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서 후퇴, 대기업 중심 창조경제 탓
현 정부,생계형적합업종 법제화 등 중소기업편

[중소기업투데이 정수남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8.15 기념 축사에서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주문했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국내 주요 대기업이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이들 기업의 중소협력사는 과도한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이 같은 대중소기업의 관계는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하고 이후 15년 간 지속된 진보 성향의 정권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감안해 이 전 대통령은 국내 경제민주화를 위한 첫걸음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서 찾았고, 같은해 말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하는 배경이 됐다.

1대 동반성장위원장인 정운찬(가운데) 전 위원장이 2011년 12월 위원회 주재 이후 기자단 브리핑을 갖고 있다.
1대 동반성장위원장인 정운찬(가운데) 전 위원장이 2011년 12월 위원회 주재 이후 기자단 브리핑을 갖고 있다.

이듬해 주요 대기업들은 협력사와 동반성장 등 상생안을 앞다퉈 발표했고, 이를 실천한다는 협약을 협력사와 맺었다.
아울러 동반위는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를 매년 평가해 대내외에 알렸다. 동반성장지수 첫 발표인 2012년 4월 대기업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동반위가 민간 단체이기는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하고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는 등 관(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어서이다.

동반위는 아울러 산업계 전반에 퍼진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진출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를 마련했다.

두부, 세탁비누, 고추장 등 100여개 품목에서 동반위의 권고로 대기업의 진출이 원천 차단되거나 제한됐다.

다만, 대기업의 적합업종 진출이 권고사항이고, 적합업종에 이미 진출한 대기업을 제제할 수 있는 방안은 현재 없다. 게다가 동반위의 3년 지정에 연장 3년으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요원해 적합업종에 대한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이자, 대안으로 대기업으로부터 골목상권까지 보호할 수 있는 생계형 적합업종을 법제화 해야 한다는 최근 관련 업계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이 제도는 강제성이 없어 골목상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법안이 항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기적합업종 품목 지정은 동반위에 신청이 접수되면, 동반위가 실태조사 등을 실시하고 조정협의체 운영을 거쳐 실무위원회를 거쳐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현재 27명의 동반위원 가운데 37%(10명)가 대기업 위원이라 적합업종 지정에 이들 위원의 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기업들의 꼼수 역시 적합업종 법제화 요구를 충족하고 있다.

실제 롯데마트는 2016년 카페, 서점, 화원을 결합한 형태의 ‘페이지그린’을 선보였다. ‘화초와 산식물 소매업’이 적합업종이지만, 페이지그린은 ‘특화매장’이라 규제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4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중순 가진 위원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4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중순 가진 위원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는 같은 해 2월 동반위가 서적과 잡지류 소매업, 자동판매기 운영업, 자전거 소매업, 중고자동차 판매업, 제과점업, 플라스틱 봉투, 화초와 산식품 소매업 등 7개 업종을 재지정한데 따른 우회 진출이었다.

대기업 계열사의 한식뷔페 진출도 같은 수법이다. 동반위는 대기업의 음식점 진출 제한에 역세권, 복합다중시설, 신도시 등을 예외 조항으로 뒀다. 현재 유통 대기업들이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자체브랜드(PB) 상품 출시 역시 중소기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에 따라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생계형 적합업종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생계형 적합업종을 법제화 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제는 국회이다. 중기적합업종 법제화가 매번 국회에서 좌절됐고,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입법은 아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기 업계 한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 법제화를 위한 법안이 3건 발의됐지만 소관위는 한번 열렸다”며 “지난해 적합업종 권고 기간이 만료된 49개 업종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 지난달 출범한 4기동반위가 법제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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