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투자 대거 유치, 자국 내 대규모 R&D 기지 증설
英과 협력 '반도체 설계 기술도 확보'...'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추월' 목표
전문가들, “미·중갈등 속 퇴보하는 韓기업 빈자리 대체 가능”

일본의 대표적 전자산업 기업인 파나소닉의 전시장 부스.
일본 파나소닉의 전시장 부스.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일본이 옛 ‘반도체 최강국’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재건을 위해 특히 올들어 투자유치나 파트너십 확보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애초 지난 1986년 ‘플라자’ 합의 이후 미국에 의해 일본은 세계 반도체 최강국으로서의 자원과 생산능력 등을 미국에 의해 차단 및 억제당하면서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은 모바일 산업 재편에 대응하지 못한 점도 크게 작용, 추락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처럼 정책지원과 기업유치 등 재기를 위한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대만 등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자들을 추격 내지 추월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미·중 갈등의 여파로 대중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미국의 ‘반도체법’ 등의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반대로 일본은 그 와중에서 크게 이득을 보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R&D 분야 등에선 일본이 사실상 대중(對中) 견제의 교두보이자, 독자적인 반도체 기지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일본은 생산 제조시설 측면에서 열세지만, 여전히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언제든 세계 반도체 시장이 선두로 재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지난 19일부터 나흘 간 열린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기회로 삼았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각국 정상과 첨단기술 협력을 약속하고, 특히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미·중 대립으로 시작된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기술경쟁 등 시장 전체에 혼란을 가중시키면서 도약을 위한 기회라 보고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마침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흐름도 일본에 매우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중 반도체 전쟁 외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 투자와, 미국의 자국 반도체 보호 전략, 대만의 파운드리 지배력 약화, 각국의 반도체 자립화 전략이 맞물려 급변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인용한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각국 반도체 기업이 밝힌 일본 투자계획 금액은 총 4조 엔 이상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들어서도 기시다 총리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표들을 만나 일본 투자유치를 적극 요청했다. 그 대상은 인텔 마이크론 TSMC, 삼성전자, IBM 리서치, IMEC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기업의 CEO들은 향후 일본 내 반도체 사업 지원과 운영, 투자 계획 등을 제시했고, 일본 정부는 보조금 지원 등으로 적극 화답했다.

특히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규제도 하나의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중국 측은 한국의 삼성전자, SK가 그 틈을 메워줄 것을 희망하는 눈치다. 그러나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에 소극적인 한국정부의 태도와, 두 기업의 곤혹스런 처지를 틈타 최근 일본이 그 빈자리(중국이 한국 기업으로 대체할 물량)를 적극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시다 총리는 또 G7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영국 수낵 총리와 회담을 갖고 파트너십에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3300억 파운드를 투자하고, 영국 정부가 강점을 지닌 반도체설계 디자인 연구 분야에서 협력키로 했다. 이를 통해 일본도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설계 부문 우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일본은 또한 인도를 비롯한,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과도 접촉,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젊은 연령층 증가와 코로나 팬데믹 등 영향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또한 성장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오는 2025년까지 인도에 127억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며, 애플·시스코·월마트 등도 ‘인도’를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틈타 일본은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또 한 발 나아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른바 초격차 기술개발과 혁신 인재양성을 뒷받침하는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이에 관한 깊이있는 분석을 가한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우리로선 이런 상황을 면밀히 살펴가며, 적절한 타이밍에 맞게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글로벌시장 변화와 경쟁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 역시 원론적 언급일 뿐이어서, 일본판 ‘반도체 굴기’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우리로선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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