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유출이 가장 많아
거래처 정보, 제작·가공 기술 경쟁업체 빼돌리거나 ‘창업’
상표권 등 산업재산권 침해도 많아
특허청, ‘지식재산 보호 실태조사’

사진은 'K프린팅 2022'의 모습으로 본문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
'K프린팅 2022' 전시장 모습. 본문과 직접 관련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고주파를 활용한 산업자재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A업체 대표는 “퇴직한 직원이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차리는 바람에 요즘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작업의 특성상 단순한 장비 사용법 외에도 이 업체 특유의 고주파 작동 방식이 있는데, 이를 해당 직원이 그대로 “들고 나갔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왕에 거래하던 바이어나, 소비자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이처럼 기업의 종사자가 작업 노하우나 영업비밀을 활용해 새로운 경쟁업체를 창업하거나, 다른 경쟁업체로 옮겨가는 경우는 중소기업들 간에도 드물지 않은 사례다. 실제로 기업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는 주로 퇴직자에 의해 가장 많이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지식재산 보호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경험한 영업비밀 유출 가운데 퇴직자에 의한 유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비밀 유출 유형을 보면, 퇴직자에 의한 영업비밀 유출이 절반 이상인 51.2%로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퇴직자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비밀보호 서약서’를 받는 등의 관리 노력은 44.8%에 불과해서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퇴직자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 뒤를 이어재직자(26.4%)나, 외부인(24%)에 의해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음식(K-Food)’으로 주목받는 음식료 등 제조업 분야의 영업비밀 유출 비율(2.3%)이 일단 가장 많았다. 이는 음식료 분야 업체의 숫자나 비율이 가장 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 다음으론 국가 주력산업인 반도체 등의 전기 전자산업(2.1%)도 영업비밀 유출이 많았다. 또 의복·신발 제조업(2.0%), 비금속 광물 산업(1.9%), 화학 산업(1.7%), 기타 제조업(1.3%), 기계 산업(1.2%), 도·소매업(1.1%), 사업서비스·통신업(0.7%) 등의 순이었다.

국내 기업 중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6.8%이고, 영업비밀 보유기업 중 ‘최근 5년간(’17~’21) 영업비밀 유출 피해를 경험한 기업’은 1%로 조사됐다.

유출행위의 유형으로는 상품형태 모방이 가장 많았다. 이를 두고 특허청은 “최근 명품을 선호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장기간의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비대면 산업의 성장 등, 온라인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종사자수 10인 이상인 국내기업 8269개사를 대상으로 영업비밀·산업재산권의 보유 및 피해 현황, 부정경쟁행위 인식 및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내용은 영업비밀·산업재산권 보유, 그리고 피해현황, 부정경쟁행위 경험 현황, 정책수요 및 보호 수준 등이다.

한편 국내 기업이 ‘최근 5년간(’17~’21) 부정경쟁행위를 직접 경험했거나 간접적으로 목격한 비율은 5.2%로 나타났다.

부정경쟁 행위로는 상품·영업주체 혼동(1.6%), 원산지 거짓표시(1.5%), 아이디어 탈취(1.5%), 품질 오인유발(1.3%), 타인의 성과 도용행위(1%), 퍼블리시티권 침해행위(0.9%), 데이터 부정취득·사용행위(0.7%) 순이다.

또 국내 기업의 산업재산권 보유 비율은 22.2%로 나타났다. 보유하고 있는 권리유형(복수응답)으로는 특허권이 18.2%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상표권(6.9%), 디자인권(4.8%) 순이었다. 이처럼 산업재산권과 상표권 피해가 높게 나타난 원인으로는 소셜 미디어와 열린장터(오픈마켓) 등 온라인을 통한 위조상품 유통이 급증하여 상표권 침해 피해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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