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들의 '뒷북'치는 '면피성' 기업 방문 유감

정민구 편집국장
정민구 편집국장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우스갯소리다. 충청도 들어선 타 지방 운전자가 기나긴 신호와 느릿느릿 여유롭게 운전하는 충청인을 향해 상향등을 켠다든지, 아니면 경적을 울려대며 추월한다는 표시를 한다. 그럴 때 충청도 운전자는 계속 길을 비켜주지 않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양보해 주면서 한마디 한다.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유.”라고.

꼭 요즈음 정부 부처 각료와 여당 원내대표의 행태가 타향에서 온 성마른 운전자가 충청도 사람에게 '지청구'를 듣는 꼴이다. 본지가 지난 1일 보도한 [정부-여당, '면피성 뒷북'으로 잇단 간담회] 기사에서 꼬집은 모습이 2일에도 이어졌다.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 첫날인 이날 중소기업을 찾아 탄력근로제 확대 등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그 방문 대상은 근로시간 단축이 6개월 유예기간 이후 바로 적용되는 300인 이상의 중소기업이었고, 그래서인지 홍 장관은 기업 대표와 간담회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중소기업이 애국자"라며, 헛헛한 ‘입에 발린 소리’를 했다. 아울러 홍 장관은 "정부는 중소기업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기업인들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부족한 부분은 즉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2일 한 근로시간 단축 기업을 방문한 홍종학 중기부 장관(오른쪽).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한편 같은 날 근로시간 단축을 현실화한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은 서울 중구 장교동 대기업인 한화 본사를 방문, 노·사 대표와 노동시간 단축 시행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정시퇴근 하는 직원들과 인사하며 격려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한화가 신규채용과 근무형태 개편 등을 통해 주 52시간 노동시간 준수기업이 됐다”면서 한화를 띄워주는 동시에 김 장관은 “오늘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첫 날로서 사업장 노·사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퇴근시간을 함께하여 매우 의미 있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각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외교관계, 경제문제에서 선호해온 ‘선제적 조치’와는 영 딴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의 ‘꾸중’을 듣고 나서 부랴부랴 ‘뒷북’을 친 ‘면피성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 꾸준히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얘기를 듣고, 설득을 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더욱이 두 장관 모두 국회의원 출신이다. 민심에 귀기울이는 연습은 과연 한 적이 있을까 의심스럽다.

그래서 다시 충청도 사투리를 되뇐다. “아, 그렇게 바쁘면 어제 하지 그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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