학교수는 "정부 기관이 공지하는 연구 과제를 보면 왜 이런 연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많다"면서 "차라리 기초연구에 힘써 우리나라 R&D의 기초근육을 강화하는 게 미래를 위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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