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등 정부안 충족…경영승계 마무리 포석
현대차, 순환출자고리 해소…삼성 “오너, 일소 의지”
CJ, CJ올리브네트웍스 통해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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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재벌기업의 순환출자 구조 척결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를 위한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재벌기업은 지배구조를 개선하면서 경영 승계를 매듭짓는 등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정수남 기자] 국내 제계 2위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들어 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글로비스를 발족하고 정의선 부회장으로 경영승계를 추진했다. 그러다 2010년대 신규  계열사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펼쳤으나, 이후 흐지부지 됐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전장부품 전문기업 현대모비스는 그룹의 핵심인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로 지분 20.78%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7,45%를 각각 갖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차의 지분 33.88%를 확보해 1대 주주이며, 정 부회장이 1.74%를 소유하고 있다.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정 회장이 6.9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 5.66%를, 현대제철 지분은 기아차가 17.27%, 정 회장이 11.8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경영 승계를 위해 내세운 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30%의 지분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0.67%), 현대차(4.88%), 정몽구 재단(4.46%) 등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경우 현재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이라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생태계 먹이사슬처럼 연결된 전형적인 순환출자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순환출자구조는 비자금 조성과 편법 경영승계, 탈세 등의 주범이라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가 일소하려는 경영 악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10년대 초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2010년대 초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이에 따라 최근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내놨다. 오너 일가의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을 통해 이들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모듈·사후서비스(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하고, 분할된 사업부는 현대글로비스에 흡수 합병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순자산 가치 기준에 따라 0.61 대 1로 현대모비스 주주는 주식 1주당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배정받는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내달 29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번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8월께는 정 회장, 정 부회장과 계열사 간 지분 거래를 진행해 이들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다는 게 현대차 그룹 복안이다.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할 방침이다. 이들 부자는 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매각하는 등 계열사 지분을 처분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했다.

이 같은 계획이 완성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오너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기아차-글로비스 ▲현대기아차-현대제철 등으로 지배구조가 바꾸면서,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증권가는 판단했다.

아울러 향후 정 회장이 계열사 지분(30.65%)을 정 부회장에 증여할 경우 현대차 그룹의 경영 승계는 마무리 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공정거래위원가 여러 차례 개편을 주문했고,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게 맞아 떨어진데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시기나 방법 등 정해진 없지만, 오너일가가 순환출자 일소 의지를 갖고 있다.
삼성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시기나 방법 등 정해진 것은 없지만, 오너일가가 순환출자 일소 의지를 갖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의 지배구조개편은 삼성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지병으로 쓰러진 이후 이재용 부회장(그룹 총괄·전자)-이부진 사장(호텔)-이서진 사장(패션) 등으로 그룹 내에서 역할 분담을 마쳤다.

이후 이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으나 뇌물제공 혐의 등으로 지난해 초 구속되면서, 당시 삼성은 지주사 전환을 전면 중단하고 계열사 독자 경영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2월 이 부회장이 석방되면서 그룹 지배구조에 다소 변화가 올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공정위가 주요 재벌 그룹에 대한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요구한 상태라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삼성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11%(404만주)를 팔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순환출자 고리를 없애기 위해 해당 지분을 모두 처분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증권가는 이들 매각 예정 주식을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사들이거나 이 부회장이 사재로 매입하는 방안 등을 점치고 있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팔아야 한다. 삼성전자의 지분은 이 회장(3.88%),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전 관장(0.84%), 이 부회장(0.65%), 삼성생명(8.27%), 삼성물산(4.65%), 삼성화재(1.45%)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23%)이고,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20.76%)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시기나 방법 등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지만, 오너일가가 순환출자 일소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4년여만인 지난해 중반 경영에 복귀한 CJ그룹의 이재현 회장도 경영승계와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4년여만인 지난해 중반 경영에 복귀한 CJ그룹의 이재현 회장도 경영승계와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장은 그룹 내 SI(시스템통합)을 전담하고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해 계열사를 수렴해 각 사업부문에 재배치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전신인 CJ시스템즈는 CJ올리브영을 합병하면서 영향력을 높였다.

딩초 CJ시스템즈는 이재현 CJ회장이 31.88% 지분을 보유했지만, 계열사 합병과정에서 아들 선호 씨에게 지분을 배분하면서 경영리스크를 완화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이 이 회장과 자녀에게 분산돼 이 회장 유고 시에도 주주 결의로 자녀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가 상장될 경우 이 회장과 선호 씨의 지배력이 상승하면서 그룹 내 지배력 역시 올라갈 전망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은 이 회장(11.35%), 선호 씨(11.30%) 등  총수 일가 지분이 44.07%이다.

CJ 한 관계자는 “계열사 합병을 통해 내부거래를 줄였고, 투명 경영을 강화했다”며 “앞으로 투명 경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국내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는 조만간 합병을 진행하고 2세 경영승계에 속도를 낸다. 2017년 5월 말 현재 하림의 지배구조.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는 조만간 합병을 진행하고 2세 경영승계에 속도를 낸다. 2017년 5월 말 현재 하림의 지배구조.

식자재 유통기업 하림도 계열사 육성을 통해 투명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김홍국 회장은 2012년 장남 준영 씨에게 (주)올품의 지분 100%를 증여했다.

현재 김 회장 부부는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 지분 47.36%를 소유하고 있고, 올품 지분 7.46%도 각각 확보하고 있다. 올품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썸뱉은 제일홀딩스 지분 37.14%를 소유하고 있다. 이로써 준영 씨는 44.6%의 제일홀딩스 지분률로 2대 주주이다.

현재 제일홀딩스는 주력인 하림홀딩스의 지분 68.09%를 소유하고 있으며, 하림(47.92%)과 선진(50%), 팜스코(56.34%), 제일사료(100%), 팬오션(50.89%) 등 주요 계열사 1대 주주로서의 지위도 확보하고 있다. 하림홀딩스는 엔에스쇼핑(40.71%), 주원산요리(93.38%), 맥시칸(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는 조만간 합병을 진행하고 2세 경영승계에 속도를 낸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향후 20∼30년 간 경영 승계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일 자녀가 경영에 참여한다면 경영 능력과 의지 등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들 기업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역시 성실히 납부해 경제정의를 실천한다. 하림의 김 회장은 장남 준영 씨에게 (주)올품의 지분 100%를 증여하면서, 준영 씨는 증여세 100억원을 납부했다. CJ 오너가 역시 증여세를 성실히 납부했다.

한편, GS그룹은 2000년대 중반 선제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마쳤으며, 지난해 롯데그룹도 지주사 전환으로 투명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효성도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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