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이행되지 않은 재정지원 요구
정부, 지원금 국민세금인 만큼 신중해야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이명박 정부시대 시작된 농협 사업구조개편, 일명 ‘신·경분리’가 이뤄진지 어느덧 6년의 시간이 흘렀다. 농협 노조에서는 법인분리를 위해 발생한 차입금 21조원은 ‘빚’이자 ‘적자’라고 말하는 반면, 정부에서는 적자가 아닌 ‘차입금’이며, 부채가 아닌 ‘자본’이라고 인식해주길 바라고 있다. 당시 5조원 지원은 정부, 농협, 국회 등과 논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농협의 요구대로 새롭게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면,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신중한 사항이다. 과연 사업구조개편 이후 차입한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해결 방안은 있는지 알아봤다.

MB, 농협 구조개편의 ‘시발점’

1990년대 농협이 신용사업에 치중한다는 비판과 함께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분리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농협이 2004년 농협법을 개정해 농협 스스로 신·경분리 세부추진 계획을 수립키로 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2007년 3월 농협중앙회는 ▲중앙회 ▲경제사업 ▲신용사업 등 3개 법인으로 분리하되, 그 시한을 10년 후인 2017년으로 설정하는 ‘농협중앙회 사업 분리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주도로 농협은 지주회사 방식의 신·경분리가 강행됐다. 당시 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농협 개혁에 대한 요구가 많고, 세계 금융위기 발생 및 자본 조달의 한계 등이었다.

2009년 10월 농협중앙회 대의원회는 농협 사업구조개편 조기 추진에 따른 부족자본은 정부가 전제조건 없이 지원함을 명시했다. 이어 12월 정부는 정부지원 의무규정을 명시한 농협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2011년 3월 국회에서 통과가 됐다.

이듬해 5월 정부와 농협은 ‘이행약정서’를 체결했다. 세부시행계획은 그해 9월 91개 과제를 확정했다. 2012년 현재의 ▲중앙회 ▲금융지주 ▲경제지주의 농협 구조체제를 갖추게 됐다.

지난 6년, 과연 무슨 일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이명박 정부가 강제적으로 신·경분리를 5년이나 앞당겨 시행하는 바람에 현재 농협이 21조원의 빚더미에 내몰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농협 자본차입금(농금채) 은 신·경분리 전인 2011년 3.5조원 규모였지만, 6년만인 2017년 약 21조원으로 6배 증가한 것이다. 당초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법인분리 부족자본금은 금융부분 6조원, 경제부문 1.5조원, 농협중앙회 2.4조원, 자체조달 부족자본금 2조원 등 약 12조원이었다. 이중 6조원을 정부가 책임진다고 약속했으나, 정부는 사업구조개편 당시 필요자본은 26.43조원 중 1조원의 현물출자와 4조원의 채권발행에 따른 이자보전 등 총 5조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5조원 전액 이자보전에 사용되고 말았다.

결국 농협은 차입금 증가와 경제·금융 지주 예하에 신설법인이 생기면서 방만구조가 농협을 비효율적인 구조로 고착화 시켜 경영악화를 초래한 것이다. 여기에 사업구조 개편이후 매년 평균 8500여억원(이자비용 6158억원, 배당금 2291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 농축협에 대한 배당액이 매년 줄고 있어 농업인의 실익도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 판매사업 활성화 강화해야

이런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대해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는 “개편 당시 ‘농협 민주화’가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판매사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지주회사 방식의 사업구조로는 근본 목적인 경제사업 활성화, 특히 판매사업 활성화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상환 교수는 “중앙회 금융지주와 경제지주의 사업이 회원조합을 위한 연합사업이 아니라, 중앙회 경제지주 자체 사업이 중심”이라며 “중앙회 지주사의 목적이 회원조합의 공동이익 증진이 아니라 중앙회 이익 극대화라는 점에서 회원조합과 갈등하고 대립하거나 심지어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회 금융지주의 자회사인 농협은행과 회원조합간 금융점포 개설 지역을 둘러싼 경쟁이나 지자체 공공금고 취급에 따른 수익 전체를 농협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중앙회 경제지주와 회원조합간 마트사업, 사료사업, 공판장사업에서도 이러한 갈등, 이익 침해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장상환 교수는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금융사업 부문에 대해 금융계열사 경영에 대한 회원농협(농민조합원)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 중심의 ‘상호금융연합회’(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장 교수는 “경제지주의 자본금을 상호금융연합회로 이전하고 현재 농협금융지주 계열사들을 상호 금융연합회의 자회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사업 부문은 단·중장기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품목전국연합사업을 확대해야 하고, 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품목조합, 품목조합연합회 결성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경제지주 사업은 품목조합연합회로 이관하고 경제지주 산하 계열사들도 품목조합연합회의 자회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대안이 정착이 되려면 “정부의 품목조합, 품목조합연합회 설립기준완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중앙회의 경제와 방해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농협중앙회에서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소득증대가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농민의 몫을 늘리기 위해 생산비 절감과 유통마진을 줄이는데 노력해야 한다”며 “협동조합 본연의 원칙을 지키고 조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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