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크라우드 펀딩 대체할 ‘팬심’ 투자,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병행
디지털증권 상장시, 금융 인프라로 유통… 증권업계 벌써 발빠른 움직임

부동산이나 실물자산을 디지털 자산으로 '밈'한 NFT 이미지로서, 이와 유사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토큰 증권이 곧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이나 실물자산을 디지털 자산으로 '밈'한 NFT 이미지로서, 이와 유사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토큰 증권이 곧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토큰 증권, 즉 ‘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특히 기업자금 조달 채널을 다양화할 것이란 기대다. 은행 차입이나 사채 발행(Debt finance), 주식 상장 등을 통한 자금 조달 방법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분석기관 IRS글로벌은 “STO가 활성화될 경우 기존 자본시장 밖에서 또 하나의 유력한 자금조달 수단이 됨으로써 다양한 투자가들의 수요에 맞는 투자 기회를 제공하면서 자본정책의 유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현재도 프로젝트 기반의 사업에 대해선 흔히 크라우드 펀딩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은 법률적으로 정리된 바가 없어,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제외하면 (사업 취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응원과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큰 금액을 모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서 새롭게 등장한 STO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공감 투자’ 기반, 자금조달과 커뮤니케이션 양립

이들 전문가들은 기존의 투자나 펀딩과는 다른 STO 특유의 ‘팬심’ 기반의 대중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즉, ‘공감 투자’라고 표현되는 풍토를 기반으로 자금조달과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양립시킨 에코시스템이 STO의 속성이란 얘기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자신이 관심을 가진 비즈니스나 취미에 대해 투자하고, 해당 사업이 성공하면 기존의 투자수익과 함께 금전적인 회수도 기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투자가’이자 ‘팬’이기도 한 것이다.

STO는 그래서 전통적인 유가증권의 토큰화는 물론, 개미 투자자들의 ‘넓은 문’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이외의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프로 투자가 등에 한정됐던 금융상품이 줄어들며 개인 투자가가 구입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기술적 발전의 은혜를 입으면서도, 토큰 증권을 취급하는 금융시장 인프라를 정비하고 고도화하며, 이른바 ‘세컨더리 마켓’을 성립시키고, 기술을 활용해 업무의 효율을 향상하고 자동화함으로써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역시 “이번 금융위의 토큰 증권시장 가이드라인 공개는 향후 국내 토큰 증권시장이 어떻게 구성될 예정인지 보여주었다”고 나름대로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즉 “증권성 검증과 같은 부분은 미국 SEC의 규제와 유사한 반면, 발행과 유통에서는 일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경우 토큰 증권은 전용거래소를 통해 발행하고 유통되며 전용 거래소가 발행과 유통을 겸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나, 국내의 경우 제도권 금융기관이 이를 진행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행과 유통은 분리될 예정”이라고 구분했다.

시장 활성화, ‘투자금액 한도 완화’ 등 전제조건도

앞서 금융위는 토큰 증권이 KRX 디지털 증권시장에 상장되는 경우 기존의 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유통될 것으로 발표했다. “그런 만큼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토큰 증권시장에 대한 접근성은 미국보다 높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게 키움증권의 예상이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의 심수빈 연구원은 “물론 상장을 위한 인프라 마련과 법제화, 상장 시 토큰 증권을 기존의 전자증권으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유통이 활성화 되는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한다면, 제도권 금융기관과 관련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기술 업체의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투자활성화를 위한 단서도 달았다. 즉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이 높다는 점이 적극적인 투자로 연결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반 투자자의 연간 투자금액 한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일반 투자자의 연간 투자금액 한도가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연간 투자금액이 낮게 형성될 경우 투자 수요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조각투자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연간 투자금액 한도는 1000만원~2000만원인데, 만약,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장외시장 토큰증권 거래 금액이 제한될 경우 시장의 관심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또 한가지 조건은 토큰 증권시장이 자리잡기 위한 법개정이다. 현재 가이드라인에 언급된 법 개정을 위한 법안 제출 시기는 2023년 상반기다. 법 개정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거래소 등 인프라 구축 방향과 토큰증권 발행과 관련된 기술적인 부분도 미리 검토, 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측면에서 가이드라인 공개 이후 새로운 토큰 증권이 발행되고 이를 통한 자금조달 사례가 빠르게 등장하기 보다는 토큰 증권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조각투자 상품이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는게 키움증권 의 결론이다.

국내 증권업계, 시장 선점 위한 발빠른 움직임

그런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은 이미 시장 선점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STO 플랫폼 개발이나 조각투자사와의 업무 협약 체결 등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자체 STO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STO 플랫폼은 폐쇄형 네트워크인 ‘프라이빗 블록체인’만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으로 플랫폼부터 구축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이미 STO 플랫폼 서비스를 위한 핵심기능 개발 작업과 테스트를 마쳤고 유관 부서 실무자로 구성된 TF팀을 운영 중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블록체인 기업인 ‘람다256’과 토큰증권 플랫폼 사업을 위한 기능 검증(PoC)에 착수했으며 다양한 기초자산을 토큰 증권화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HJ중공업, 한국토지신탁과 협업을 맺고 부동산, 선박 등의 분야를 타진 중이다. 키움증권은 부동산∙미술품∙음악저작권 조각투자사, 하나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사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또한 SK증권은 미술품과 부동산 분야에서 협력사를 찾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SK증권은 디지털자산 수탁회사인 ‘인피닛블록’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 밖에 대신증권도 부동산 조각 플랫폼인 카사코리아 인수를 추진하는 등 증권업계의 물밑 경쟁은 이미 본격 점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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