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70괴짜 인생을 걸어온 이국노 이야기
[스토리] 70괴짜 인생을 걸어온 이국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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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욕심을 버리고, ‘훌륭한 업적’ 남겨야...
사재털어 장학사업 전개...
검도8단, 입신 경지 도달...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이국노 회장이 지난 2월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년 신년교례회 및 제 17회 서울대 AMP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주)사이몬>

그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다.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2층집을 짓고 살면서 아래층에는 연탄가게를 열겠다는 꿈이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적지 않은 인생의 쓴 맛을 보고 살아왔다. 자신의 돈을 떼먹고 도망간 사람을 겨냥해 사무실 벽에 빨간 글씨로 ‘지옥 끝까지, 머리카락 한올이라도...’라는 표어를 붙여 놓고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담금질했다. 올해 일흔을 넘긴 이국노 ㈜사이몬 회장의 이야기다. 그는 기업인으로서는 유일한 검도 공인 8단이다. 9단이 명예 단수임을 감안할 때, 8단은 검도에 있어 현존하는 최고 단수다. 이 회장은 검도 7단이 된 후 10년을 기다려 8단에 도전했지만 좌절했다. 이후 매년 도전한 끝에 일곱 번 만에 8단에 오를 수 있었다. 6전7기인 셈이다. ‘입신(入神)’이라 불리는 검도 8단에 오른 이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30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1973년 창업한 회사도 현재 연간 5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알짜 회사로 성장시켰다.

■ “이 회장은 모든 게 좋은데 단점하나가 있다. 너무 짠돌이다”

이 회장의 주위에서 자주 건네는 말이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한국예도문화체육장학재단을 설립, 연간 4000만~5000만원 정도의 장학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단돈 1원 하나도 아껴서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는 그의 의지다. 그의 피나는 삶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그는 짠돌이라는 자신의 애칭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충북 진천 태생의 이 회장은 청주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 때는 태권도를 시작했지만 고등학교 때는 검도를 했다. 당시 청주공고는 대다수 학생들이 유도는 물론 핸드볼 투포환 등 다양한 운동선수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래서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이들에게 돈도 뺏기고 얻어맞기 일쑤였다. 그나마 이 회장은 태권도 실력을 인정받아 예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유도와 검도를 가르치는 경찰서 창무관 문을 두드렸다. 도복 대신 츄리닝을, 검도 대신 죽도를 들고 검도를 시작했다. 대학 2학년 때 군 입대를 했다. 근근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마련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검도와의 인연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군에서는 사고까지 쳤다. 김신조 일당이 쳐들어오자 막 제대한 예비역들이 다시 입대하던 때다. 당시 한 예비역이 한참 잠에 곯아떨어진 이 회장의 배 위를 군화발로 걸으면서 발단이 됐다. 잠결에 내친 것이 예비역 군인이 땅바닥에 떨어져 큰 사고로 이어졌다. 결국 특수부대로 전출돼 1년 6개월간 갖은 고생을 했다. 1968년의 일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잠시 백수신세로 지내다가 우연하게 선배가 하는 회사에 관리자로 입사를 한 것이 결국 창업으로 이어진다. 창업 초창기는 잘 나갔다. 풀장까지 갖춘 저택에서 살만큼 여유가 생겼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창업한지 5-6년쯤에 대형 사고가 터졌다. 그의 아내가 사기꾼의 꾐에 넘어가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 화근이 됐다. 지금 시세로 환산하면 족히 서울의 아파트 수십여 채는 되는 금액이었다. 여기에 집안에서 추천해 입사를 시킨 직원도 이 회장 몰래 거래처와 짜고 사기행렬에 가담했다. 결국 그가 살던 집은 경매에 넘어갔고, 아내는 행방불명됐으며, 아이들은 고아 아닌 고아가 됐다. 이 회장은 사무실 건물옥상에 버려진 물탱크를 수리해서 잠을 자야했다. 그러던 터에 사무실 아래층에 검도관이 생겼다. 고등학교 잠시 맛만 보고 만 검도를 다시 시작했다. 모든 일상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그는 검도와의 질긴 인연이 시작된다. 검도시작 3개월 만에 초단을 딴 데 이어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세계 검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그는 공장과 도장에서 꼬박 24시간을 보내며 잔인하게 운동하고 돈도 벌어 3년 만에 빚을 갚았다.

■ 단돈 3만원으로 창업한 사이몬 500억 매출 올려

1973년 단돈 3만원으로 창업해 현재 ㈜사이몬과 지주, 유화수지, 오앤오 등 4개 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이 회장. 어린 시절도 그렇고, 사업을 하면서 늘 소위 ‘빽(배경)’이 없다는 게 가슴에 맺혔다. 궁리 끝에 40대에 ‘개혁’을 기치로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은 국내 최대의 협동조합이었다. 그만큼 중소기업계에서 차지하는 포지션이 적지 않았다. 우선 환경부에 쓰레기봉투 사업을 창안한 뒤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교포에게 기술을 배우고 기계를 사들였다. 첫해 조합은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빚더미에 올랐던 조합은 기사회생했고, 직원들의 퇴직금도 정상 지급하는 등 거침이 없었다. 여세를 몰아 국가시험원을 국내 최초로 개원하고 수출을 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서울시장에게 떼를 썼어요. 쓰레기봉투를 서울시 전 구청에 수의계약으로 납품하겠다는 각서를 받아낸 겁니다. 충북도도 마찬가지로 쓰레기봉투 납품계약서를 받아낸 거예요.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하는 일입니다. 여세를 몰아 비닐하우스를 농협에 납품하면서는 조합의 매출이 8000억원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돈이 넘쳐나다 보니 유력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댔다는 오해를 사 정보기관에 불려가기도 했다. 그는 10년간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미련 없이 털고 일어섰다.

“이사장을 퇴직하는데 조합원들이 벤츠를 선물했어요. 아마 우리나라 중소기업협동조합 역사상 최초의 일 일겁니다. 정말 고맙고 감동했던 순간이었어요.”

리더는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한 사람이라는 소신이었다. 쓰레기봉투가 효자상품으로 히트를 칠 때 주위에서 기계 한 대만 놓으면 돈이 된다고 권유했지만 그는 사양했다. 이사장이 욕심을 가지면 조합원을 이끌 통솔력이 떨어지고 명분을 잃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플라스틱 파이프제조라는 외길을 걸어 온 배경이기도 하다.

■ 훌륭한 사람은 훌륭한 업적을 남겨야

요즘 내년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차기 회장을 꿈꾸는 이사장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이 회장은 콜롬비아와 와세다대학에서 교수를 지낸 니토베 이나조(新渡戸稲造)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상가이자 농학자로 5000엔짜리 일본 지폐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공부를 할 당시 서양 사람들로부터 갖은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기독교나 천주교 문화의 영향으로 인격 수양이 잘 됐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이 회장은 이어서 “니토베는 서양과 달리 일본에는 사무라이(무사도)라는 정신이 있다며 쓴 책이 <사무라이(무사도)>다”고 소개했다. 이 책은 서양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일본을 일약 일등 국민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설명이다. 사연은 이렇다.

“니토베는 일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간절한 바람 중의 하나가 총리대신인 이토 히로부미를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백방으로 손을 뻗쳐 드디어 이토 히로부미를 만납니다.

‘당신은 무슨 일로 저를 그렇게 만나자고 한 겁니까’. ‘예, 훌륭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묻고 싶어서 왔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훌륭한 사람이란 훌륭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다’라는 선문답 같은 말을 듣고 이날의 만남은 끝이 납니다. 니토베는 한 달을 고민한 끝에 ‘이토의 말씀이 맞아! 정답이야’라고 결론을 냈답니다”

차기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노리는 후보들에게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 그의 사무실에는 ‘입정(立正)’라고 씌여진 표구가 선명하게 보였다. ‘올바름을 세운다’는 뜻이다. ㈜사이몬을 비롯해 계열사들은 PE수도관, PE가스관, PVC통신관 등 세계 최고의 압출설비를 바탕으로 한 플라스틱 파이프 제조업과 원자재 판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해양산업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양 부유 쓰레기 유입방지시설, 가두리 양식장, 선박 접안시설, 다양한 해양낚시 공원, 해상펜션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최초로 PE상하수도관에 대한 NSF(미국위생협회) 인증을 취득 한 이 회사는 비굴착 접철관 개발을 통해 최근 사회적으로 대두된 ‘싱크 홀’ 문제에 대해 기존의 낡은 배관라인을 내구성이 뛰어난 플라스틱 파이프로 보수하는 기술 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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