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조사반 탱크연결부 레벨게이지 파손 확인
국과수, 파손된 레벨게이지 수거해 정밀감식
OCI사고후 취임한 경영진 교체하자 사고 재발
WF6 관리법령 없어, 제도적 사각지대도 문제

SK머트리얼즈가 사고이후 안전한 불화수소(HF)운송을 위해 차량 앞뒤로 인도차량, 방재차량을 배치해 운행하고 있는 모습.
SK머트리얼즈가 사고이후 안전한 불화수소(HF)운송을 위해 차량 앞뒤로 인도차량, 방재차량을 배치해 운행하고 있는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주민대피령까지 발령됐던 SK머티리얼즈(주)(대표이사 장용호) 경북 영주공장 육불화텅스텐(WF6) 누출사고의 원인은 탱크연결부 배관 레벨게이지가 파손되며 시작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합동조사에 참여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파손된 레벨게이지를 수거해 분석중이나, 정확한 파손 원인과 이유 등이 밝혀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오전 6시36분경 경북 영주시 상줄동 가흥산업단지에 있는 SK머티리얼즈 가스 생산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담긴 탱크에서 육불화텅스텐(WF6)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SK측은 당시 사고로 1.8t 탱크에 있던 육불화텅스텐 약 50kg 가량이 누출됐으며, 사고발생후 신속한 주민대피조치 및 위해조치를 통해 심각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사고 당일 주민 14명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고, 이중 1명이 입원했다. 현장에 있던 직원 1명도 사고 수습 이후 화학물질 접촉으로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육불화텅스텐은 반도체용 특수가스다. 원료 특성상 물과 접촉하면 유해화학물질인 불산(플루오린화 수소산 : HF, Hydrofluoric acid)으로 변한다. 불산을 사람이 마시면 호흡기가 손상될 수 있는 치명적인 물질이다. 이로 인해 사고당시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 사고를 수습하는 한편 인근 주민을 대피시켰다.

경북 영주시 상줄동에 위치한 SK머트리얼즈의 모습.
경북 영주시 상줄동에 위치한 SK머트리얼즈의 모습.

SK머트리얼즈 과거사고 이력

사고가 발생한 SK머티리얼즈는 LCD와 반도체에 사용하는 특수가스를 만드는 사실상 국내 유일한 제조업체다. 독성가스인 NF3를 비롯해 WF6, 모노실란 등 반도체 및 LCD세정 과정에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원료가스를 제조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 설립후 소디프신소재(舊 대백신소재)에서 동양그룹(現 OCI)으로 인수(2010년 완전 인수)됐고, 최근 다시 SK로 매각되는 과정을 거쳐 왔다. OCI 시절이던 2012년 4월 NF3 생산라인에서 회사 설립후 처음으로 폭발사고가 발생했고 ,같은 해 5월에도 수소가 누출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 8월에는 트리클로로실란(TCS : TRiCHLOROSiLANE) 폭발사고까지 겪으며 관련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불운을 겪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사고 발생 후 새로 부임한 임민규 대표는 이후 회사의 경영 최우선 목표를 사업장 안전으로 두고, 관련분야에 많은 설비투자와 안전관리를 중심으로 한 경영을 펴왔다. 그리고 SK가 회사를 인수(2016)한 후에도 최근까지 대표직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SK가 공교롭게 최고경영자를 SK출신으로 교체(2017년 12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자 당혹스러운 상황에 서게 됐다. 특히 새로 취임한 신임 장용호 대표 역시 사업장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했고, 각 시설의 안전관리 현황에 대한 일제점검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후 순위에 배치된 WF6 생산라인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최고 경영자의 역할론이 새삼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사고가 발생한 육불화텅스텐은 누출시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이나 ‘위험물안전관리법’ 등에 별도 규정되지 않은 사각지대 물질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관계 당국 차원의 제도적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K머트리얼즈 전경.
SK머트리얼즈 전경.

사고발생후 후속대책에 진땀 빼는 SK

SK측은 사고발생 후 철저한 사고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18일 진행된 두 번째 언론 브리핑에서 공장 설비에 대한 안전관리 개선 방안과 사고이후 영주시청 등 관계기관 및 주민들의 요구사항들을 적극 검토하고 빠른 시행을 위해 ‘사고 대책 본부’를 운영 중이라고 발표했다.

장용호 대표이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 대책 본부’는 분야별로 설비 안전 보완 조치와 주민 안전 대책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수립, 조기 실행을 통해 달라진 ‘안전 SK머티리얼즈’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동일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공장의 안전강화 방안을 철저하고 신속하게 개선중이며, 동시에 주민 안전 대책도 즉각 실행 가능한 사항은 바로 실행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후속 조치로 현재 SK는 불화수소(HF) 운송 차량에 대해서는 월요일(4월 23일)부터 영주 시내 진입시 인도차량, 비상대응이 가능한 방재차량을 운송차량 앞뒤 배치해 운행하고 있다.

아울러, 시청과 협의를 거쳐 5월 중에는 주요 관공서와의 핫라인을 추가 개설하고 CCTV와풍향계 추가 설치, 가스 마스크, 보호복 등 안전보호구를 주민에게 지급하는 한편 대피 매뉴얼과 주민 비상대피 훈련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6월까지는 공장내 가스 검지기와 연계한 자동 비상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영주 시내에 전광판을 설치해 공장 외곽 지역의 가스 농도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제반 사항에 대해 시청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협의 중이며 협의가 끝나는 대로 즉시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또한, 화학사고 방재차량 비치를 위해 구미 화학재난 합동 방제센터의 화학 전문 방제차량 및 다목적 제독 차량 등을 조사해 SK머티리얼즈 실정에 맞게 설계를 검토하고 있다

장용호 대표이사는 “이번 사고로 매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다”며 “진정으로 다시한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깨닫고, 보다 더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 안전대책 하나 하나를 반드시 이행해 지역 주민들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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