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 등 현지 노동계 변화 급물살
대기업 협력사·도소매·건설업 등 투자↑
제조업 등은 감소세…2019년 FTA 혜택

[중소기업투데이 정수남 기자] 현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펼치면서 향후 국적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속도를 낼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하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인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대동하고, 현지에서 경제 외교를 펼치는 등 우리 기업에 힘을 실었다.

다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해 국적 기업의 베트남 투자액은 19억5460만달러로 전년(23억6978만달러)보다 17.5% 급감했다고 5일 밝혔다.

베트남이 지난해(6.8%)에 이어 올해 역시 7%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지 노동 시장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국적 기업의 지난해 베트남 투자액.
국적 기업의 연도별 베트남 투자액.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5% 초반대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나 6% 중반대의 중국보다 높다”면서도 “베트남 정부가 최근 국제조약 기준에 맞춰 노동법을 정비하고 있어, 최저임금의 빠른 상승, 통상임금 이슈, 사회보험료 제도 변화 등은 우리 기업에 진출 애로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의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평균 6.5%이며, 기본급과 각종 수당과 기타 지급금이 초과근무수당·사회보험료 산정에 기준이 되는 임금에 포함돼 현지 우리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10년대 들어 베트남이 중국 대체시장으로 떠올랐으나, 벌써부터 시장 매력을 잃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앞서 2000년대 중반부터 국적 기업들은 국내 고착화된 ▲고임금·저생산성 ▲강성 노동조합 ▲환율 등 3중고를 피하고,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대거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현지 임금 상승과 노동조합 활성화 등으로 국적 기업은 2010년대 들어 탈중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지난해 경제보복도 우리 기업의 탈중국화를 부추기고 있다.

국적 기업이 지난해 베트남에 설립한 법인 현황.
국적 기업의 연도별 베트남 설립 법인 현황.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실제 국적 기업의 중국 내 신규법인은 2006년 2300개에서 2015년 700개로 228.6%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국적 기업의 대(對)중국 직접투자 비중 역시 39.3%에서 10.5%로 크게 줄었다.

반면, 베트남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사업과 현재 배후 수요가 풍부한 사업은 여전히 진출이 유효하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지난달 양국 정상이 협력을 강화키로 한 소재부품, 자동차, 식품가공, 섬유·신발, 유통·물류업 등이 대상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들 품목에 대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탁월하다.

아울러 현지 진출한 삼성전자와 LG전자, KT, 포스코와 금호타이어 롯데, CJ제일제당, 신세계 등의 협력사 역시 현지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과 미래에셋대우 등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이외에 단독으로 현지에 진출할 경우에는 투자액이 증가하고 있는 분야가 유리하다.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영위하고 있는 18개 주요 사업 가운데 지난해 현지 투자액은 ▲전기·가스·수도사업 59만달러(전년比 31%↑), ▲건설업 3969만달러(75.9%↑), ▲도매·소매업 1억1834만달러(32.8%↑), ▲숙박·음식점업 4627만달러(102%↑), ▲출판·영상·방송통신 4014만달러(71.8%↑), ▲과학·기술서비스업 1272만달러(176.5%↑), ▲시설관리 145만달러(64.8%↑), ▲교육서비스 761만달러(195%↑), ▲수리 등 기타 개인사업 176만달러(528.6%↑)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종전 현지에서 인기인 사업의 경우 단독 진출은 앞으로 고려해야 한다.

같은 기간 제조업의 경우 13억9273만달러(21.2%↓), 금융·보험업 1억2308만달러(27.5%↓), 부동산·임대업 8109만달러(45%↓), 광업 7858만달러(26.3%↓), 운수업 799만달러(38.7%↓), 농업·어업·임업 125만달러(53.2%↓), 레저·스포츠 86만달러(21.8%↓), 보건업 40만달러(16.7%↓) 등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해외경제연구소는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현지 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 투자 여건이 다소 우리 기업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중국보다 낮은 인건비와 파격적인 정부 지원 등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도했던 베트남의 투자 매력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현지에 투자 19조원, 고용인력 16만명으로 지난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김필수 교수(대림대자동차학과)는 “국내 기업들이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중국과 아세안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며 “200년대 우리 기업이 대거 진출한 중국은 이미 시장 매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은 성장잠재력이 우수하다”면서 “우리 기업은 현재 포스트 중국으로 떠오른 이들 지역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베트남이 동참하는 포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통해 2019년부터 국내 진출기업이 추가적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베트남 노동환경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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