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반도체 수출 급감, 공급 과잉”, 다른 외신들도 한국 상황에 주목
선진국 중 거의 유일하게 한국만 수출과 예상 성장률 크게 하락
전문가들 ‘대중 수출 저조, 큰 원인’…한국의 ‘특이한 사정’에 국제적 시선

사진은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수출항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지난 1월 무역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127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우리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 외신들도 ‘경제발전 모범국’인 한국의 이같은 갑작스런 침체 국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AP통신은 1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컴퓨터 칩을 비롯한 하이테크 제품 수출이 급감하고, 석유와 가스 도입비용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적자를 기록했다”며 상세한 분석 기사를 내보내 눈길을 끈다.

AP통신은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히 쌓여있는 부산항 부두 사진을 곁들인 이날 기사에서 산업자원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러-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았던 원유과 니켈 가격들이 정점을 지나 안정대로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이같은 사태(수출적자)를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특히 국가경제의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래 가장 긴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11개월 연속으로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 달에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목인 반도체칩의 수출이 일년 전보다 무려 45%나 줄어들었다. 이는 수요 감소와 함께, 가격 하락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게 산자부의 설명이다.

이같은 통계 자료는 한국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지난 4/4분기 순수익이 무려 70%나 감소했다는 영업 보고서가 나온 직후 공개되었다. 삼성은 자사의 주력 사업품목인 반도체와 소비자 가전 시장의 심각한 침체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AP통신은 “칩 시장은 늘 (수요, 공급의) 변화가 심하다. 기술업체들은 한때 컴퓨터 칩 부족으로 애를 먹었으나, 최근엔 자동차 제조업계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나름대로 그 원인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심화’에 직면한 고객들이 재고를 조정함에 따라 수요가 약화된 가운데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삼성측은 “이같은 현상은 이번 (1/4)분기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AP통신에 밝혔다.

AP통신은 SK하이닉스의 사정도 소개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일에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10월부터 12월까지 4/4분기 동안 적자를 기록함으로써 해당 분기에만 1조 7천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성명을 통해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투자와 비용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한편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을 우선해 침체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위해 2023년 투자 규모를 2022년 19조원(150억 달러)보다 절반 이상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AP통신은 통상교섭본부의 발표도 인용 “자동차, 석유제품, 선박 판매의 완만한 증가가 반도체 출하량의 더 큰 감소를 상쇄하지 못하면서 1월 수출이 1년 전보다 거의 17%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에너지 공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이 나라는 지난 달 연료, 가스, 석탄을 구입하는데 거의 160억 달러를 썼다. 이는 지난 10년간 한국이 이 품목들을 수입하기 위해 쓴 평균 100억달러보다 상당히 높은 금액”이라고 짚은 문동민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문 본부장은 “주요국들의 긴축 정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부진하다”고 전하면서 “러-우크라 전쟁으로 인해 더 비싼 물가와 더딘 성장과 씨름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중국, 일본, 독일을 포함한 산업 수출에 의존하는 다른 경제에도 비슷한 피해를 입혔다”고 AP통신에 말했다.

AP통신은 그러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부진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기존 재고가 고갈된 후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문 본부장의 낙관론을 곁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AP통신 보도는 대 중국 수출이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임을 간과한 보도라는 지적도 따른다. 홍콩을 경유하는 물량을 포함하면, 우리 반도체 수출의 60%가 중국시장이 차지한다. 그런 중국 수출물량이 대폭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에 최배근 건국대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에다, 섣불리 말로만 ‘탈중국’을 선언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중국은 ‘제로 코로나’ 이후에도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물량을 자급체제로 돌리거나, 다른 국가로 아예 수입선을 바꾸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각종 통계에 의하면 OECD주요국들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금년 IMF 전망 성장률이 증가하고, 경기 회복이 예상될 정도다. 그러나 거의 유일하게 한국만이 큰 폭의 무역적자와 저조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유력한 외신이 한국의 이런 ‘특이한 사정’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AP통신 보도는 관심을 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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