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모럴헤저드’ 심각한 상태…조현아 전 부사장, 회항에 불법 고용
조양호 회장, 자택공사에 회삿돈유용…이명희이사장, 폭언·폭행發경찰조사
조현민 전무 등 세모녀출국금지… “오너家 퇴진, 전문경영인체제 도입해야”
[중소기업투데이 정수남 기자] 재계 2위이던 대우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분식 회계 등으로 공중분해 됐다. 한진그룹이 제2의 대우그룹이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일가의 ‘갑질’과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경영실적 역시 좋지 않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조양회 회장 일가의 갑질은 2014년 말 당시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이륙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서비스를 문제 삼아 난동을 부리며 항공기를 회항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조 전 부사장은 이후 모든 회사 업무에서 배제됐으며,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실형을 살다 2015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석방됐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법원이 항소심을 유지함에 따라 대한항공에 과징금 27억9000만원,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과태료 150만원의 행정처분을 각각 내렸다.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의혹으로 최근 출입국당국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조 전 부사장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9시간 넘게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필리핀 사람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입국당국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10년 동안 20여명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데려와 조양호 회장 부부의 서울 평창동과 조 전 부사장의 이촌동 자택에서 각각 일을 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은 취업활동 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고용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조 회장은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회사돈 30억원을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는 지난달 하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한진그룹 고문 김모 씨(74)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30억원 전액을 반환했고, 김 씨에게 이익이 돌아가지는 않은 점, 김 씨가 구금생활을 하면서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집행유예는 무겁지 않다고 판시했다.
김 씨는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공사와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호텔 신축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호텔 공사비 30억원을 회장 자택 인테리어에 쓴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같은 사실을 조 회장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10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한 의혹이 제기된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69) 이사장 역시 최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그랜드하얏트 인천호텔 증축 공사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밀친 혐의(업무방해,폭행 등) 등을 집중 추궁했다. 아울러 경찰은 이 이사장이 2013년 평창동 자택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자들에게 욕하고 주먹을 휘둘렀다는 의혹, 운전기사를 겸한 수행비서에게 상습적으로 욕하고 때렸다는 의혹 등도 함께 조사했다.
경찰은 한달간 이 이사장에게 폭언·폭행을 당했다는 한진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과 운전기사, 자택 경비원, 가사도우미 등을 모두 조사해 10명이 넘는 피해자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미 확보한 피해자들의 증언과 폐쇄회로(CC)TV 등 증거자료와 이 이사장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모욕, 상해,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폭행·특수폭행 등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관세청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법무부의 출국금지 승인을 받았고, 경찰 역시 폭행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와 이 이사장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했다.
세관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최근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구체적인 탈세·밀수 혐의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최근 경기도 일산 대한항공 협력업체와 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밀수품으로 의심될만한 2.5t 분량의 현물을 발견했다. 현재 인천세관본부는 압수품의 정밀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오너일가의 비도덕성을 문제 삼아 한진그룹 직원들과 소비자단체 등은 오너일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룹 주력인 대한항공 직원 500명은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가졌다.
행사에 참석한 대한항공 한 직원은 “대한항공이 조씨 일가에 의해 망가지지 않도록 퇴진을 이뤄내고, 자랑스러운 일터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조선과 해운의 침체로 한진해운을 폐업하는 등 그룹 위상이 현격하게 추락했다”면서 “한진은 그룹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오너 일가가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룹의 주력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모두 12조922억원의 매출로 전년보다 3%(3531억원) 성장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1조1208억원→9398억원) 급감했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의 자산은 24조6487억원, 부채는 20조8976억원으로 각각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