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시공자재 공급사업에 진입, 영세업자들 울려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정민구 편집국장
정민구 편집국장

하이엠솔루텍㈜(이하 하이엠)은 LG전자의 서비스 전문 자회사다. 2006년 설립됐고, 시스템에어컨을 비롯, 냉난방공조기기와 헬스케어 가전제품 서비스분야를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독립된 자회사인데도 LG전자의 후광을 입기 위해서인지 홈페이지에는 ‘LG전자’로고가 사명보다 더 크게,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하이엠이 에어컨 시공자재 공급사업에 뛰어든 다음부터다.

하이엠은 자체 생산을 하지 않으면서 시공자재 제조업체들 몇몇을 지정, LG전자의 모든 에어컨 설치에 필요한 부품 및 자재들을 독과점 판매·공급하게 만들어 사달이 났다. 기존 영세시장에 공룡만큼이나 덩치가 큰 대기업 자회사가 들어와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간 냉방시공 자재를 판매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던 업자들이 두 눈 뜨고 ‘밥그릇’을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

한국냉난방자재판매협동조합은 지난 2월 2일 공식 설립됐다. 앞서 언급한 에어컨 설치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팔아서 먹고 살던 업자들이 하이엠의 시장 진입으로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협동조합 설립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이 조합을 꾸리기로 한 지난해 10월 준비 조합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앞서 공정위에 민원을 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처리할 수 없다”는 내용의 답신을 받은 다음이다.

호소문에서 준비 조합은 “요즘 하이엠솔루텍의 횡포는 무섭습니다. LG에서 생산하지 않는 시중 물건들을 갖다 만물상을 차려놓고,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시중에서 사지 말고, 하이엠솔루텍에서 사서 쓰라며, 성과표를 만들어 놓고, 성과가 좋으면 성과금을 주고 시중에서 쓰면 퇴사시키고...”라고 주장했다.

조합 측은 “LG전자는 연간 61조3963억원 매출에 2조4885억원이라는 저희 서민들은 상상하기조차도 어려운 경이로운 수치의 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하이엠을 앞세워 300억~400억 규모에 불과한 민초들 시장까지 초토화시켰다.”고 볼멘소리다. 에어컨 시공자재 판매업자들 수는 대략 6000여명 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들 식구들의 삶도 불안질 수 있다는 하소연이다.

하이엠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 2087억4000만원으로 전년대비 35% 증가를 보였고, 당기순이익 66억 8천만으로 전년대비 30%의 높은 신장률을 보인 잘 나가는 기업이다. 자사 매출의 1/5도 안 되는 전체 냉방시공자재 판매시장을 영세업자로부터 빼앗을 그런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사원수 856명인 기업인 하이엠은 그러나 답을 들으려는 기자와 현재까지 연락되지 않고 있다. 오죽했으면 기자가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하이엠 관계자와 연락을 할 사항이 있다는 말을 전하고, 휴대폰 번호까지 알려줬는데도 돌아오는 것은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 주겠다는 말 뿐이었다.

LG전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7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하도급법 위반으로 등급이 두 계단이나 강등되면서 불명예를 안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LG전자의 하도급법 위반 사안과 관련, 강등을 요청, 등급강등심의를 통한 추가 강등이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젠 LG전자의 자회사까지 중소기업, 그것도 영세기업들을 도와 동반성장할 마음은 추호도 없나?

지난달 LG그룹 회장직을 승계한 구광모 회장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뉴스토마토 등이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2018년 자산총액 기준 기업집단 상위 30개 재벌 및 총수 대상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재벌 신뢰지수에서 LG가 3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제 구 회장이 답해야 할 것이다. 하이엠이 앞으로도 영세기업들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시공자재 공급사업에 계속 참여해야 하는지, 그래서 중소기업과 상생이나 동반성장을 내팽개칠 것인지는 구광모 회장에게 달려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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