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 현장을 가다/경상남도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 현장, 안주영 대양종합가스 대표가 시설개선공사를 마친 후 사용자에게 교체된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 현장, 안주영 대양종합가스 대표가 시설개선공사를 마친 후 사용자에게 교체된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선대상자 명단, 여전히 30% 이상이 '오류'
7년간 사업진행, 남은 개선대상은 산간오지
실태조사 기반한 현실적 추진대책 만들어야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LPG사용가구의 가스안전 확보를 위해 시작된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이 올해로 8년차를 맞았다. 여느 때보다는 일찍 여름이 시작된 6월초 LP가스시설개선사업 2기 3차 년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일선 현장을 확인하기 위한 취재에 나섰다. 올해 방문지는 ‘2018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여야 유력 후보가 맞붙어 뜨거운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던 경상남도, 그중에서도 그 중심에 있는 창원을 찾았다.

경남도청은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 대상자와 가스안전 취약계층 등 한해 1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가스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장치인 타이머 콕을 무료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타이머 콕을 설치한 후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경남도청은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 대상자와 가스안전 취약계층 등 한해 1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가스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장치인 타이머 콕을 무료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타이머 콕을 설치한 후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대표적 도농복합도시 경남

자연친화적인 건강한 삶을 꿈구는 도시인들이 늘면서, 최근 슬로우 시티나 농어촌 체험마을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강원도 강릉 ‘소금강 장천마을’, 횡성 ‘에덴의 꿀벌학교’, 전북 임실 ‘치즈마을’, 경기도 연천군 ‘푸르네 마을’ 등 일부 지역은 지역사회의 장점을 발전시키며 농촌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우리네 농촌은 도시와 비교해 낙후된 에너지 주거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을 통해 2011년 8만5069가구를 시작으로 매년 5~9만여 낙후된 가스사용시설을 개선해 왔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개선가구 수는 54만7372개소에 이르며, 이들 시설은 과거 호스로 이뤄진 가스시설을 도시가스와 같은 안전한 금속배관으로 교체할 수 있었다.

지난 7년간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정부는 가스사고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LP가스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앞서 진행된 1기 5년의 사업만으로도 LPG사고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주택사고를 34%까지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성과는 제2기 사업에서도 역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시설개선사업 2기 3년차를 맞아 지난 4일, 1박2일의 일정으로 경상남도 도청이 위치한 창원시를 찾았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탓인지 KTX열차를 내리자마자 역사 여기저기에는 각 당의 선거운동원들이 자신의 후보를 더 알리기 위한 유세가 한창이었다.

창원을 비롯해 진주, 통영, 사천, 김해, 밀양, 거제, 양산 등 8개시와 의령, 함안, 창녕, 고성, 남해, 하동, 산청, 함양, 거창, 합천 등 9개 군으로 이뤄진 경상남도는 국내 17개 광역 지자체 중에서도 전남, 경북, 전북에 이어 4번째로 시설개선사업 실적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더욱이 창원을 중심으로 김해, 양산, 진주, 통영, 사천, 거제 등은 조선과 기계산업 메카로 대규모 산업단지가 입지하고 있어 도시가스 보급률이 높은 지역이다. 최근 조선과 기계 산업의 침체 영향으로 성장성은 많이 둔화된 상태지만 오랜만에 다시 찾은 창원 시내의 모습은 여전히 화려하고 활기가 넘쳤다.


 

시공자가 기존 호스로 된 가스시설을 철거한 후 금속배관으로 된 가시설을 새로 설치하고 있다.
시공자가 기존 호스로 된 가스시설을 철거한 후 금속배관으로 된 가시설을 새로 설치하고 있다.
시설개선사업 시공현장에서 회수된 조정기. 해당 제품은 제도된 지 약 21년(1997년 10월)된 것으로 확됐다.
시설개선사업 시공현장에서 회수된 조정기. 해당 제품은 제도된 지 약 21년(1997년 10월)된 것으로 확됐다.

시설개선사업 8년차, 현실적 문제는 여전

해를 더하며 시설개선사업은 비교적 현장에서 잘 정착됐다. 오랫동안 사업에 참여해온 시공자들의 기술과 노하우는 이제 충북히 축적됐고, 사업 초기와는 달리 지역 내 많은 사람들이 사업의 내용을 이해하면서 자발적인 문의나 신청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어려움도 여전했다. 사업초기와 마찬가지로 현장에 제공되는 대상자 명단은 여전히 30%이상이 실제와 달랐다. 때문에 시공자가 대상자를 확인해 시공이 이뤄지기까지는 먼저 대상자를 확인하는 작업이 재차 이뤄져야 했다.

“주어진 명단만 정확해도 개선사업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창원 북면 명호마을 시설개선 현장에서 만난 안주영 대양종합가스 대표는 이같은 이유로 본격적인 시설개선 공사를 시작하기 전 먼저 대상자 리스트와 개선대상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창원 토박이로 오랫동안 LPG사업에 몸담아 온 그는 시설개선사업이 시작된 초창기부터 사업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강화되면서 행정관청을 통해 대상자들을 확인하는 일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나마 지역의 현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장이나 지역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대상자들을 확인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늘 시공하는 집은 여건이 좋은 편입니다. 농촌의 경우 배관을 고정하기 어려운 흙벽이나 용기 보관 장소와 주방의 거리가 멀어 시공이 어려운 곳들도 많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공사를 위해 대상 가구를 방문했을 때, 사람이 없어 헛걸음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때문에 공사를 진행하기 전 사용자와 시간 약속을 잡는 것도 반드시 챙겨야할 사항이다.

“노인 한 분이 혼자 거주하는 곳은 20kg 용기 하나로 거의 1년을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가스공급자가 사용자들의 시설을 챙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당일 공사가 진행되는 주택의 용기도 이미 재검사기간을 훌적 넘긴 상태였다. 공급자 입장에서 가스 한 통을 가져다 주고나면, 오히려 검사기한이 만료된 용기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사업자로선 오히려 손해를 봐야하는 상황까지 생긴다.

현장에서 시설개선 작업을 마친 후 수거된 LPG조정기는 1997년 10월 제조된 제품이었다. 권장사용기한이 6년인 이 제품은 사용기간을 무려 15년이나 초과한 상태였다. 함께 수거된 중간밸브와 호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중간밸브는 언제 생산된 제품인지 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고, 호스는 2001년 제조된 제품으로 햇빛에 경화된 부분은 이미 작은 균열들이 진행된 상태라 당장 가스가 새거나 사고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수거된 조정기들을 보시면 알겠지만 비단 이 집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호스를 사용하고 있는 농어촌지역의 가스시설은 대부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는 그나마 정부의 서민층 시설개선사업으로 많은 시설들이 안전하게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농촌지역의 사용시설은 시설노후로 인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새로 집을 짓거나 비용을 들여 대대적으로 집을 수리하지 않는 한 이제까지 이상없이 써온 말짱한(사용자 기준) 가스시설을 일부러 교체하려는 사람은 없다는 설명이었다.


 

민은미 경남도청 경제산업과 주무관(우측 세번째)이 현재 도에서 진행중인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의 진행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은미 경남도청 경제산업과 주무관(우측 세번째)이 현재 도에서 진행중인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의 진행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스안전 취약계층을 위해 보급되고 있는 가스안전기기 가스타이머 콕.
가스안전 취약계층을 위해 보급되고 있는 가스안전기기 가스타이머 콕.

사업완료 위한 국비지원 확대 필요

“국비가 허락 된다면 2020년까지 서민층에 대한 시설개선사업을 모두 완료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민은미 경남도청 경제산업과 주무관의 말이다. 도에서 가스관련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민 주무관은 정부차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실태조사가 모두 완료돼야 보다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겠지만, 현재 시설개선사업 2기 사업의 종료가 2년 남은 상황에서 대상시설을 모두 개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남은 서민층 시설개선사업 1차년도인 2011년 7086가구를 시작으로, 2012년 1만341가구, 2013년 6564가구, 2014년 7049가구, 2015년 7652가구, 2016년 1만1119가구, 2017년 6012가구 등 지난 7년간의 총 5만5823가구의 가스시설을 개선했다. 올해도 총 사업비로 국비 11억 3019만원과 지자체 예산 2억8254만원 등 총 14억1274만원을 투입해 관내 5862세대의 서민층 가스시설을 개선중이다.

하지만 시설개선사업 종료를 2년 남긴 현 상황에서 한 해 1만 가구씩을 개선한다 해도 남아있는 모든 시설을 개선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보다 획기적인 예산증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현 시점 지자체 입장에서 정부 당국에 다시금 사업의 연장을 이야기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니, 적어도 잔여 세대의 개선을 위해 보다 충분한 예산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기대였다.

“주민들의 안전에 직결된 사안이다 보니 시설개선사업은 모든 지자체장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자체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책임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는 올 하반기 청년인턴 30명을 채용해 현재 진행 중인 시설개선사업과 함께 2020년 도래하는 LPG사용시설의 금속배관 의무화 제도를 홍보할 예정이다. 민 주무관은 현재는 도에 관련 사업을 제한해 둔 상태며, 사업이 확정되면 홍보물을 제작해 일반 LPG사용가를 비롯해 사용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설개선 홍보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많은 시설들을 보다 안전한 금속배관으로 교체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많은 미개선시설이 남아있습니다. 더구나 사업이 용이한 곳을 먼저 개선하다 보니 남은 곳들은 산간 오지나 개선이 어려운 곳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 주무관은 앞으로 진행될 정부의 실태조사를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사실 시설개선사업의 특성상 대상층이 가변적일 뿐만 아니라 현장의 복지담당 공무원들도 인력의 한계로 정확한 수요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보니 정부 차원의 보다 정확한 실태파악이 선행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실태파악 결과를 봐야하겠지만 서민층 시설개선사업이 제대로 완료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전체 LPG시설이 금속배관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시설개선사업은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서민층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노령세대를 보함하다보니 현장에서는 끊임없는 대상층 이동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에서는 가스사고와 관련 안전 확보를 위해 정부의 지침 이상으로 엄격한 관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사업자들의 노력과 가스안전공사의 적극적인 협조로 과거와 같은 주민민원이나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어 모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농복합도시의 전형을 가지고 있는 경남도는 가스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매년 1만 가구를 대상으로 가스타이머콕을 보급하고 있으며 내년 착공을 목표로 남해읍의 군 단위 배관망사업도 추진중이다.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회수된 LPG조정기들. 대부분 제품들은 권장사용기간인 6년을 초과한 것들이다.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회수된 LPG조정기들. 대부분 제품들은 권장사용기간인 6년을 초과한 것들이다.
제조회사, 제조연도 조차 확인하기 불가능한 노후한 중간밸브의 모습.
제조회사, 제조연도 조차 확인하기 불가능한 노후한 중간밸브의 모습.
기존 사용하던 LP가스호스는 2001년 생산된 제품으로 이미 경화돼 곳곳에 미세한 균열이 진행되고 있었다.
기존 사용하던 LP가스호스는 2001년 생산된 제품으로 이미 경화돼 곳곳에 미세한 균열이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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