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재계 '맏형' 전경련 회장, 2월 교체
허창수 회장 사의표명...차기 회장 물색 중
중기중앙회도 2월 제27대 회장 선거 앞둬
김기문 회장 4연임 출마여부 '관심사'
금융권도 신한·우리·농협 수장 줄줄이 교체
KB금융 윤종규 회장, 오는 11월 임기만료
지난해와 올해 걸쳐 5대 금융수장 모두 바뀌어

오는 2월말로 회장 임기가 종료되는 중소기업중앙회 전경.
오는 2월말로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중소기업중앙회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윤석열 정부 2년차 들어 금융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수장이 교체되는 ‘리더십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먼저 금융권 수장교체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 소식으론 회장 연임 도전 여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18일 입장문을 내고 “연임에 나서지않고 금융권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용퇴의사를 밝혔다. 그간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실상 용퇴 압박을 받아온 만큼 손 회장이 손을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손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데 대해 소송대응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불편한 심기를 대놓고 드러내면서 금융당국과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던 차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는 이날 용퇴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우리은행측은 금융당국과 대립각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있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손 회장은 라임펀드 관련 금융당국의 중징계에 대한 불복 소송(행정소송 및 가처분 신청)과 함께 본안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는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라임펀드 관련해선 우리은행이 쉽게 물러날 수 없는 것이 라임펀드에 투자했다가 환매중단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 중징계 결정이 상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차기 회장 후임으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62년생)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59년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로써 5대 금융지주 가운데 농협금융에 이어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의 수장이 나란히 교체가 된다.

앞서 신한금융은 연임이 확실시되던 조용병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당일 전격적으로 용퇴의사를 밝히면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바통이 넘어갔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12월8일 회추위를 며칠 앞두고 갑자기 기류가 바뀌면서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재계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회추위 전날 대통령과 막역한 친분이 있는 한 전직 금융인에게 전화를 걸어 회장으로 내정될 것”이라는 전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회추위 당일 출근길 언론 카메라에 잡힌 진 행장의 표정이 상당히 밝아 이같은 전언의 신빙성을 뒷받침했다.

신한은행은 진옥동 행장이 지주회장으로 내부 승진하면서 젊고 전문성 있는 ‘50대 행장’을 앞세워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5대 은행장 중 가장 젊은 한용구 신한은행장(66년생)이 등장하면서 금융권의 세대교체를 알렸다.

새해들어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교체가 됐다. 지난해 12월 중순 기재부 출신(행시 26회)으로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당선인 특별고문을 지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돼 지난 3일 ‘낙하산 꼬리표’를 달고 취임했다. 농협금융 또한 신한금융과 마찬가지로 당초 손병환 회장의 연임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으나 이상기류가 흐르면서 외부 출신 회장이 취임할 것이라는 소문이 그룹 안팎에서 나왔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윤 정부 핵심 포스트에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포진하는 일명 ‘기재부 천하’를 입증하는 사례가 됐다. 이 회장은 윤 정부 출범 초기에 경제부총리 및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렸으나 이는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BNK금융도 관치금융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김지완 전 회장의 조기사퇴와 함께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CEO 경영승계 규정을 수정하는 등 관치금융 논란이 일면서 후보군 물망에 오른 외부인사들이 이에 부담을 느끼고 고사한 끝에 3명이 차기 회장 후보로 좁혀진 상태다. BNK금융지주에 따르면 임추위는 오는 19일 김윤모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63),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62), 안감찬 부산은행장(59) 등 3명의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상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이날 심층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하고, 같은 날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자를 확정한다. 최종 후보자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다.

최근 내부 승진으로 김성태 신임 행장이 취임한 IBK기업은행은 낙하산 논란을 비켜갔다. 3년전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윤종원 행장이 취임하면서 노조의 낙하산 인사 반대로 제날짜에 출근을 못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이달 2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차기 행장으로 유력시 되면서 다시금 노조가 반대를 해와 정권 차원에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과 리딩뱅크 자리를 다투는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의 3연임 임기가 오는 11월로 끝난다. 2014년 11월 회장에 올라 올해가 10년차다. KB금융은 지난 2021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포스트 윤종규’로 꼽히는 부회장 3인 체제를 구축했다. 기존 양종희 부회장에 이어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가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해 차기 회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부회장은 같은 1961년생으로 각각 국민은행 전신인 장기신용금고(허인), 주택은행(양종희), 국민은행(이동철) 출신이다.

참고로 윤종규 회장은 진옥동 차기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더불어 상고를 졸업하고 말단 은행원으로 출발한 ‘고졸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윤 회장은 1955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상고를 나와 외환은행에 입행했으며, 진옥동 차기 회장은 1961년 전북 임실 출생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IBK기업은행에서 은행원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함영주 회장은 195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서울신탁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올초 농협금융 회장이 새로 취임한 데 이어 오는 3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수장이 바뀌면 지난해(3월 하나금융)와 올해에 걸쳐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물갈이가 되는 셈이다.

재계 리더십도 변화 ‘신호탄’

지난 연말 즈음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추측이 제기되면서 금융권과 더불어 경제단체장도 물갈이가 될 것이란 관측이 재계와 관가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철저히 ‘패싱’을 당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첫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허창수 회장이 권태신 상근 부회장과 함께 새해들어 사의를 표명했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전경련의 쇄신이 필요하다”며 사의를 분명히 밝혔다. 허 회장은 2011년부터 6회 연속 전경련 회장을 맡아온 최장수 회장이다. 2017년, 2019년, 2021년 회장 교체기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나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 회장직을 계속해 왔다.

재계 ‘맏형’ 역할을 해온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서 K스포츠와 미르재단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한 사실이 드러나며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그룹이 탈퇴하는 등 위상이 추락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선 대통령과 경제단체장 회동에 초대받지 못하는 등 철저히 패싱을 당하는 설움을 겪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공식석상에 초대받는 등 위상을 회복하는 듯 했으나 지난 연말 대통령이 마련한 경제단체장과의 비공식 만찬에 초대받지 못하면서 ‘이상 신호’가 잡혔고 이번 UAE 방문 대통령 사절단에도 빠졌다.

전경련은 내달 23일 총회에서 새 수장을 추대해야 하나, 아직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한 상태다. 다만 국정논단 연루와 ‘패싱’의 아픔을 딛고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선 조직 쇄신과 함께 혁신을 이끌 인물이어야한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정도다. 최근 회장단 회의에서 조직 쇄신 방안 등을 주도할 혁신위원회 위원장에 추대된 이웅렬 회장은 전경련의 변화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허 회장의 사의표명을 두고 한 전직 경제단체 임원은 “경제단체 뿐만 아니라 금융도 그렇고 물갈이 움직임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6대 경제단체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 또한 오는 2월말 회장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기문 현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정작 본인은 아직 공개적으로는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선거권자이자 피선거권자인 협동조합 이사장들 사이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김 회장이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 또한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출마 의향’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최근 김 회장이 몇몇이 모인 자리에서 얘기하는 걸 보니 직접적으로 출마 뜻을 밝히진 않았으나 ‘출마를 하고싶다’는 의사로 읽혔다”고 말했다. 해마다 협동조합 이사장들의 상당수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회장 선거는 현직 회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고, 더욱이 12년째 회장직을 하고 있는 3선 경력의 김 회장과 맞서기가 부담스럽다는 게 협동조합 이사장들의 얘기다.

이밖에도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후보자가 2억원의 공탁금을 걸도록 돼 있으며 일정비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이를 돌려받을 수가 없다.

협동조합 이사장들은 아무래도 중기중앙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무엇보다 중기중앙회가 각 협동조합에 대한 감사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해 “중앙회가 조합 감사에서 그간 관행처럼 해온 서면을 통한 조합 대의원 선출을 지적하며 이사장직을 박탈했다”며 중앙회에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이에 해당 조합은 임시총회를 열고 직위를 박탈당한 이사장을 만장일치로 재선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해당 조합 이사장은 차기 회장 예비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김 회장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차기 회장 선거를 추대로 끌고가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진작부터 전해지는 가운데, 중기중앙회는 이사회를 통해 차기 회장 선거를 선관위에 위탁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치르기로 했다.

중기중앙회를 포함한 경제단체장 교체 움직임은 재계에서도 관심사다. 이금룡 사단법인 도전과 나눔 이사장은 며칠전 자신의 페북에서 “여의도에 전경련 빌딩, 강남 요지에 무역센터 빌딩, 중기중앙회도 여의도와 마포 상암동에 상당한 규모의 빌딩을 가지고 있다”며 “하드웨어 측면에서 아무 부러울 것 없는 협회들이나 그 커다란 하드웨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교한 이론과 회원사들의 헌신적 열정,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관료, 정치권, 국민으로부터 존재이유와 역할에 대해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를 대표하는 이론가나 씽크탱크 하나 만들지 못하면서 고층빌딩을 소유하고 직원들에게는 이직률 제로에 가까운 신의 직장이 된지 오래다”고 꼬집으며 “이러한 협회나 단체의 수장들의 영향력은 앞으로 거의 미미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한때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주역이었던 이들 협회가 영향력이 거의 없고 잊혀져가는 단체로 되지 않도록 협회장들은 심기일전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의 페북 댓글에서 전직 경제단체 임원을 지낸 P교수는 “(이 이사장 글에)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지지한다”며 “중기협회장(중기중앙회장) 4연임에 대안 부재면 조직의 명이 다한 걸까요?”라고 반문한뒤 “4차산업시대에 업종별 단체를 제외하고 유사한 기능의 경제 6~7개 종합단체가 필요한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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