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비관적 전망에 전문가들 다양한 분석·토론
90년대 일본, 경기침체와 자금왜곡으로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악순환
“그러나 지금은 전세계 고금리·고물가, 자산버블 적어” 이견도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는 일본 도쿄 중심부 전경.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는 일본 도쿄 중심부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전세계가 마치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을 겪을 것인가. 최근 세계은행이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이 오고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경제발전의 황금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면서 세계경제의 ‘일본화(Japanization)’를 경고했다. 세계은행 보고서가 나온 직후 실제로 그런 현상이 도래할 것인지를 두고 전문가들 간에도 토론과 논쟁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무엇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노동 생산성 정체,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인한 투자 위축 등이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우리로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마다 약간씩 달리 진단을 하고 있다. 일단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자산버블 붕괴와 자금흐름 왜곡으로 시작되었다는데엔 큰 이견이 없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당시 ‘잃어버린 10년’은 1980년대 장기 호황과 과도한 유동성 공급 등으로 적정가치 이상 현상이 생기면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버블이 터지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돌이켰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금융권 부실처리를 질질 끌면서 오히려 금융기관 도산 등이 본격화됐다. 이에 민간 부문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결국 자산가격 하락과 부채 확대로 가계와 기업이 부채상환에 집중하면서 경제전반의 자금흐름이 위축되고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는 경기불황의 악순환이 지속됐다”는 진단이다. 그 결과 경기침체와 자금흐름 왜곡으로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악순환이 장기간 반복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일본의 당시 모습은 현재 세계 주요국의 현실과 겹쳐진다는 점에서 세계은행의 전망이 갖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신흥국의 성장을 견인해왔던 현실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즉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 신흥국 FDI(외국인 직접투자) 위축, 주요국 긴축 등으로 신흥국의 경기가 악화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률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로 인해 생산과 소비여력이 약화되고, 재정능력도 악화됨으로서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국 정부부채 누증, 금융시장 변동성 확산, 한계기업 확산, 잠재성장률 추락 등의 부작용만 심화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은행 전망과는 달리) 세계경제가 ‘일본화’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는게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일본화’는 저성장과 함께 구조적으로 저물가·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현재 전세계는 오히려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다. 즉, 공급망 병목 현상에다 러·우 전쟁 등이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또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통화긴축을 강력하게 실시함에 따라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요국 자산가격의 버블이 1990년대 일본에 비해 크지 않다는 점도 근거가 되고 있다. 게다가 “정책당국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점도 ‘일본화’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면서 “실제로 최근 주요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로 ‘일본화’ 가능성이 낮아진 모습”임을 강조했다.

다만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이 일상화되면서 산업별·국가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여성 등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진입이나 기술혁신,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한 생산성의 획기적인 개선이 없을 경우 세계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저성장이 일상화되면서 고령친화산업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또한 “인구구조 변화는 금융자산 선호에도 변화를 유발해 가계 순자산의 축적이 빨라지고, 수익성을 중시하는 주식 등 투자자산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한편, ‘포스트 차이나’ 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풍부한 노동인구, 낮은 임금 수준과 성장하는 소비시장 등을 앞세워 인도가 글로벌 기업의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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