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포럼, 전주‧부안 투어현장
전주사고 두 영웅 기억해야
교류센터, 전북 알리기 적극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제97차 재외동포포럼(이사장 조롱제)이 지난 7월13일부터 14일까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가 개최되는 전북 부안과 전주 등지에서 1박2일간 진행됐다. 13일 오전 서울시 서초동 교대역앞에서 집결한 회원 30여명은 8시15분 미리 준비한 45인승 버스로 전북 부안으로 떠났다. 조롱제 이사장은 “재외동포포럼이 지금까지 주로 서울에서 진행해오다 보다 의미 있는 행사를 위해 전주 일대로 선정했다”며 “오는 10월 26일 재외동포포럼 창립10주년 기념포럼은 통일문화연구원(이사장 라종억)과 공동으로 개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 이사장은 “이날 포럼 100회 기념 자료집 발간과 함께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15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포럼을 개최한다”설명했다.

이날 버스안에서는 김영후 이사장은 ‘아르메니아 대학살&디아스포라’라는 주제로(본지 13면), 도재영 동북아평화연대 전 이사장은 ‘바퀴달린 미(美)성년자’라는 주제의 깜짝 강연을 했다. 도 이사장은 “어린시절, 등록금이 없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큰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다”며 “궁리 끝에 직접 리어카를 만들어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과일 장사를 위한 밑천을 빌려 과일행상을 했다”고 밝혔다. 도 이사장은 이런 아픔을 딛고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한 뒤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그룹 부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기아자동차가 IMF로 부도나자 31년 만에 사표를 냈다고 한다. 주위에서 도 이사장의 경험을 높이 사 고문 등 지체 높고 대우 좋은 자리를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대신 카다록을 가득 담은 가방을 둘러메고 거리로 나섰다. 정수기 판매에 나섰던 것. 두 발과 땀으로 정수기 판매를 해 그 수익금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에 기부하는 등 그는 30년 넘게 시민단체와 인연을 맺어왔다. 기아차 전무시절 경실련 창립멤버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을 거쳤다.

이날 기자에게 도 전 이사장은 “내가 아부하는 성격이 못돼. 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아랫 동서라는 것은 알제?”라며 “어린 시절 과일 장사를 한 경험이 정수기판매원으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됐어”라고 웃었다. 이날 도 전 이사장은 “인간의 첫 인상은 전인적 품격으로 비칠 때가 많다”며 “첫눈에 호감이 가고 마름이 끌리는 사람,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자세와 눈에서는 은은한 향기, 얼굴에서는 훈훈한 훈기와 도전과 배려의 기운이 풍긴다”고 말했다.

 

 

새만금, 동북아경제 중심지 부상

아울러 도 전 이사장은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상생하는 일들을 하다 보면 생의 모든 행복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이날 일행은 3시30분을 달려 전북 부안군 변산면 소재 오찬장인 ‘해변촌탈아리궁’에 도착했다. 갑오징어 볶음으로 유명한 해변촌탈아리궁에는 전병순 부안군 부군수와 이영호 전북국제교류센터장 등이 서울에서 내려온 일행을 맞았다. 전 부군수는 “2023년 새만금에서 열리는 잼버리대회에 해외동포들의 적극적인 홍보를 바란다”며 부안의 특산품인 부안강산명주를 선물했다. 이어 부안의 해설사와 함께 새만금 방조제 및 새만금 홍보관을 방문했다. 해설사는 “옛날에 중국에서 글 읽는 소리가 이곳 새만금에서 들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우리의 독자기술로 완공된 새만금방조제의 내부 개발은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서 복합 문화 관광의 메카, 저탄소 녹색 성장, 청정 생태 환경을 통한 미래 한국을 이끌어 갈 성장 동력으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국토 개발 사업이며 방조제 포함 전체 사업비 24조를 투입하여 4만 100㏊(여의도 면적의 140배)를 1991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어 전주 한성호텔로 이동한 일행은 문경연 전북대 교수의 ‘대북지원 20년 현황과 평가’라는 주제의 특강에 이어 만찬은 전주의 전통음식점인 ‘향리’에서 병어조림과 병어회 무침, 그리고 전주 막걸리에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일행가운데 일부 회원들은 인근의 노래방에서 여흥의 시간을 가졌다. 설용환 회원의 사회로 진행된 여흥시간에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한때 요식업을 경영하기도 했고 비구니의 길을 걷기도 했던 팔색조의 여인 윤경숙 시인은 자작시 ‘숨어 흐르는 강’을 낭송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튿날 일행은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전통 전주한지제조기술 재현 및 한지체험과 비빔밥 퍼포먼스, 전주 한옥마을 방문 등 1박 2일간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조선왕조실록 지켜낸 애환

한지체험행사에서 회원들은 한지를 이용한 꽃과 일출, 그리고 I LOVE KOREA, 워아이니(我愛/사랑해)등의 글씨를 새겨 전주 한옥마을을 돌아본 뒤 서울로 귀경했다. 이어 비빔밥 퍼포먼스에 앞서 홍화령 두(頭)Do Dance대표가 한국의 전통 춤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제32회 한국무용협회 주최 신인 무용콩클 수석상을 수상하기도 한 홍 대표는 한국 무용계를 대표하는 재원으로 현재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개막식 지도위원을 맡고 있다.

한옥마을 입구,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봉안한 경기전에서 문화해설사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조선왕조실록은 성주와 청주, 서울과 전주 등 4곳에 걸쳐 보관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성주와 청주, 그리고 서울이 차례로 함락되면서 모두 불타버리고 맙니다. 나머지 전주사고에 보관된 실록만이 마지막 보루였지요. 임란 후 2개월 만에 전주사고도 불에 탔지만 두 이름 없는 유생 손홍록과 안의의 필사적인 실록구출작전으로 실록과 어진만큼은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가슴 뭉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손홍록과 안의는 왜군이 들이닥친다는 소문을 듣고 집안의 머슴들을 이끌고 태인에서 전주까지 한걸음에 달려가 전주사고에 보관된 실록을 정읍의 내장산 은봉암과 용굴암으로 피신시킨데 이어 정읍현청과 선조가 피신해 있는 해주, 그리고 묘향산으로 옮겼다가 또 다시 강화도로 옮겼습니다. 실록 800여권 64궤짝이나 되는 엄청난 양을 전국으로 떠돌며 밤잠을 이겨내며 지켜냈다는 자체만으로도 수고한 유생들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시 전주 사람들은 모두 싸움터에 나가 실록을 지킬 만한 경황이 없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실록 보존의 공으로 선조에게 두 차례나 관직을 제수 받았지만 끝내 마다했으며, 그리고 정유재란 때 다시 실록 피난에 나섰다가 안의는 이때 얻은 병으로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오늘 멀리서 오신 동포 여러분! 427년 전 두 영웅만이라도 기억한다면 오늘의 경기전 관람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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