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투데이 정수남 기자]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진부도 관치 금융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취임 6개월만에 낙마한 최흥식 금융감독원 원장에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이 임명된 것이다.

금감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재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보직이기 때문에 김 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2일 취임했다.

2012년 국회에 첫발을 디딘 김 신임 원장이 금융위·금감원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한 배경이 이번 발탁의 배경이다. 아울러 서울대를 졸업한 그가 1994년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참여연대를 창립하면서 시민운동을 주도한 진보 성향의 인사라는 점도 이번 발탁에 힘을 보탰다.

소위 코드 인사라, 앞으로 관치(官治) 금융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내 금융계는 최첨단을 걷는 21세기에도 관치 금융을 피할 수 없게됐다.

1960년부터 30여년간 군사정권이 대한민국을 휘어잡으면서 국내 금융계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권력 유지에 일조했다. 금융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이었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25년 간 국내 금융계는 독자생존의 기틀을 마련했고, 상당부분 경영 민주화를 이뤄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구조 역시 상당히 개선됐고, 2000년대 후반부터 금융지주회사가 출범하면서 투명 경영을 도입했다.

다만, 재계와 마찬가지로 금융계도 앞으로 권력의 재단(裁斷)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반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참여연대 출신의 김상조 씨를 앉히면서 그동안 국내 재벌기업들은 좌불안석이었다. 김 위원장이 상생을 주제로 재벌기업의 개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 등 주요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말부터 문재인 정부는 금융권으로 사정의  칼을 돌렸다. 11월 2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회장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셀프 연임이 문제’라고 지적하자, 금감원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겠다’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과잉충성으로 화답했다.

당시 3연임을 추진하던 하나금융그룹의 김정태 회장으로 직격탄이 날았다. 김 회장은 스스로 회장추천위원회에서 빠졌고,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주력했다.

이 같은 관치 금융에도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자, 비위가 틀어진 금융당국은 금융그룹에 대한 마녀사냥 방법을 변경했다. 윤종규 회장을 비롯해 김정태 회장 등 연임 성공 수장들의 채용비리를 들춰내면서 토기몰이식 관치 금융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지주 전 사장이던 최흥식 전 원장의 채용비리도 드러났다.


이 같은 관치 금융은 참여연대 출신의 신임 김기식 원장의 취임으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업계 이구동성이다. 주요 금융그룹이 몸을 사리는 원인이자, 문재인 정부가 과거 군사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되는 부분이다.

정부의 임무는 권력 남용이 아니라 국민이 경제생활을 자유롭고 건전한 경쟁을 통해 영위할 수 있도록 탄탄한 정책적 기틀은 마련하고 구현하는 것이다. 심판은 이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오류들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애써 과거 행적을 들춰 법의 심판 앞에 세운다면 여기에 자유로울 기업과 기업인이 있기나 할까?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