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섭 가족기업학회장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윤병섭 가족기업학회장
윤병섭 가족기업학회장

이 시리즈를 쓰는 목적은 소상공인이 지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함이다. 일본 3대 상인은 오미(近江) 상인, 이세(伊勢) 상인, 오사카(大阪) 상인이나 오미(近江) 상인을 다뤘다. 오미(近江) 상인은 1600년대 초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에도(江戶, 지금의 도쿄)를 본거지로 쇼군(將軍)의 통치 기구인 막부(幕府)와 다이묘(大名)의 영지인 번을 합쳐 부른 무사 계급 지배 기구인 막번체제(幕藩體制)를 창설 이후부터 활약했다. 황실 중심의 왕정복고를 통한 중앙 통일 권력의 확립에 이르는 광범위한 변혁 과정을 총칭하는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시대에 접어들 때까지 260여 년 동안 흔들림 없이 상업에 몰두했다. 현재의 시가현(滋賀県), 즉 오미(近江)를 근거지로 도쿄(東京), 교토(京都), 오사카(大阪), 홋카이도(北海道) 등 일본 각지에 마포, 모기장, 칠기, 삼베, 포목, 무명 등 지역 특산품을 행상으로 판매하면서 수 대에 걸쳐 전통을 만들고, 잇고 정신을 꾸준히 계승하는 공을 들여 상도(商道)를 확립했다. 우리나라 소상공인이 일본 오미 상인으로부터 시사점과 지혜를 얻어 소상공인의 꿈을 펼치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오미하치만 市

일본은 상점, 음식점, 목욕탕, 술집 등의 출입문 위에 옥호(屋號), 상호 또는 가문(家紋) 등을 써넣은 천, 노렌(暖簾)을 걸어 놓는다. 노렌은 12세기 헤이안(平安) 시대 최상층 귀족이었던 겐페이토키츠(源平藤橘), 즉 미나모토(源), 타이라 또는 헤이시(平), 후지와라(藤源), 타치바나(橘) 4대 가문(家門)이 사용하면서 점차 확산됐다.

가문(家紋)은 보통 식물과 꽃이 대종을 이루는데 일본 황실은 국화, 시마즈는 고삐(재갈, 열십자), 도쿠가와는 아오이(葵)(접시꽃), 도요토미는 오동나무 등의 무늬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 막부시대 각 번(藩) 또는 막부의 어용상인(御用商人)인 오미 지역 상인들은 아오이(접시꽃) 무늬가 들어간 통행증으로 전국을 누비며 행상을 했다. 에도 시대 중기에 상업으로 힘을 얻은 오미 지역을 막부(幕府)가 직할령으로 다스릴 때 아오이(접시꽃) 무늬가 들어간 통행증으로 관문을 우선 통행했다. 이 무늬가 오미 상인들의 노렌(暖簾)이 됐고, 근검, 검약, 정직, 견실, 관용을 생활철학으로 삼았다. 일본 오미 상인의 사상과 행동철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파는 사람도 이롭고, 사는 사람도 이로우며, 세상도 이로워야 한다는 산포요시(三方よし) 정신이다. 산포(三方)란 판매자, 구매자, 사회 전체를 말한다. 판매자가 자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구매자가 진심으로 만족하고 나아가 지역사회 발전과 복리증진에 공헌해야 한다는 뜻이다. 산포요시(三方よし)의 이념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사료는 1754년에 칸자키군(神崎郡) 이시바데라촌(石場寺村)(現 히가시오미시(東近江市) 고가쇼(五個莊) 이시바지쵸(石馬寺町)의 나카무라 지헤에(中村冶兵衛) 2세가 남긴 가훈이라고 여겨진다. 이것을 이토추상사(伊藤忠商事) 창업자 이토추베(伊藤忠兵衛)(초대)가 널리 알렸다고 한다. 다만, 산포요시(三方よし)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연구자가 알기 쉽게 표어화한 것으로, 쇼와(昭和) 이전에는 산포요시(三方よし)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카무라 지헤에(中村冶兵衛) 2세는 교토를 거점으로 삼베, 면화 등을 유통시켜 크게 성공했으며, 1754년 당시 15세였던 손자(4代)에게 쓴 자필 유언장에 ‘산포요시’의 의미를 담아 상인으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음가짐 등을 남겼다.

나카무라 지헤에(中村冶兵衛) 2세는 “판매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야 한다”면서 “투기, 부당경쟁, 매점매석 그리고 권력과의 결탁에 따른 폭리를 얻는 것은 진정한 상인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정 거래처로부터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多利僅商), 이익이 작더라도 먼 곳까지 많은 거래처를 상대로 팔아라(薄利廣商)는 오미 상인의 철학은 승자독식과 정경유착의 폐해를 경계하고 시장을 찾아 나가야 함을 보여준다.

오미 상인의 사상과 행동철학 두번째는, 시마츠시테 키바루(始末して気張る) 사훈 또는 점훈(店訓)이다. 낭비하지 않고 근검절약한다는 의미의 시마츠(始末)는 단순한 구두쇠가 아니라 설령 값비싼 물건이라도 정말 좋은 것이라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생각하는 것이다. 키바루(気張る)란 진심으로 큰 마음먹고 많은 돈을 내거나 용기를 내어 분발하거나 기세를 다잡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시적인 허세가 아니라는 의미다. 오미 상인이 자신들이 진출한 타 지역의 공공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은 이러한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세번째, 리신오킨(利真於勤) 정신이다. 오미(近江) 상인의 발원지 호동(湖東) 지역의 이토추상사(伊藤忠商事) 창업자 이토추베(伊藤忠兵衛)(초대)의 좌우명이다. 이익은 상인 본연의 근무를 완수한 결과로서 얻는 것이지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영리지상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 상인은 결국 번영한다. 부지런함이 이익의 근본이 되며, 부지런함으로부터 진정한 이익을 얻는다. 물자의 수급 조절이 상인의 소임이자 천직이며, 상인에게 주어진 가치관을 온전히 달성하기 위해 소임을 다하는 것이지 이익을 목적으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네번째는, 인토쿠 젠지(陰德善事) 정신이다.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 위한 행동(売名行為), 즉 자기과시나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남몰래 선행을 베푸는 행위다. 음덕을 베푸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진정하게 남을 위하는 것이다. 오미 상인은 신사나 사찰에 보시하거나 교량공사나 가로등 공사, 학교건설 등에 기부를 하고 기증을 하였던 사례들이 많다.

산포요시(三方よし), 시마츠시테 키바루(始末して気張る), 리신오킨(利真於勤), 인토쿠젠지(陰德善事) 등의 정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좋은 일을 한다면 온 세상이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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