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장,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앞 차량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거나, 차선을 지키지 않고 주행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이는 대부분 운전자가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DMB 시청을 하는 등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전방주시 태만’이 원인이다.

다만, 모든 운전자가 딴청을 피우느라 전방주시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거나, 계기판을 확인할 때 전방을 주시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 같은 ‘필연적’ 주시 태만은 특히 운전이 미숙한 초보운전자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6년 고속국도 교통사고 사망자 2명 중 1명은 전방주시 태만이 원인이었다. 고속국도에서 시속 100㎞로 주행할 경우 내비게이션 등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2초 동안 자동차는 50미터를 달린다. 이는 2초 동안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찰나의 순간 어떤 사고가 일어날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내비게이션 사용이 필수가 된 시대에 전방주시 의무를 오로지 운전자의 운전 능력에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속도 등 계기판 정보를 확인하는 일은 주행 중에 반드시 필요하고, 이들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고속국도에서 서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베테랑 운전자도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확인으로 전방 시야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감안해 완성차 업체도 안전한 주행 환경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운전자 역시 안전장치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전방주시 습관을 길러야 한다.

최근에는 사고를 예방하는 능동식 안전장치의 탑재도 늘어나고 있다. 이중에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주목받고 있다. HUD는 속도, 연료 잔량, 길 안내 정보 등 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운전자 전면에 투영하는 첨단 디스플레이 장치이다.

당초 전투기 조종사의 전방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군용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전방주시 태만으로 인한 고속국도 사고가 증가하자 2003년 BMW를 시작으로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등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HUD를 선택사양으로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2012년 기아차가 K9을 시작으로 K7에, 르노삼성이 SM6에, 현대차가 코나에 각각 적용하고 있다.

HUD가 대중화되면서 최근에는 애프터마켓에서 거치형 제품을 손쉽게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시장규모가 커진 만큼 전장업체와 자동차용품 전문 기업들도 다양한 HUD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스원이 운전자 바로 앞 유리창에 화면을 직접 투사하는 전면 유리 반사식 제품을 선보였다.

종전에는 내비게이션 없이도 운전을 잘 했다. 반면, 요즘은 각종 기기가 알려주는 정보에 익숙한 시대가 됐다. 자동차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진화했고, 운전자도 이 진화에 적응하고 있다.

이제 안전운전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사고는 언제 어느 순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는 늘 안전의무를 지켜야 하고, 자동차 업계는 좀 더 안전한 주행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안전운전을 위해 자동차와 운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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