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매출·최근 3년 주가 17% 상승 '호실적'
산재·사내 성폭력·제철소 침수·관용차 사적 이용 '惡材'
정권·국민연금·포항시민 ‘삼각파도’ 이겨낼까?

지난해 9월 한남노 태풍 침수피해를 복구중에 있는 포스코가 현 최정우 회장 체제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9월 한남노 태풍 침수피해를 복구중에 있는 포스코가 현 최정우 회장 체제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정권 2년차’ 사퇴 징크스를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최 회장은 2021년초 주주총회에서 2024년까지 연임을 확정했다. 게다가 지난해 3월 지주사 전환까지 이뤄내면서 사외이사진의 긍정적 반응이 나오는 만큼 장기 집권 체제를 완성한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포스코는 전임 이구택·정준양·권오준 회장이 ‘정권 2년차’에 각각 여러가지 사정(?)으로 사퇴한 전력이 있다. 그 속내는 당사자들과 정권의 핵심들만 알겠지만, 석연치 않다는 정황이 정가·관가는 물론 포스코 안팎에서 숱하게 나타났고, 결국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지주사 전환 이후 악재 시달린 최 회장

최정우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2018년 친문 후보를 포함한 외부 인사는 물론 내부 임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국가대표 기업’ 포스코 회장에 올랐다.

이후 2021년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는 견실한 실적을 올렸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세계철강협회 회장직을 꿰찼다. 지난 3년간 포스코 주가는 무려 17%나 올랐다. 그만큼 성과가 뛰어났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3월 최 회장은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공식 출범시켜 포스코의 미래 발전을 위한 초석을 깔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최 회장의 성가(聲價)도 높아져 향후 남은 임기의 보장은 물론 그룹 신사업 전개에 서광이 비쳐졌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주일을 앞둔 20일 용역업체 직원이 산업재해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포스코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산재 사망자가 지난해에도 발생한 것이다. 최 회장은 앞서 2022년 신년사에서 “모든 업무 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이자 기업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달도 안 돼 헛구호로만 그쳤으며, 결국 사과문을 냈다.

더욱이 2019년, 2021년에 이어 2022년 6월에도 포스코 사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 회장의 책임론과 사퇴까지 거론됐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한 데다 공식적인 사과도 최 회장 본인이 아닌 김학동 부회장 명의로 했다. 지주사 회장으로 ‘궂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모양새로 비쳐져 언론은 물론 주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포항시민들은 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 둔 것을 놓고 포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항의성 집회까지 벌어진 상황에서다. 포스코 측이 지난해 지주사 출범 당시 본사를 포항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포항시·포항시민과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9월 태풍 ‘한남노’는 포항 뿐 아니라 최 회장도 할퀴었다. 사상 유래가 없었던 폭우로 포항제철소 가동이 49년만에 멈췄다. 막대한 손실이 났고, 사전 미흡한 준비 태세가 빗발치는 비난을 불렀다. 더욱이 최 회장은 태풍이 상륙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 3일 골프를 쳤다. 그리고 상륙한 날에는 예술행사에 참석했다. 보통 이렇듯 심각한 상황에 여타 그룹 회장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행태였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봇물처럼 질타를 이어갔다. 최 회장은 사전에 대책본부를 가동했고, 제철소 피해는 제철소장의 책임이란 취지의 답변을 해 비난의 강도만 높였다.

지난해 10월에는 ‘관용차 사적 이용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역대 포스코 회장 중 유일하게 회사차를 2대 사용해 왔다. 또 그 중 1대는 본인의 집에 놓고 이용했다는 것이다. 대기업 회장으로서 벌이기엔 민망스럽기까지 한 모양새다.

‘뿔난’ 포항 시민들, 왜?

포항시민들은 이를 두고 보지 않았다.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집행위원과 포항시민 등 100여명과 함께 지난 10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였다. 11개월째 벌이는 시위다.

이들은 '최정우 회장의 업무상 배임 신속·엄정하게 수사하라', '증거 인멸 우려된다. 포스코홀딩스 압수 수색하라' '최정우 퇴출!' 등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약 1시간 동안 시위했다. 이후 범대위와 시민들은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로 자리를 옮겨 또 1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임종백 범대위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최 회장이 회사차를 사적 용도로 사용해 1억여원의 배임을 저질렀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그리고 해당 사건은 현재 수서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임 위원장은 “증거 인멸 우려가 높은 만큼 최 회장에 대한 신속 엄정한 수사가 요구되는 사안”이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 확산을 위해서라도 최 회장에 대한 일벌백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범대위는 포스코의 포항시 투자사업 확대와 함께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의 포항 이전 내용이 포함된 ‘2·25 포항시-포스코 합의서’ 이행을 촉구했다. 범대위는 “지난해 2월 25일 포항시와 포스코가 합의서를 작성한 이후 현재까지 7차례에 걸쳐 상생협력 TF 회의가 열렸음에도 별다른 합의(이행) 내용이 없는 것은 최 회장이 포항시민을 기망하는 등 적극적인 합의 이행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범대위는 지금까지 11개월째 포스코를 상대로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도 시위는 계속된다는 게 범대위 측 입장이다.

결국은 ‘낙하산 인사’ 회귀?

최 회장을 곱게 보지 않는 것은 포항 시민들뿐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낙하산 인사’ 구설수에 오른 ‘윤석열 정권’의 입김이 포스코를 비켜가겠느냐며, 호사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아예 시민 여론을 등에 업고, 낙하산 인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먼저 늘 정권을 바라봐 온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 추구, 성장, 투명 경영 등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다. 국민연금은 이를 2018년 도입해 투자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대주주의 전횡 저지 등을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합당하고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늘 정권의 앞잡이를 해왔다는 비난이 따라다녀 문제다.

특히 심상치 않은 것은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8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KT,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가 분산된 기업의 책임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입을 맞췄는지 이어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취임 첫 날인 지난해 12월 27일 “소유 분산 기업들이 CEO 선임을 객관적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해야 셀프연임, 황제연임 우려가 해소되고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언급, 김 이사장에 호응했다. 결국 정부 측의 ‘심기(心氣)’를 읽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8.5%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런 눈에 띄는 움직임에 최 회장은 정권의 속내를 알아챌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일 열린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포스코 최 회장과 KT 구현모 대표는 초청 대상이었지만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재계 신년회인데다 현직 대통령이 7년 만에 참석한 행사다. 아무래도 대통령은 물론 즐비한 현 정부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가 부담된 탓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지난해부터 정권 안팎으로부터 유·무언으로 ‘용퇴’를 끊임없이 강요받았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대통령실이 이달 중순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 경제인 행사에 포스코 최 회장 대신 다른 임원 참가를 요청했다는 ‘민중의소리’ 보도도 나왔다. 재계는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어쩌면 대통령실이 최 회장 사퇴를 ‘적극적’으로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철강협회는 13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2023년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를 최종적으로 취소했다. 최 회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철강협회는 2021년, 2022년에 이어 올해도 신년 인사회를 따로 열지 못하게 된 것이다. 회장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인사회 개최는 무리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조만간 결단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왜냐 하면 최측근으로 꼽히는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이 뜬금없이 포스코그룹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 이어 지난 6일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로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 등 주력 계열사의 주요 임원들이 모두 확정됐다. 그럼에도 지난해말 인사에는 없었던 전 사장과 민 사장의 거취는 이날 인사에서도 발표되지 않았다. 자동적으로 두 사람 모두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형식적인 임기를 마친 뒤 회사를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의 목이 조여 오는 상황에서 이들 측근들이 낌새를 느끼고, 먼저 포스코를 퇴사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한 것일까. 포스코홀딩스는 국민연금과 정치권 등의 ‘압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과거에 내비쳤다. 포스코홀딩스가 설립된 지 한 달 후인 2022년 4월 “더이상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내부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당연히 논란이 됐다. 그 내용에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가 없다’라거나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라서’ 국민기업이란 주장은 잘못됐다”며 “더는 국민기업이란 이름으로 포스코를 향한 부당한 간섭과 과도한 요구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얘기지만 현 상황에 대해 미리 ‘대비(對備) 반박’을 한 셈이다.

포스코 회장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었던 최 회장이 ‘낙하산 인사’ 재개의 ‘제물’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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