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商議-맥킨지 "한국 기업문화 '청바지 입은 꼰대' 상황"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대한상의 주최 '2018 기업문화 혁신 컨퍼런스'
대한상의 주최 '2018 기업문화 혁신 컨퍼런스' <사진=대한상의 제공>

우리나라 기업문화가 캠페인성 조치에 치우쳐 있어 여전히 ‘청바지 입은 꼰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총체적 변화전략이 우선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변화전략에 따라 조직 규모에 맞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개선 전략과 정보를 공유해야 하며, 업무 방해 요소를 없애는 작업도 수반돼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2018 기업문화 혁신 컨퍼런스’에서 ‘한국 기업문화 현주소와 변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맥킨지코리아는 이같은 견해를 제시했다.

맥킨지코리아는 “넥타이를 풀고 청바지를 입는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며 “조직의 근본적인 문화와 관리자들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으면 조직문화 혁신 캠페인이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 ‘바텀 업’ 혁신, 구조·리더십·프로세스 동시 변화해야

대한상의는 2016년부터 맥킨지와 함께 '한국 기업문화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앞서 2016년 3월 대한상의와 맥킨지가 조사한 ‘글로벌 기업 대비 한국 기업 조직건강도 수준’을 살펴봤을 때, 국내 기업에 재직 중인 한 외국인은 우리나라 기업문화에 대해 “임원실은 엄숙하다 못해 장례식장 같고, 결재 단계마다 뒤집히는 의사결정과 의미 없는 회의 등 후진적 기업문화”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국내 기업 100개사의 조직건강도를 조사한 결과 올해도 2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서제희 맥킨지 파트너는 “최근 bottom-up 혁신이 강조되며 소통, 자율 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변하자‘라는 주입식 캠페인 외에 구조, 리더십, 프로세스의 변화가 병행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원인과 해법을 관통하는 체계적 전략없이 혁신이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성공적 조직변화를 위한 4대 원칙으로 ▲체계적 문제진단 ▲명확한 개선목표와 조직원 공감 ▲전방위적-동시다발적 변화 ▲‘작은 성공 만들기’ 등을 제시하며 “기업마다 문제와 원인이 다른 만큼 벤치마킹에 더해 자사의 특성에 맞는 개선 전략을 집요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기업규모별 자율성 부여, 개선 전략-정보 공유가 기본

이날 컨퍼런스는 국내 기업 인사 담당 관계자 400여명이 행사장을 찾아 성황을 이루며, ‘기업문화 개선전략’을 주제로 다양한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최호창 KT 기업문화실장은 ‘1등 워크샵’ 사례를 소개했는데, 이는 회사가 당면한 이슈에 대해 부서와 직급에 상관없이 1박 2일간 토론을 펼치는 경영혁신 프로그램이다.

최 실장은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조직 내 현안이 치열한 끝장토론과 현장에서의 의사결정을 통해 해결되는 것을 경험하며 조직원 사이에서 ‘이게 되는구나’라는 성공경험이 확산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이라고 했다..

또한 최 실장은 “그간 우리 기업들이 위기와 혁신을 너무 빈번히 강조한 탓인지 많은 직원들이 변화와 혁신에 무감각해져 있다”며 “‘이러다 말겠지’ 하는 냉소주의를 깨는 작은 성공사례를 만들고 점진적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주최 '2018 기업문화 혁신 컨퍼런스' <사진=대한상의 제공>

 

‘애자일(Agile) 기업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사례도 소개돼 호응을 얻었다. 애자일이란 말 그대로 날렵하고, 민첩한 대응을 뜻한다. 기존 부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업무 과정에 필요한 모든 직무 담당자를 한 팀으로 구성, 자율과 권한 부여를 통해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말한다.

박익진 ING 부사장은 ‘빅뱅으로 접근하라’ 주제발표를 통해 “100일 간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 4월부터 재무·회계 등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전 조직을 ‘애자일’로 전환했다”며 “조직 구조뿐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성과제도, 리더십 모델 등 모든 것을 바꾸는 기업문화 빅뱅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부사장은 “시행 후 비즈니스 관련 실적이나 고객서비스 등 여러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특히 직원의 몰입도가 크게 높아져 놀라운 수준이다”며 “예전에는 시켜도 하지 않았을 일을 직원들이 스스로 찾아서 처리하는 변화가 일어나면서 평균 업무진행 속도가 2개월에서 2주로 단축되는 민첩한 조직으로 변모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모바일 간편 송금앱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인 ‘Toss’의 사례도 나왔다. ‘지속성장의 힘, 동기부여와 주인의식’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선 이승건 Toss 대표는 자율과 책임이 강조된 스타트업 기업문화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조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어떻게 의사결정 해야 회사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최고 수준의 자율성은 최고 수준의 정보 공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부 임원들만 알 수 있는 정보까지도 모든 팀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람은 일하기를 좋아하는데, 다만 일하기 싫게 만드는 요소들이 조직 내에 있을 뿐”이라며 “업무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최고 수준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는 ‘프로팀’ 같은 기업문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최 대한상의 박준 기업문화팀장은 “기업문화 개선의 목적은 ‘다니기 좋은 회사’가 아닌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는 것”이라며 “일하는 방식 개선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수립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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