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의 더불어사는 세상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중소기업투데이]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영화를 보기로 했다면,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시간의 제약 때문이다. 또한 1만 원이 있는데 영화를 보기로 했다면,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가진 돈의 한계 때문이다. 어찌 이것이 시간이나 재원만의 문제이겠는가. 데이트 상대도 한 사람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을 포기해야 한다. 직장도 한 회사에 다니기로 했다면, 다른 회사에 다니는 가능성은 포기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셨지만, 그 자유는 한 번에는 하나만 가능하게 제약을 두었고, 포기하는 아픔이 같이 하게 하셨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이라고 하는데, ‘한 재화를 선택했을 때, 포기한 재화 중에 가장 큰 것의 가치’를 말한다고 정의한다.

기회비용이 왜 중요한가. 어떤 일을 할 때는 으레 비용이 필요하다. 비용이 지불될 때, 그로 인해 얻는 만족에 비해 그 비용이 적절한지 판단해야 한다. 영화를 볼 때,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는지, 아니면 재미가 없어서 입장료가 아깝다고 느꼈는지 그것은 중요하다. 왜냐면, 돈도 한계가 있고, 시간도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 돈을 다른 일에 썼더라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했더라면, 더 만족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일을 잘못한 것이 된다. 가치가 있는 다른 일을 했어야 한다. 그래서 늘 비용을 계산할 때는 이 기회비용을 감안해야 합리적이다. 즉 실제비용과 기회비용을 통합하여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소요되는 비용은 눈에 잘 보이는데, 기회비용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기회를 비용으로 감안할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르고,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어떤 일을 선택하면서 그 통합비용을 정확하게 계산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정부 정책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가 한강에 다리를 하나 더 건설하기로 결정을 한다면, 그 건설비용은 다른 도로를 건설하거나 다른 복지비용을 지출하는 것 등 아직 채택되지 않은 다른 어떤 것보다 더욱 만족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즉 효용이 가장 커야 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가급적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집약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풍족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이나 프로젝트부터 비용지불을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실제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정책은 국민 전체에 이익과 불이익을 발생시킨다. 불이익이 더 많이 발생한다면, 효용이 더 큰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1차적으로 근로자들의 소득은 오르는 듯 하지만, 고용주들의 부담이 많아져 고용을 축소하게 되고, 결국 근로자들의 총소득이 줄어들게 된다면,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은 정책이 된다. 기회비용 측면에서는 실패한 정책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이 있더라도 당초대로 추진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약자를 보호하는 옳은 정책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더라도 추진하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된다는 사실과 고비용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그것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 된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인과응보라는 뜻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같은 시간과 같은 돈으로 더 성과를 내는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으면 가난하게 된다. 달콤한 포퓰리즘 정책은 비용이 많은 정책을 계속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정책을 계속하면, 결국 전체 국민의 허리를 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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