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中企 하청업체 382건 도면 받아...
"납품가 인하 요구 거절하자 다른 업체에 생산 맡겨"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지난 18~21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제주포럼'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18일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한때 중국에서 굴삭기 메이커로 잘 나갔던 두산인프라코어가 납품 단가 인하 요구를 거부한 하청업체 기술을 빼돌려 다른 업체에 넘긴 혐의로 억대 과징금을 받게 됐다. 검찰 조사도 이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9월 ‘중소기업 기술유용 근절대책’을 발표한 이후 첫 처벌 사례로 기록됐다.

재밌는 점은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바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3년 8월 21일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없애기 위한 시대의 과제지만 조금 더 소통이 전제됐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남에게 얘기하기는 쉬워도 자신은 실천하기 어려운 게 '불공정 거래' 없애기라는 것을 깨우쳐준다.

공정위는 23일 중소기업 기술 유용으로 두산인프라코어에 3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회사와 소속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공표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말 굴삭기에 다는 ‘에어 컴프레서(압축 공기로 흙·먼지 등을 제거하는 장비)'를 공급하는 중소기업체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 가격을 18%나 낮출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노코퍼레이션은 거절했다. 그러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이 회사의 제작도면 31장을 다른 협력사에 줘서 같은 제품 개발을 주문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협력사로부터 2016년 7월부터 기존보다 10%가량 싸게 제품을 공급받았다. 이노코퍼레이션과 거래는 끊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 냉각수 저장 탱크를 납품하는 코스모이엔지의 기술 자료도 유용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7월 코스모이엔지가 납품 가격을 올려 달라고 하자 냉각수 저장 탱크 제작도면 38장을 다른 5개 회사에 주고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확인했다. 5개 업체는 거래 조건이 맞지 않아 납품하지는 않았지만 공정위는 거래가 없어도 기술 자료 유용 행위로 판단했다.

이같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2017년 30개 하도급 업체로부터 서면 요구 없이 기술 자료 포함, 382건의 도면을 받아 하도급법을 위반했다.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하도급 업체에 기술 자료를 요구할 수 있지만, 자료의 이름과 범위, 요구 목적, 비밀유지 방법 등 7개 사항을 적어 반드시 서면으로 요청해야 한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기술 유용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중대한 위법 행위”라면서 “기술 유용 과징금 상한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배상 책임 범위는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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