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위축·고금리로 벤처·스타트업계 자금줄 말라
벤처·스타트업 특화 美SVB 파산...벤처 투자시장 위축 불가피
올 2월 스타트업 투자 2820억원, 78%↓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벤처·스타트업계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경기위축과 고금리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의 여파로 국내 벤처·스타트업계 투자가뭄이 한층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이후 벤처·스타트업계로 흘러드는 투자자금이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는데다, 이번에 파산한 SVB가 벤처·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이어서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대한 직·간접 영향의 가능성과 함께 심리적 위축 또한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금액은 6조7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줄었다. 특히 3분기와 4분기에는 38.6%, 43.9% 각각 감소했다. 올들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14일 스타트업 투자 리포트 ‘스타트업레시피’에 따르면 지난 2월 스타트업 월별 투자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2820억원을 나타냈다. 지난 1월과 비교해도 10% 감소하면서 투자 유치 금액이 2000억원 규모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신규 투자 감소세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환경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월 비상장 전체 투자 유치 금액은 71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6%, 전월 대비 65.6%나 감소했다.(구주인수, 상장회사, 해외기업 등 제외) 

지난 1월에 있었던 카카오 비상장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펀드 투자유치(1조2000억원) 건을 제외하더라도 전월대비 19.3% 감소한 금액이다. 1월과 2월 모두 투자건수는 90건 미만으로 비슷했으나, 2월에는 1000억원 이상의 대형 투자 유치건이 단 2건에 그치면서 전체 투자 유치 규모 또한 줄어들었다.

투자 호황기 대비 감소한 신규 투자 유치금액 뿐만 아니라 투자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 또한 비상장 회사들에게 힘든 환경을 조성 중이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자금 공급방안이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예상되는 형편이다. 어려운 벤처 투자상황을 고려해 금융위원회는 2023년 정책금융 자금공급계획을 추가 보완하고 혁신성장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모험자본시장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니콘 벤처·중소·중견 기업 육성에 9조원 공급, 3조원 규모의 혁신성장펀드 조성 등 정책자금을 통해 모험자본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SVB 사태가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현시점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향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겠으나 현재까지는 국내 금융시장 영향이 제한적인 양상”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다만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SVB 사태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을 논의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폐쇄된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고 공동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중기부 산하 한국벤처투자가 투자한 글로벌 펀드 중 SVB에 투자금을 예치한 펀드들이 있어 자칫 손실을 볼뻔 했다가 한시름 놓은 상태다. 한국벤처투자는 “자사가 출자한 글로벌 자펀드의 일부만이 SVB를 수탁사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자펀드 대부분이 예금 보험한도 이내 예금을 유치해 이번 사태가 출자 글로벌 자펀드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정부가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모태펀드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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