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섭 가족기업학회장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윤병섭 가족기업학회 부회장<br>
윤병섭 가족기업학회장

이 시리즈를 쓰는 목적은 소상공인이 지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함이다. 일본 3대 상인은 오미(近江) 상인, 이세(伊勢) 상인, 오사카(大阪) 상인이며 그 중 오미(近江) 상인을 다뤘다. 오미 상인은 1600년대 초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에도(江戶, 지금의 도쿄)를 본거지로 쇼군(將軍)의 통치 기구인 막부(幕府)와 다이묘(大名)의 영지인 번을 합쳐 부른 무사계급 지배기구인 막번체제(幕藩體制)를 창설한 이후부터 활약했다. 황실 중심의 왕정복고를 통한 중앙 통일 권력의 확립에 이르는 광범위한 변혁 과정을 총칭하는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시대에 접어들 때까지 260여 년 동안 흔들림 없이 상업에 몰두했다. 현재의 시가현(滋賀県), 즉 오미를 근거지로 도쿄(東京), 교토(京都), 오사카(大阪), 홋카이도(北海道) 등 일본 각지에 마포, 모기장, 칠기, 삼베, 포목, 무명 등 지역 특산품을 행상으로 판매하면서 수 대에 걸쳐 전통을 만들고, 잇고 정신을 꾸준히 계승하는 공을 들여 상도(商道)를 확립했다. 우리나라 소상공인이 일본 오미 상인으로부터 시사점과 지혜를 얻어 소상공인의 꿈을 펼치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오미상인의 계보를 잇는 대기업 중 하나인 미쓰이家의 발상지(미에현 마쓰사카). 일본 미쓰이 재벌의 선조도 사무라이 가문이었다. 1616년 일본 중부 오미국(近江國) 사사키(佐佐木) 집안의 가신으로 살던 미쓰이 다카토시(三井高俊)는 칼을 내려놓고 지금의 미에현(三重) 마쓰사카(松阪)에서 상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양조장을 열어 청주를 빚고, 전당포(質屋)를 개설했다. [위키피디아]

막강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본을 축적한 오미 상인이 일본 상권을 쥔 경영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품정보를 꿰뚫고 있었다. 오미 상인은 자신의 지방에서 나는 물산뿐만 아니라 일본 전국 각지에서 나는 물산의 동향을 꿰뚫고 있었다. 전국 각지를 걸어 다니며 그곳의 토산물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상품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했다.

둘째, 판매에 수급조절 상술을 발휘했다. 시장조사를 통해 물자의 수요와 공급을 읽고 조절 기능을 했다. 모기장이 귀한 지역에 매점매석 않고 공급을 늘려 수요와 공급을 조절했다. 간토지방이나 동북지방에서 생산되는 홍화(紅花), 생사(生絲) 등의 산물을 그것이 나지 않는 지역에 팔고, 또 다른 지역에서 풍부한 물건을 그 물건이 없는 지역으로 판매하는 상술을 가지고 있었다.

셋째, 물산을 연결판매했다. 서로 다른 고장의 생산물을 유통하는 연결판매는 타국 물산을 교환하는 상사 활동의 기본이다. 즉 수요와 공급의 지역별 차이를 활용해 이익을 도모하고 서로 다른 고장끼리 물산 판매를 할 수 있는 유통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각 지역의 산물을 각지의 거점을 통해 파는 전국적 유통망을 갖춘 광역지향 행상이다. 오늘날의 무역상사와 같은 역할이다. 이런 방식은 쌍방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서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어 물산의 이동과 지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넷째, 현재의 체인점 형태에 가까운 출점(出店), 지점(枝店)의 권한계층 조직을 적극적으로 개설했다. 구성원의 직무나 부문을 기능별, 제품별, 지역별 등으로 나눠 다른 지역을 대상으로 본업에 충실한 출점경영(出店經營)을 했다. 행상에 성공하면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 즉 수요가 있는 곳에 점포를 내었고 거기서 성공하면 또 점포를 내어 물류거점을 만들고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다른 지역에 새로운 거점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고 소비자 신뢰를 얻도록 노력했다.

다섯째,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세상(사람)의 삼자(三者)에게 모두 좋은 ‘산포 요시(三方よし)’ 정신을 지녔다. 손님을 기쁘게 하면서 거래선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상인 정신을 가졌다. 한번 거래를 맺으면 큰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최소한의 이익을 남기고 파는 박리다매를 중시했다. 지역사회에 점포를 깊숙이 뿌리내려 지역 번영을 이끌고 지역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단골 거래처를 개척하고 판로를 확대했다.

여섯째, 같은 출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사람들 사이의 인연에 근거한 상인 조합 오오토 반나카마(大当番仲間) 동업자조직을 창립했다. 합자 제도를 통해 점포를 형성하는 자본개념을 도입했다. 자기 자금으로만 사업을 확장하는 것보다 합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했다. 공동출자에 따른 합자점포로 신용을 쌓고 거래선을 늘리며 합리적인 경영을 통해 경영 능력을 발휘해 나갔다. 공동투자를 통해 소규모 자금으로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경영능력을 공유하여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회비 가케덴(掛銭)을 지불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에도 시대에는 이익 독점을 목적으로 하는 동업자 조합이 많았지만 업종을 불문하고 조직된 상인 조합은 전국적으로 볼 때 드물다.

일곱째, 고향 의식이 강했다. 동향 상인이라는 이 동료의식은 상인으로는 경쟁자지만,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상조조직이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정숙장(定宿帳), 즉 여인숙을 운영하는 동료가 숙박의 편의를 제공했다. 초기에 먼 길을 걸어 행상했으므로 부피가 크지 않고 경량의 상품인 칠기나 매약을 취급했으나, 점점 여인숙을 통해 판로를 확대했다. 동료로 연결된 여인숙은 주변 지역의 정세를 가늠하고 각지의 정보를 교환하는 거점이기도 했다. 정숙장(定宿帳)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여덟째, 복식부기를 사용해 계산을 철저히 했다. 엄격한 신분제도 사회 아래에서 노동의 성과를 화폐로 바꾸는 습관이 없었던 시대에, 자본과 이익을 보존하는 것 이상으로 복식부기 제도를 통해 각 지점의 지배인들과 이익을 나누는 합리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기대 이상의 이익을 창출하면 각 점포의 지배인들에게 출정금(出精金)을 나누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홉째, 3분의 1의 미츠와리(三ツ割) 이익분배제도를 확립했다. 벌어들인 수익금을 본가상납(本家上納), 내부유보, 점원배당 등 3등분으로 나눠 배당하는 이익분배제도인 미츠와리(三ツ割) 제도를 도입했다. 점원 배당금은 지배인과 일반점원에게 지급하는 점포경영 인센티브다. 업무수행에 대한 동기부여로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효과가 있다. 할당비율은 상인조직마다 다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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