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취향 맞는 ‘필터링’ 기법, 조리 공정 디지털화한 ‘주방 OS’ 확산 등
푸드테크 전문 전자상거래도 날로 활성화
식품산업의 근본 패러다임 전환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푸드테크 산업은 최근 AI·IoT·로봇 등의 기술과 접목해 한층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전자상거래 등의 플랫폼화, 푸드테크 형 ‘주방OS’의 보급, 개인맞춤형 서비스가 두드러지고 있는게 최근의 시장 동향이다.
기업들, ‘개인’ 겨냥한 콘텐츠 필터링과 협업 필터링
식품기업 및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AI를 활용해 소비자 개개인의 기호와 특성을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른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간식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이 그런 것들이다.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피하고 싶은 성분과 같은 질문에 답하면, 100여 가지 종류 중에서 몇가지 종류가 선정돼 배송된다. 도착한 상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평가하거나 요청 사항을 얘기함으로써, 자신의 취향에 더 잘 맞는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갱신할 수도 있다.
가정에서 요리할 때도 푸드테크에 의한 개인 맞춤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푸드테크 기업 ‘SideChef’는 원래는 레시피 동영상 사이트를 운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용자의 음식에 관한 기호 및 알레르기 등을 고려한 레시피 검색 및 추천, 메뉴표 작성, 필요한 식재료의 온라인 구매 등을 모두 앱 하나로 완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의 편리성을 강화함으로써 다른 상품·서비스에 대한 스위칭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 맞춤화를 실현하려면 기획, 생산, 마케팅, 판매, 애프터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생산·물류 프로세스에서는 기존에 비해 다품종 소량 공급이 요구된다. 또한 마케팅 및 애프터 서비스에 있어서도 일률적인 대응이 아니라 소비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접근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Nestlé 와 같이 디지털 개혁 전문 조직을 설립한 기업도 있다.
이를 위해 푸드테크의 B2C 사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빅데이터·AI 기술은 이른바 초개인화(hyper personalization)와 AI의 제품·서비스 추천 기능(AI curation)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대체로 알려진 기업들의 추천 알고리즘의 필터링 기법은 크게 콘텐츠 기반 필터링과 협업 필터링으로 나뉜다.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콘텐츠 정보를 기반으로 다른 유사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음식의 경우라면 음식의 맛, 영양소, 식재료, 열량 정보를 데이터화한다. 만약 상품이라면 상품의 상세 정보를 데이터화해 선택된 정보와 상품을 기준으로 유사한 정보와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콘텐츠 자체를 분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서비스 초기 사용자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 크기가 작더라도 추천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콘텐츠 정보를 모두 함축해 적용하기는 다소 어렵기 때문에 알고리즘 측면에서 이용자의 성향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기도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협업 필터링은 다수의 사용자로부터 획득한 행동, 기호 정보에 따라 사용자의 관심사를 자동으로 예측해 주는 기법이다. 예를 들면, 한 레시피 사이트에서 유사한 이용 패턴을 보인 그룹을 하나의 프로파일링 그룹으로 묶어 그와 유사한 패턴의 행동을 보이는 사람에게 동일한 레시피 정보나 밀키트 제품을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협업 필터링의 경우 사용자의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유사성을 찾아 추천하기에 정확도와 신뢰도 측면에서 효과적인 부분이 많다. 그러나 서비스를 운영한지 얼마 안돼 사용자의 데이터가 없는 경우 효과적인 적용이 어려우며, 데이터 양이 증가할 경우 처리 속도의 문제가 발생하고, 유사성만을 근거로 추천하기 때문에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스마트키친과 주방OS 보급
그런 가운데 최근 푸드테크 분야에선 이른바 ‘주방OS’ 개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말 그대로 주방의 모든 요리과정이나 식품 관련 공정을 디지털 기술로 전환한 것이다. AI·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이 총체적으로 적용된 개념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주방OS’라는 용어는 2016년 미국에서 열린 ‘스마트키친 서밋(SKS)’에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분야 전문가인 SK(주)의 김준호 매니저는 “주방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주방가전과 디바이스를 통제하는 스마트 키친의 통합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여기서 특히 ‘스마트 키친’(smart kitchen)의 개념도 생겨난다. 즉 요리를 위한 식재료 구매, 레시피 검색, 주방가전을 통한 조리 등의 모든 단계마다 그 정보를 제공하는 디바이스와 데이터가 융합하는 것이다.
특히 빅데이터와 AI에 대한 관심과 기술이 날로 발전함에 따라 이같은 ‘주방OS’를 통한 최적의 요리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경향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초개인화 내지 폭넓은 데이터 융합에 의한 협업 필터링 등을 통한 B2C산업이 발달하면서, 더욱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는 “앞으로 누가 ‘주방OS’에 대한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통합된 데이터를 확보할 것인가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김 매니저의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등 유통플랫폼 대중화
푸드테크 사업자와 실수요자를 유통 플랫폼 및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유통 및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국내외에선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음식점과 소비자를 플랫폼 상에서 연결하고, 요리를 전달하는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 ‘배달의 민족’을 들 수 있다. 해당 서비스의 국내 이용자 수는 도시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2012년에 100만 명이었던 것이, 2019년에는 10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의 컨소시엄 형태에 의해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유통 플랫폼도 구축되고 있다. 2017년 8월에는 월마트, 네슬레, 유닐레버, IBM 등 4사가 “공급체인의 투명화·효율화를 위한 식품 트레이서빌리티 시스템을 확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밖에도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의해 생산자로부터 음식점, 또는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직접 식품을 전달하는 직판 서비스가 국내에서 등장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이미 규격 외 채소를 유통하는 플랫폼도 만들어졌다.
유통 부문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재편되는게 최근의 푸드테크 시장의 또 다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이나 사업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상품·서비스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공급함으로써 지속적 구매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