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지수 가장 큰 계층은 ‘월급쟁이’
인플레와 긴축-고용축소-소득감소-소비축소 악순환
하나금융연구소, 조사 보고서 통해 밝혀

서울 광화문 네거리의 직장인과 시민들 모습으로 본문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
서울 광화문 네거리의 직장인과 시민들 모습.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물가상승과 고금리 시대에 이른바 ‘고통지수’가 가장 큰 계층은 급여생활자들이란 주장이 눈길을 끈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크지만, 특히 ‘월급쟁이’들은 전반적으로 상대적인 소득이 줄어들면서 더욱 큰 박탈감을 느끼며, 경제현실을 비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조사 보고서를 통해 “물가 상승 및 소득여건 악화로 생활형편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며, 근로자를 중심으로 체감경기가 위축되는 한편, 고통지수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가 생활형편과 경기판단 악화로 급락한 가운데, 특히 봉급생활자의 현재경기판단은 자영업자보다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경기상황을 더욱 비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경제적 삶의 질을 나타내는 고통지수가 인플레이션 확대로 금융위기 수준을 상회한 가운데, 미래생활형편 역시 물가상승과 가계소득 감소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진옥희 연구원은 특히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원인을 ‘용의자’로 표현한 점도 이채롭다. 물가 상승과 가계소득 감소로 인해 생활형편이 악화되게 한 원인으로 고금리를 꼽으며 이를 가장 큰 ‘용의자’로 특정했다.

그 중 첫 번째가 물가다. 이는 수요·공급측 요인들로 급등했으며, 특히 물가 압력은 직접적인 소비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생산원가를 상승시키는 원인도 된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공공요금과 가공식품 가격 등으로 파급되었으며, 이는 물가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생산원가 상승을 통한 추가적인 물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가 금리다. 기준금리 인상은 장·단기 시장금리 변동을 통해 시차를 두고 은행의 자금조달 금리에 영향을 미쳤고, 이에 급여생활자들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파급됐다.

연구원은 “이같은 물가와 금리는 근로자의 구매력 약화와 실질소비 감소로 이어졌다”면서 두 요인의 파급 효과를 설명했다.

우선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근로소득이 감소하고, 구매력 약화로 이어지게 됐다. 이는 근로자 가구의 물가 상승에 대한 탄력적인 소비지출 조정, 즉 실질소비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생활물가는 식료품 등 소비자의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큰 품목으로 구성되므로, (앵겔계수 등을 고려하면)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물가는 지표물가인 소비자물가보다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늘어난 것도 실질 소득이 줄어들게 한 큰 요인이다. 특히 이자비용은 저연령층(청년층) 경제주체에게 상대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다. 즉 “생계비 대출 외에도 투자 및 주거지 마련 등을 위한 저연령층의 신용대출 증가로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이 확대되었다”는 얘기다.

한편 진옥희 연구원은 이같은 급여생활자의 고통지수를 높인 원인의 배경에 대해 ‘용의자 변론’이란 표현으로 자세한 분석을 가했다.

이에 따르면 조세·준조세도 비소비지출 증가를 견인하며 가계 부담을 확대하는데 일조했다. 또 과세표준구간을 신설하거나, 최고세율 인상 등도 경상조세 지출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며 가계의 비소비지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물가 상승을 반영한 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이나, 식대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 상향조정은 소득세 부담을 다소 완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연구원은 “(급여생활자의 고통을 증가시킬)주범인 물가는 서비스가격의 하방 경직성 등으로 앞으로도 완만하게 둔화될 것으로 판단되며, 금리인상으로 인한 파급효과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진옥희 연구원은 특히“물가 상승이 체감경기를 악화시키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가속화가 인플레이션 확대에 기인하는 점을 감안하면, 주범은 역시 ‘물가’”라고 판단하며 “또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금리인상 효과와, 성장둔화가 고용 악화를 유발하고, 다시 가계소득을 감소시키는 식의 악순환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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