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인적구성, 위상과 역할과 권한 실효성 확보 중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운영위) 산하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가 신설돼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SRI)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내년 중 기금운용위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신설, 사회책임투자의 관점에서 기금운용을 평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회책임투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 이외에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인 성과를 통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촉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자는 투자철학이자 기법이다. ‘사회책임투자위원회’는 ESG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거나 투자를 변경하도록 권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금운용위는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당연직 위원과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 및 관계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다. 기금운용위 산하에는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사전 심의기구인 실무평가위원회를 비롯해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라는 분야별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전문위원회의 하나로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말이다.

‘사회책임투자위원회’는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개별 투자 건을 들여다보고 투자 제한과 보류 등을 권고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방안을 올해 11월 중에 기금운용위에 보고해 논의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규정도 만들 방침으로 알려졌다.‘사회책임투자위원회’가 신설되고 제대로 기능한다면, 기존의 투자 지형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와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위원회’ 신설을 전격 결정한데에는, 그동안 국민연금의 투자행태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점에 있다. 국민연금은 불법과 편법 심지어 사망자를 포함해 수천 명의 피해자를 발생시키는 등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기업에까지 투자함으로써 국민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옥시 등 가습기살균제 기업, 분식회계와 횡령 등 비리로 얼룩진 대우조선해양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배기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 등이 대표적. 더욱 심각한 점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투자를 해놓고도 문제 발생 이후, 기업관여(engagement)를 거의 하지 않았다.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투자 철회나 기업관여 촉구 요구에도 묵묵부답이거나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재벌과 권력의 사적이익을 위해 국민의 자산 수익을 포기한 행태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한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에서 각 당과 대선주자들에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 독립적인 사회책임투자위원회 설치’를 최초로 주장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포럼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법 위반과 비윤리성 등을 지적하며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사례가 부쩍 증가했다.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책임성과 공공성을 높이고,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사회책임투자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소통)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회책임투자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사례로, 노르웨이 정부연기금과 스웨덴의 공적연기금인 AP가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모범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사회책임투자를 질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2017년 중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사회책임투자 관련 전문가들은 “사회책임투자위원회 신설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수 있다”며 “이제 더욱 중요한 건 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비롯해 위상과 역할 그리고 권한이 실효성을 가지는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회책임투자위원회가 면피용이 되는 걸 방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대표성과 상충문제를 고려해 인적 구성을 하되, 특히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깊은 철학과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책임투자위원회의 권고가 단순한 권고로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투자와 기업관여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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