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조롱제 재외동포포럼 이사장

‘아르키메데스의 점’이라는 용어가 있다. 그것은 뜨거운 욕조 속에 들어가면서 부력의 원리에 의해 자신의 몸무게만큼 넘치는 물을 보고 ‘유레카(바로 그거야)’라고 외쳤던 이 학자가 다시 지렛대의 원리를 발견하여, 지렛대와 지구 밖의 한 점을 주면 지구라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한 주장에서 유래한 말이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과학에서 인간이 주관적 관점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일을 지칭하는 말이다.

근대 과학은 바로 이 점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그것은 우리 현대 문명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신의 관점으로부터 세상을 바라보던 중세를 벗어나, 인간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 르네상스를 거쳐, 인간의 관점을 벗고 다시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 18세기의 계몽주의 시대부터 진정한 근세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인간은 스스로를 하나의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하였고, 그와 함께 인문 과학이 탄생할 수 있었다. 즉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 철학 등에서 인간은 인간을 배제하면서 주체임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대상으로 탈바꿈하였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세상으로부터 인간의 추방이라는 또 하나의 놀라운 결과에 이르렀다. 인간이 배제되면서 현대 문명은 급격히 발전하였고, 급기야 인간이 없이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단계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정보화 시대와 함께 인공 지능의 놀라운 발전은 인간이 없어도 훌륭하게 독자적으로 운용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줄기 세포의 발견은 인간의 신체 자체를 자유로이 복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앞으로 몇 십 년 내에 인간은 얼마든지 늙고 병든 신체를 젊고 싱싱한 인공 신체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분명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는, 또는 항구적으로 부활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즉 불로장생, 영생, 부활 등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오랜 꿈이 실현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영생은 역설적이게도 인류의 멸망이라는 대가를 치루고 실현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우리가 인위적으로 복제해 낸 인간이 현생 인류와 동일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러한 발전의 방향으로부터 등을 돌릴 수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원칙은 바로 합리적 효율성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을 버리고 원시 상태로 되돌아가기로 한다면, 우리는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버릴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대지진이나, 지구 온난화에 의한 이상 기후, 기상 이변 등에서 보듯이 합리적 시스템을 벗어난 모든 것은 단숨에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에게 이미 들어 선 정보화나, 인공 지능화의 길로부터 벗어날 수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세상을 더욱 더 완벽한 시스템 속에 가둬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죽은 채 살아가는 이상한 상태로부터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져진 참으로 이상한 질문이다. 당신의 인터넷 속의 아이디는 영구히 보존되고, 당신이 인터넷에 달아 놓은 댓글은 영구히 살아서 돌아다닐 수 있음을 상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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