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가장 젊은 40세 회장
구본준 부회장, 경영일선 퇴진
AI,IoT,로봇 등서 먹거리 발굴
휴대전화 등 주력사업재건 숙제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LG의 새 시대가 열렸다. 구광모 전 LG전자 상무가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올라서며 LG그룹 ‘4세 경영’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구광모 신임 회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를 통해 상무에서 회장으로 ‘수직 승진’하며 재계 서열 4위 그룹을 이끄는 총수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20일 구본무 회장의 타계 이후 41일 만에 LG그룹이 국내 10대 그룹 중 가장 젊은 40세 회장을 맞게 된것이다. 앞서 재계에선 구 상무가 사장 또는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지만 예상을 깨고 회장으로 낙점됐다. 이날 오전 사내·사외이사 7명이 참석한 ㈜LG 이사회에선 회장 선임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법적 책임을 지는 사내 등기이사에 선임된 상황에서 부회장이나 회장 직급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구본무 회장 타계 이후 그룹 총수 자리를 오래 비워두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이사들은 판단했다.

구본무 회장 와병 중에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했던 구본준 부회장은 이날 경영일선에서 전면 퇴진하기로 했다. 구 부회장은 연말 임원인사에서 정식 퇴임할 예정이다. 구 회장은 그러나 당분간은 하현회 부회장을 비롯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들의 보좌를 받으면서 경험을 쌓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이날 구 회장 선임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선대 회장 때부터 구축한 선진화된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이어가면서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은 1978년 1월생으로 이제 만 40세다. 70개 계열사, 매출 160조원(2017년 기준), 자산 123조원, 국내외에서 21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재계 4위 LG그룹이 그의 어깨에 지워진 것이다. 1947년 구인회 창업주가 락희화학공업사를 세울 때 나이가 만 40세였다.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를 졸업한 구 회장은 2006년 LG에 입사해 12년 동안 주로 LG의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생태계를 경험하려고 1년간 IT 기업 두 곳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2015년 상무로 승진한 이후에도 주로 LG그룹의 미래 사업 발굴에 관여해왔다. 구 회장은 앞으로 지주사 경영 현안을 챙겨가면서 경영 구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동차 전장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등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날 이사회에서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킬 것”이라면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앞에 놓인 과제도 적지 않다. 휴대전화·디스플레이 등 그룹의 주력 사업 실적이 삐걱대고 있고, 그룹을 이끌 미래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LG는 “구광모 회장은 앞으로 지주회사 경영자로서 미래 준비, 인재 투자, 정도 경영에 중점을 두고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LG의 사업에 대해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정도 경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10대 기업의 총수 가운데서는 2세대가 5명으로 가장 많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SK그룹 최태원, 롯데그룹 신동빈, 한화그룹 김승연,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GS그룹 허창수 회장이 3세대이고, 포스코와 농협은 회사가 동일인(총수)이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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