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까지 BMW 520d 차량 화재, 올해만 총28건...
BMW 7월 26일 10만6천여대 뒤늦은 리콜 발표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BMW 차량 화재 문제는 2015년부터 이어져 왔고, 리콜 발표가 난 직후인 지난달 30일과 31일, 그리고 2일까지도 연이어 화재가 발생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BMW 차량 화재 문제는 2015년부터 이어져 왔고, 리콜 발표가 난 직후인 지난달 30일과 31일, 그리고 2일까지도 연이어 화재가 발생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KBS뉴스 캡처>

■ 올들어서만 BMW 29번째 차량 화재 사고

2일 오전 11시47분쯤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 104㎞ 지점에서 조모(27)씨가 몰던 BMW 520d 승용차 엔진 부분에서 불이 났다. 차량 소유자이자 동승자인 최모(29·여)씨는 경찰에서 “주행 중 가속 패들이 작동하지 않아 갓길에 차를 세운 뒤 곧이어 차량 앞부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와 동승자는 신속하게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사고가 난 차량은 2015년식 BMW 520d 모델로 전해졌다. BMW 승용차가 주행 중 화재가 난 것은 올해만 28번째다. 잇단 화재 사고에 BMW코리아는 지난달 26일에서야  BMW 520d 등 총 42개 차종 10만 6317대를 리콜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BMW 차량 화재 문제는 2015년부터 이어져 왔고, 리콜 발표가 난 직후인 지난달 30일과 31일, 그리고 2일까지도 연이어 화재가 발생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BMW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참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성승환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가 네이버에 개설한 'BMW 화재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의 회원 수는 2일 오후 4시 기준 2800명을 넘어섰다. BMW 520d는 지난 2016년 10월 연료펌프 결함에 따른 화재 가능성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2010년 5월 17일부터 2011년 6월 30일 사이에 제작된 5881대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렸다.

이처럼 BMW 차량 화재가 올해에만 30건에 육박한 뒤에야 리콜이 이뤄진 것과 관련, 국토교통부가 ‘늑장 리콜’ 여부를 조사한다. BMW 화재 차량 대부분에 2016년 12월부터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이 장착됐다는 사실을 국토부가 지적하면서 BMW가 EGR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의문마저 제기돼 BMW에 대한 추가 제재도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 BMW '늑장 리콜'에 국토부 '늑장 대응'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늑장 리콜’ 조사 여부를 묻는 말에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파악하겠다”며 “확인해 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올 5월까지 화재사고 16건이나 발생했는데 BMW의 조치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상 징후를 국토부가 먼저 발견했지만, 업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모두 2016년 11월 이전 제작된 EGR이 장착됐다. BMW는 2016년 12월부터 개량된 EGR을 차량에 장착하고 있다.

김 실장은 “개량된 EGR은 기존 EGR에서 가스를 냉각시키는 라디에이터 면적이 넓어졌다고 한다”며 “세계적으로 2017년 이후 생산 차량에는 개량 EGR이 장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BMW가 2016년 11월을 전후해 EGR에 문제를 파악하고 개량 조치를 마친 것 아니냐는 의문에 “개량 관련 정보는 회사가 공개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국토부가)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BMW의 기술 분석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와 관련, “영업 비밀과 기업 정보 보호 등 문제가 있어 일단 내용을 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BMW코리아는 올해 들어 30대 가까운 차량이 화재로 전소된 뒤에야 리콜을 결정,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2년간 잇단 차량 화재가 발생해 민원이 크게 제기됐는데도, 지난달 26일에서야 국토부로부터 리콜 요청을 받고 42개 차종, 10만6000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 시행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BMW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조6337억원이며, 판매 대수는 총 5만9624대다.

리콜 대상 10만6000대는 BMW 코리아의 2년 치 판매량에 육박한다. 그래서 만일 BMW가 늑장 리콜을 한 것으로 국토부가 판단하게 되면, 리콜 자동차 대수와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700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안전 결함을 알게 된 날부터 즉시 시정하지 않으면, 해당 자동차 매출액의 1%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으며 상한액도 설정돼 있지 않다.

■ BMW의 '수상한 짓'

BMW가 변명한 EGR 결함 이외에 제어 소프트웨어 결함,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흡기 다기관 내열성 문제 등의 가능성을 제기한 전문가들의 지적과 관련, 김 실장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는 약 10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BMW 자료를 분석하고 화재차량 분석, 제작결함 신청위 심의, 제작사 의견청취 등을 거치려면 절차가 복잡하지만 최선을 다해 기간을 당겨 보겠다”고 대응했다. 김 실장은 전날 BMW코리아 회장을 만나 사고 차량 부품 확보에 협조를 받기로 했다며 "BMW 정비장에 있는 차량을 최대한 검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현행 국내 리콜제도가 지나치게 업계 편의를 봐주고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규정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그런 제도 도입이 필요한지를 포함해 현행 리콜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국토부의 때늦은 간담회에 대해 BMW의 '늑장 리콜'에 국토부의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MW는 3일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한 기술분석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 자료가 도착하면 자동차안전연구원을 통해 화재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는 조사대로 진행돼야 하겠지만, 이해하기 힘든 BMW의 소극적인 대응이다. 이날까지 EGR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구체적인 기술분석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화재 차량을 어떤 방식으로 조사했는지조차 숨기면서 결과만 통보했고, 이것을 국토부는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화재 차량 수리에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은 포착됐다. 최근 KBS는 화재 차량의 정비내역을 살펴본 결과, BMW는 EGR 부품을 교체하면서 관련 소프트웨어까지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화재 차량의 EGR이 어떤 식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모두 지워버렸다는 것이다. 하청업체가 납품한 EGR 부품에 결함이 있던 건지, 아니면 EGR을 제어하는 BMW의 프로그램이 문제였던지를 알 수 없게 한 셈이다. 앞으로 국토부의 조사를 심각하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 BMW 공식 답변

다음은 이번 차량 화재사고 리콜과 관련, 일반 소비자들이 제기한 궁금증과 이에 대한 BMW 측의 공식 답변이다.

Q: BMW와 국토부가 전수조사로 밝혀낸 화재 원인은 무엇인가. 
A: 이번 자발적 리콜은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쿨러와 EGR 밸브로 구성된 EGR 모듈을 개선품으로 교체하고 EGR 파이프 클리닝 작업으로 진행한다. EGR은 디젤 자동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의 일부를 흡기다기관으로 재순환시키는 장치다. 엔진에서 발생한 고온의 배기가스는 곧바로 배출하지 않고 EGR 쿨러(냉각기)를 거쳐 식힌 뒤 엔진에서 재연소해 유해물질을 줄이는 과정을 거친다. 전수조사 결과 EGR 쿨러에서 냉각수 누수가 발생, 침전물이 퇴적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냉각 효율이 떨어지고 고온의 배기가스가 그대로 흡기다기관으로 전달돼 극히 드물게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Q: 왜 한국에서 유독 많이 발생하고 있나. 
A: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BMW 차량 28대에서 주행 중 화재가 발생했고, 리콜 대상 가운데 19대가 520d 모델이었다. 특정 모델에서, 그리고 유독 한국에서만 화재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520d가 국내 및 전세계에서 베스트셀링 모델이기 때문이다. 올해 발생한 화재에는 520d뿐 아니라 다른 디젤 모델들도 포함돼 있다. 520d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가장 판매가 많다. 2016년 기준 520d 전세계 판매량은 4만3889대인데, 그 중 한국이 1만2977대(30%)로 1위다. 또 미국, 중국과 같이 큰 시장에서는 5시리즈 디젤 모델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Q: 최근 집단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바른(하종선 변호사)은 “유럽과 달리 국내 판매 차량에만 국내 부품업체가 제조한 EGR 쿨러가 장착됐다는 점에서 BMW코리아가 EGR을 화재 원인으로 일찍 지목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A: BMW는 화재 가능성으로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100만대, 올해 5월 영국에서 30만대 리콜을 실시했지만 EGR 부품 때문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은 5시리즈의 경우 디젤 모델을 판매하지도 않기 때문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문제가 아님이 명백하다.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5시리즈는 전량 독일에서 제조, 수입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에 판매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부품이 장착돼 있다. 

Q: 업계 저명한 전문가인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가연성인 플라스틱 재질의 흡기다기관을 쓴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A: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대다수 제조사의 차량 흡기다기관은 가연성 플라스틱 재질이다. 화재 원인은 앞서 말한대로 EGR 모듈의 일부 문제로 밝혀졌으며 소재와는 관련이 없다.

Q: 현금지급과 신차교환 등 피해보상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A: 리콜 발표 이전에 화재사고가 난 차량에 대해선 100% 현금보상을 약속하고 있다. 이미 보험상의 절차를 거처 보상을 받은 소비자도 있다. 신차교환은 현재 시행 중인 긴급안전점검을 거쳐 EGR 모듈에 문제가 없다는 인증서를 받았음에도 리콜(개선품 교체 및 클리닝)을 받기 전까지, 그 사이에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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