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시민단체 vs 대통령·금융당국 입장 차 커
‘민영화 우리금융’의 향배가 달려 있어

이원덕 우리은행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자가 3일 가려진다.

금융권은 전체적으로 ‘내부출신 대(對) 외부출신’ 경합구도를 예상했다. 결국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둘 중 하나가 결정되는 판이라는 것이다.

이날 오후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알려지지 않은 서울 모처에서 2차 후보군(숏리스트)에 포함된 4명을 대상으로 2차 심층면접을 진행한다.

‘관치금융’ vs ‘내부출신’

앞서 임추위는 지난 1일 내부출신인 이 행장과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외부출신인 임 전 위원장과 이동연 전 우리FIS사장을 대상으로 1차 면접을 치렀다. 이 전 우리FIS사장이 전직이기 때문에 외부출신으로 분류된 점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외부출신은 임 전 위원장 오직 1인뿐이다.

지난 1차 면접은 발표 30분, 질의응답 30분으로 후보당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임추위원들은 후보들의 발표를 경청한 다음 각자의 비전과 역량, 전문성, 리더십 등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면접은 임추위원들이 1차 면접 당시 각 후보들이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준비한 맞춤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2차 면접이 종료되면 임추위원들은 최종 후보 결정에 나선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후보자는 오는 3월 중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절차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이번 2차 면접에서는 ‘쇼는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는 격언이 힘을 받을지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내부 사정에 훤한 이 행장이 굴러온 돌 임 전 위원장에게 밀려, ‘관치금융’ 흐름이 이어질 것인가 주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1962년생이다. 충남 공주사대부고와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다소 늦게 1990년 옛 한일은행에서 행원으로 출발했다. 내부출신이라 우리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은 물론 CEO 교체에도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립시키는 데에 적정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전략사업부장, 미래전략단 상무, 경영기획그룹 상무·집행부행장을 역임했으며, 2020년 2월 우리금융 전략부문 부사장에 오른 뒤, 같은 해 12월부터 수석부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3월 행장에 선임됐다. 전형적인 전략통이라 민영화 이후 우리은행은 물론 우리금융지주를 이끌 CEO로 꼽히고 있다.

임 전 위원장은 정통 경제공무원 출신으로 1959년생이다.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들어섰고, 전반적으로 ‘금융정책통’으로 성장, 금융위원장과 국무총리실 실장(장관급),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금융위원장 시절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을 주도했기 때문에 우리금융과는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는 평가다. 전형적인 ‘관치금융’ 인물이라는 박한 평가와 함께 우리금융 민영화 시대에 ‘외풍’을 막아주고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외부 인사라는 후한 평가가 엇갈린다.

‘관치금융 심화’ vs ‘내부개혁 외풍 막아’

금융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지주 노동조합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 전 위원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하며 사외이사 자리에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를 임명해 구설에 오른 사람이다”며 “과거 정부의 모피아 출신으로 라임펀드 등 대규모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시작한 주범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노조는 “사모펀드 사태 등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한 내부통제 개선을 이끌 내부출신 인사가 중요한 시점이다”며 “금융당국이 펀드 사태를 이용한 관치인사 시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우리금융지주가 모피아와 올드보이의 놀이터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금융정의연대는 2일 “금융정의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한 이유는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자임은 물론 대규모 횡령 사건 당시 은행장으로 재직하는 등 자격이 없기 때문이었고, 사퇴는 마땅한 결론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는 금융권의 적폐청산을 위한 과정이었지, 모피아 낙하산을 위해 사퇴를 촉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더 이상의 인사 개입 및 경영 개입을 중단하고, 임종룡 전 위원장은 즉각 회장 후보군에서 자진 사퇴하라”며 “정부는 부당한 인사개입이 아니라, 금융회사의 약탈행위로 금융소비자들이 고통 받는 현실에 적극 개입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정치권, 즉 야권에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임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모피아였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했던 분으로, 임 전 위원장이 있던 시절 사모펀드 규제완화에서 라임사태가 시작됐다”며 “금융당국 수장이었다가 금융지주사 회장이 되겠다는 건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군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포함된 것과 관련해 “금융 실정 장본인의 도전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지난달 31일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 “은행은 공공재” 논란

반면 정부·금융당국은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할 때 민영화한 우리은행은 물론 은행권에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놓고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은행과 같이 주인이 없거나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정부의 경영 관여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렇게(경영 불개입) 한 것인데, 과거 정부 투자기업 내지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공성을 이유로 사실상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의사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횡령·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에 대해 엄중 대응하고 내부통제 책임을 CEO에게 묻겠다고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1월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손 회장을 겨냥한 경고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손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자, 이번에는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쏟아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앞두고 "최고경영자를 어떻게 선임하는 게 맞는지 질문할 수 있다"며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냐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물론 대통령까지 우리금융을 향해 개혁을 위해서는 ‘관치금융’이 불가결(?)하다는 뜻을 우리금융 측에 직간접적으로 전한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는 지난달 31일 SNS에서 “경제학에서는 어떤 상품이 단지 공공성을 갖는다고 공공재가 될 수 없다”며 “은행을 '공공재'(public goods)라고 부른 것은 경제학의 기본에 어긋나는 실언”이라고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을 비판했다.

서울대 경영대학 김우진 교수도 “시장을 중시하는 정부가 들어선 만큼 임기 도중에 소유 분산 기업 CEO를 교체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위원장인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프라이빗에쿼티 추천)와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키움증권 추천) ▲윤인섭 전 한국기업평가 대표(푸본현대생명보험 추천)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한국투자증권 추천) ▲신요환 전 신영증권 대표(유진프라이빗에쿼티 추천) ▲노성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한화생명 추천)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우리금융 선임) 등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 추천 양상은 3일 오후 늦게라도 정리될 것으로 보여 관치금융 논란이 사그라들 것인지, 아니면 관치금융에 대한 규탄이 재발될 것인지가 결정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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