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이접기' 도서 비치
다른 도서관에도 비치 논의중
그간 日오리가미에 가려 빛 못봐
한국어 및 한국문화 전파 계기

본지 칼럼리스트인 박춘태 교수가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투랑아 중앙도서관에 비치된 ‘종이나라+’ 잡지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춘태 객원 칼럼니스트] 낮기온이 33도! 한여름의 열기로 가득한 지난 1월말, 이곳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 있는 ‘홀스웰 도서관(Halswell Library)’을 방문했다. 종이문화재단에서 발행한 K-종이접기 잡지인 ‘종이나라+’를 기증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종이접기 활동을 통해 한국어 및 한국문화를 뉴질랜드 사회에 알리고 싶다는 평소 소망때문이기도 했다. 도서관 직원에게 ‘종이나라+’잡지를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한국 종이접기?’라고 신기한 듯 묻는다. 말하자면 일본의 오리가미는 들어봤지만 한국의 종이접기는 처음 들어본다는 말이다. 해외에서 뉴질랜드에 책, 잡지 등이 유입돼 도서관에 기증을 하면 바로 비치되지 않는다. 기증받은 도서 등은 내용, 디자인, 도서로서의 가치 등 다양한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전문기관에 보낸다. 검토 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비치 장소, 시기, 진열 방법을 결정한다. 1차로 기증한 ‘종이나라+’는 검토 결과, 대단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3월 중순에는 2차로 ‘종이접기 전집’ 등을 1차 때와 같은 도서관에 기증했다. 여태까지 뉴질랜드에서는 우리 고유의 ‘한국 종이접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설령 알고 있었다고 해도 일본의 오리가미에 가려 햇빛을 보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뉴질랜드 공공도서관에서 한국 종이접기 관련 책 또는 잡지가 뉴질랜드 대중들에게 소개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한국의 종이접기가 햇빛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투랑아 중앙도서관' 외관.

K-종이접기는 그 자체의 활동뿐만 아니라 한국어 및 한국문화의 전파라는 큰 틀을 구축할 수 있다. 그렇기에 무척 설레인다. 지난 3월말 크라이스트처치 도서관 ‘Content Selection & Access’ 담당자에게서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종이접기 잡지 검토가 끝났다면서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서관인 ‘투랑아 중앙도서관(Turanga Central Library)’에 비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그 후 지난 4월 21일. 시내 중심부에 있는 투랑아 도서관을 방문했다. K-종이접기 잡지가 비치된 곳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도서관 4층 잡지 코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드디어 ‘종이나라+’가 비치돼 있는 곳을 발견했다. 감개무량했다. 그러나 기증한 모든 도서가 비치돼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담당 직원에게 물었더니 기증된 다른 책들은 이미 빌려갔다고 한다. 참 좋은 현상이다. 많은 독자들로부터 이미 눈길을 끌고 있다는 방증이다. 뉴질랜드는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 또는 단체별 취미 활동이 활성화 돼 있다. 이런 면에서 K-종이접기는 가장 인기있는 취미 활동이 될 수 있다. ‘종이나라+’에서 보듯이 비록 한글만으로 표기돼 있긴 하지만, K-종이접기를 하는 순서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어서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여기에 깃들여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영혼과 정신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이 가장 고민했던 것 중의 하나가 많은 책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자소를 경복궁으로 이전했는가 하면, 편찬과 인쇄를 담당하는 부서를 궁중에 따로 설치할 정도였다. 세종의 뜻대로 한글로 쓰인 책은 오늘날 한류의 확대 및 재생산에 힘입어 전 세계에 보급되고 있다. 대단한 진보가 아닐 수 없다. 세종이 도서 보급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은 자신이 독서를 통해 제왕 통치의 도를 깨쳤으며 과학 기술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세종의 뜻을 실천적으로 보여 준 예가 한국 종이접기의 뉴질랜드 공공도서관 진출이라고 생각한다.

'투랑아 중앙도서관' 1층 내부.

그동안 뉴질랜드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한국도서는 대부분 한인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비치된 대부분의 책으로는 교양서적이 많은데, 한글로 편집돼 있다. 때문에 이용자 측면에서 사실상 키위(뉴질랜드 현지인)들은 거의 배제돼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한국 종이접기 도서의 보급은 한글을 모르는 현지인들까지 관심도를 증폭시킬 수 있다. 한글을 모르더라도 순서대로 그림만 보며 따라하면 익히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은 “종이문화재단에서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K-종이접기관련 도서가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중앙도서관에 비치된다고 하니 대단히 기쁘다. 이는 한국어 보급 및 한류 활성화 차원에서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맞는 말이다. 지난 4월 27일, 도서관 비치용 도서 결정권자로부터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많은 양의 기증도서에 감동했다는 내용과 크라이스트처치 중앙도서관뿐만 아니라 다른 도서관에도 K-종이접기 도서 비치를 위해 도서관 담당자들이 논의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도서관 담당자의 사려 깊음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과 큰 감동을 받았다.

K-종이접기 도서의 뉴질랜드 공공도서관 진출은 실로 그 의의가 크다. K-종이접기 도서라는 하나의 문화적 연결이 한글과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며, 한글과 한국어 세계화에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종이접기야말로 K-Culture의 사절단이자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우리 민족의 삶을 담는 그릇이 아닐까 한다. 모두가 이용가능한 도서로 전 세계 공공도서관에 비치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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