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투데이 정수남 기자] “야당이 반대하지 않으면 올해 법제화가 가능하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소상공인연합회가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이달 중순 개최한 ‘소상공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대규모 집회’에서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 골목골목을 지키는 소상공인은 천연기념물에 가깝다. 그만큼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일 게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다.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은 국내 첫 군사정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0년대 초부터 매 5년 단위로 실시한 경제개발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1982년부터 1986년 펼쳐진 제5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까지 재벌기업은 대한민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등 재벌기업의 협력사의 희생은 당연시 됐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최근까지도 이 같은 중소 협력사의 희생은 지속됐다.
그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2010년 8.15 축사를 통해 언급하면서 같은 해 말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하는 배경이 됐다. 국내에 동반성장 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정부가 동반성장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자 대기업들은 이듬해 상반기까지 앞 다퉈 협력사와 상생협약을 체결했으며, 협력사와 동반성장책을 쏟아냈다. 게다가 동반위는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선정하는 등 일부 업종에 대기업의 진출을 원천 차단하면서 중기 육성에 주력했다.
중기적합업종 만6년의 결과는? ‘글쎄’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규정을 교묘히 피하는 우회 진출의 꼼수를 부렸고, 중기적합업종이 강제가 아니라 권고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기업들은 이 기간 중기적합업종뿐만이 아니라 소상공인 업종에도 무분별하게 진출하면서 현재는 골목상권까지 초토화됐다.
구멍가게와 동네 슈퍼는 사라진지 오래됐고, 동네빵집의 빈자리는 SPC의 파리바게트와 CJ의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메웠다.
소상공인들이 중기적합업종 대신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지만, 법제정까지는 요원하다.
4월 한달 간 열린 임시 국회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5월 국회에서도 추가경정예산 심의 등으로 가능성은 희박하다. 6월은 지방 선거가 있다. 7,8월 휴가철을 지내면 9월 국정감사가 기다리고 있다. 이어 연말에는 내년 예산안 확정 등 정치권의 굵직한 사안들로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는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
게다가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정체성도 연내 법제화에 걸림돌이다. 지난해 초 출범한 자유한국당은 종전 새누리당의 다른 이름이며, 1997년 창당한 한나라당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들 정당은 소위 서울 ‘강남 부자’를 대변하는 보수 정당으로 서민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제1 야당으로 새누리당에서 이름을 바꾸면서 ‘증산층과 서민을 위한’ 당을 천명했지만, 태생이 ‘가진 자의 당’인 만큼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가가 법제화의 척도가 될 전망이다.
지난 10여년 간 야당은 보수 여당으로 헤게모니를 장악했으며, 현재 여당은 같은 기간 야당으로 친서민 행보를 나타냈다. 정권을 잡으면서도 여전히 정책은 친서민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학영 의원의 말대로 올해 안에 생계형 적합업종의 법제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야를 떠나 범정치적인 ‘진정성’이 필요하다. 이제 ‘진정성’은 조정래 작각가 나눔이 부족한 대한민국을 정의한 ‘천민자본주의’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