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칼럼 중기칼럼

김영욱 편집국장
김영욱 편집국장

문재인 정부가 상징처럼 새롭게 만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1966년 중소기업기본법이 제정됐지만 독립부처로 탄생하기까지 꼬박 51년이 걸렸다. 그런데 지난 9월 14일 낙마한 박성진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10월 23일 낙점된 홍종학 후보자의 자질론도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홍 후보자가 ‘쪼개기 증여’에 이어, 가천대(옛 경원대) 교수 시절 쓴 책에서 ‘학벌 지상주의’를 드러내 논란이 커지고 있은 것이다. 그는 1998년 출간한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에서 명문대를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중소기업인들에 대해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홍 후보자는 “현실을 개탄하는 취지였다”며 사과했지만, 명문대는커녕 고교 중퇴자가 수두룩한 스타트업을 위해 무슨 정책을 펼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기업가의 덕목은 창의적 발상과 획기적 기술, 위험을 감내하는 의지이지 명문대 졸업장이 결코 아니다.

이 같은 학벌 지상주의적 사고는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등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는 것과도 정면 배치된다. 기업경영 경험이 없는 그가 혹여 그릇된 관념 속에서 비뚤어진 기업관과 학벌주의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홍 후보자는 도덕성 시비에 휩싸여 있다. 시민단체, 국회의원 시절 ‘부(富)의 대물림’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정작 자신과 가족은 약 30억 원을 증여받았다. ‘쪼개기 증여’와 ‘갑질계약서’ 등에 대한 비판은 여권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노동집약적인 생산양식을 취하므로, 고용의 증대를 위해서도 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 그 기본전략은 대기업과 수직적인 연계를 지우면서 중소기업을 계열화시키는 동시에 기업을 특화시켜 고유한 장점을 살려야 한다. 또 대기업위주의 편중된 금융지원을 지양하고, 선별금융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지원을 강화시켜야 한다.

중기부 초대 장관이 되는 인물은 중소벤처기업 정책 수장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 독립부처가 만들어지기까지 오래 걸린 것도 관련 정책을 주인으로서 책임지고 펼치지 못한 탓이 크다. 이제 중기부 장관이란 힘을 갖고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쳐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 등 기업 형태 중심으로 울타리를 만들어선 안 된다. 산업은 크든 작든, 기술과 경쟁력을 중심으로 뒤섞여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또 신임 장관은 중소·벤처기업이 국내용에 머물지 말고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는 도약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중기부 장관의 눈은 항상 글로벌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10일에 열릴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도덕성·자질·역량 등이 요구되지만 그것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중기부 수장으로서 펼쳐 낼 전략이 중요하다. 홍 후보자의 전략이 중소벤처기업인들은 물론 국민한테도 분명히 제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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