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앙회장 선거 출마 유력
사법리스크 안고 있어 ‘보궐선거’ 점치기도
중앙회 선거 기탁금 2억원 정당한가

박철의 본지 발행인 겸 대표
박철의 본지 발행인 겸 대표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입춘(2.4일)이 지났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난 뒤 피어오르는 봄날의 아지랑이를 기대하면서 농부가 밭을 갈기 위해 논과 밭으로 향하는 바쁜 길목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폭풍전야의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는 28일 차기 중앙회장을 뽑는 축제가 있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먼 산보고 불구경하는 격이다.

4년 전인 2019년의 경우 후보가 5명이 나섰다. 그만큼 역동성과 다양성이 보이고 희망이 넘쳐났다. 이들은 중앙회장이라는 ‘별의순간’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차별화된 공약을 선보이며 ‘나요 나’를 외치는 등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후보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의 바람과 꿈을 파악해 공약에 반영하고 건강한 기업문화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한 과정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달라도 너무 다른 느낌이다. 5일 기준 김기문 회장이 27대 중앙회장선거에 입후보할 것이 확실한 가운데 이에 맞서 지금까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던 일부 후보들은 아예 손사레를 쳤다.

평생 한번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이런 ‘별의순간’을 외면하는 이유가 뭘까. 제아무리 ‘별의순간’이 화려하다고 할지라도 공정과 합리성을 담보하지 못한 ‘별의순간’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썩은 물에 발을 담그기 싫다”는 인사에서부터 현직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들어 불출마를 기자에게 털어 놓기도 했다. 또한 김기문 회장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들러리를 서기 싫다는 이유도 들었다. 즉 김기문 회장이 단독으로 출마해 당선된다 해도 도중에 하차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다음 선거를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일부에서는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비유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전임 박성택 중앙회장은 사법리스크로 인해 연임 도전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회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오는 3월23일 마지막 증인심문이 예정돼 있어 5~6월경 1심선고가 떨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박성택 전 회장이 받은 형량을 감안할 때, 김 회장이 1심에서 무죄가 나올리는 만무하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항소에 이어 대법원까지 간다 해도 시간적으로 보궐 또는 재선거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이들의 주장이다. 김 회장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헌법소원을 내면서 재판기간을 충분히 끌어왔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적지 않은 적폐를 낳고 공정성을 상실해왔다. 물론, 중앙회의 위상강화와 홈앤쇼핑 개국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주역임에는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12년 장기집권 과정에서 저질러진 폐단도 적지 않다는 업계의 주장이다. 화려한 실적을 앞세워 ‘내 편 네 편’ 갈라치기 하고 특정기업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며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가로막는 행위이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을 향해 “짜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의 측근인 A부회장과 B부회장은 중앙회 요직을 차지하면서 크고 작은 이권에 손을 대기도 하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도 양산했다.

이와 함께 2018년 전임 집행부에서 통과시킨 선거후보 기탁금제도도 정당한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이다. 대통령 선거의 기탁금은 3억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각각 1500만원과 500만원이다. 반면 중앙회는 무려 2억원이다. 기탁금 제도는 후보 난립을 막아 원활한 선거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중앙회장 선거의 기탁금 제도는 재산이 적은 사람에게는 먼 산에 불과한 악법이다.

특히 김 회장은 쓴 소리를 하는 회원이나 이해관계자에게 측근들을 동원해 갖은 칼질을 해댔다. 지난해 직생파동과 관련 김 회장에게 쓴 소리를 하던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앙회의 감사를 수용하고 이를 보완해 재선거를 통해 이사장직에 올랐으나 아직까지 정회원자격을 회복시키지 않았다”며 “차기 회장 선거 출마가 점쳐지는 후보를 이런 식으로 칼질해 후보자격을 박탈하는 게 정상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중앙회장 선거에 입후보할 자격은 중앙회 정회원이 되어야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

중앙회의 주인인 회원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건강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한, 그 조직은 병들게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앙회의 앞날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중앙회장은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 화려한 자리이기도 하지만 큰 수레를 끌고 언덕을 올라가는 마부(馬夫)나 다름없는 봉사의 길을 걷는 자리이다. 중앙회장이라는 자리를 자신의 기업을 살리는데 이용하거나 자신의 측근들을 앞세워 이권에 개입하는 그런 자리가 아닌 봉사와 헌신의 미션을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 하는 준엄한 자리임을 가슴속에 새겨야 한다. 3년 전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이라는 시를 낭송한 흑인출신의 계관시인 어맨다 고먼은 “우리 모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다. 그렇다. 중앙회 회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계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중기대통령을 꿈꿀 수 있는 그런 역동적이고 건강한 중앙회를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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