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광고 매출도 40% 넘게 쓸어담아...
"국내 콘텐츠업계, 망 사용료 내서 '역차별' 논란"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유튜브의 유료 옵션, 유튜브 레드가 국내에 상륙했다. 세계에서 5번째로 시작됐다. 사진=구글 제공
유튜브의 유료 옵션, 유튜브 레드가 국내에 상륙했다. 세계에서 5번째로 시작됐다. <사진=구글>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의 앱 이용순위에서 유튜브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튜브의 절대적인 동영상 콘텐츠 제공자임에도 망 사용료를 한푼도 내고 있지 않아 국내 콘텐츠 업체들과 '역차별' 논란이 불거져 정책당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앱(응용프로그램) 이용시간을 조사한 결과,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이용시간은 43% 길어진 반면 카카오톡과 네이버는 각각 14%, 7% 떨어졌다. 동영상 전용 앱만 살펴 보면, 유튜브의 독주는 더 두드러져 유튜브 점유율이 85.6%에 달했다. 국내 서비스인 ‘1인 방송의 원조’ 아프리카TV는 3.3%, 네이버의 네이버TV는 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국내 데이터 트래픽의 54.4%는 동영상 시청에 사용되고 있다. 웹포털(17.5%)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17%) 이용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동영상 트래픽의 대부분은 유튜브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와이즈앱 조사에서도 지난 2월 기준 국내 이용자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257억분으로 카카오톡(179억분)과 네이버앱(126억분)을 압도했다. LG유플러스가 속도제한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지난 2월 말 출시하고 KT가 5월, SK텔레콤이 이달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각각 내놓았다는 점에서 유튜브 사용 시간은 대폭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유튜브의 점유율이 급등하면서 토종 정보기술(IT)업체들의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다. 검색과 메신저시장에서는 구글을 보란듯이 꺾었지만 동영상 경쟁에서는 시쳇말로 '쨉'도 안 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바로 광고로 이어진다. 디지털마케팅솔루션기업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유튜브는 올 상반기 국내 동영상 광고 매출의 40.7%를 쓸어담았다. 네이버(8.7%)와 다음(5.7%)을 합친 것보다 세 배에 근접하는 수치다. 액수로 따지면  올 상반기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광고로 11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 7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1년 새 매출 성장세만 무려 57.5%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유튜브 영향력이 커진 것은 전세계적 현상이지만, 국내에서 정부 규제를 덜 받는 데다 망 사용료도 안 내는 ‘역차별의 혜택’ 속에 급성장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묘수는 없다. 이통사들은 옥수수(SK텔레콤)나 올레TV모바일(KT), 비디오포털(LG유플러스)과 같은 자체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하루에만 수만 개의 동영상이 업로드 되는 유튜브를 견제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네이버나 아프리카TV 등의 국내 사업자는 망 사용료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고화질 동영상 확대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유튜브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무제한 요금제 확대로 ‘판은 통신사가 깔고 돈은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콘텐츠사업자가 가져간다’는 푸념을 더욱 자주 듣게 될 것”이라며 “이통사간 무제한 요금 경쟁이 유튜브에게 날개를 달아 준 셈”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국에서도 구글에 대해 세금 추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구글코리아는 국내 조세회피 의혹에 답하지 않고 있다. 구글은 국내 법인인 구글 코리아가 유한회사로 매출이나 세금공개 의무가 없다. 또 주요 서비스가 해외 법인에서 관리돼 과세 당국에서 적발하기도 어렵다. 구글코리아는 수년간 조세회피 문제에 대해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구글은 한국 앱마켓에서 거두는 매출규모를 밝힐 의무가 없다고 말하지만 지난해 구글플레이의 한국 매출액은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앱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는 지난해 1∼11월 구글플레이의 한국누적 매출은 3조16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번 추정액은 게임 매출만으로 계산됐다. 비게임 매출이 일반적으로 전체 매출의 5%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구글이 한국에서 거두는 구글플레이 전체 매출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도 만만치 않다. 유투브의 2016년 국내 매출은 최대 3000억으로 추정된다. 또한 구글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 애드몹이나 네트워크 광고 상품 구글디스플레이네트워크(GDN), 구글 검색광고 등의 국내 매출을 합하면 이 역시 수천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당사자인 구글코리아는 우리 조세당국에 2000억대의 매출을 신고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관계자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이제는 정부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힘의 논리'에 따라 규제망을 피해나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글로벌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는 미국법으로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제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내 통신사가 4G LTE 네트워크를 전국에 깔았지만 결국 해외 플랫폼사업자만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언급했다. 망 중립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해외 콘텐츠 제공업자(CP)들이 국내 통신사가 만들어놓은 네트워크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논란은 ‘망 중립성 원칙’과 밀접하게 닿아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실제로 유튜브에 대해 세금을 물릴 것인지, 망 사용료를 일부라도 부담하게 할 것인지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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