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중대산업재해 단계별 대응방안' 보고서
CSO 둬도 CEO를 '의무이행주체'로 보고 적극 수사
법시행 이후 211건 발생, 163건 수사중, 31건 기소
수사기관, '위험성평가' 중심 들여다봐
내년 50인 미만 사업장 법적용, 연내 입법보완 이뤄져야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시행 1년을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이사(원청대표 등)를 수사 및 처벌의  ‘표적’(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있어도 대표이사를 적극 수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내년부터 법준수 능력이 취약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적용을 앞둔 만큼 연내 입법 보완이 이뤄져야한다는 주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법시행 후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수사기관의 판단을 분석한 ‘중대산업재해 단계별 대응방안’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중대산업재해 현황 및 수사동향 ▲중대재해 예방 및 법준수 단계에서의 대응 ▲중대재해 발생시 대응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 ▲입법적 개선에 대한 제언 등을 담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예방을 통한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를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CEO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위한 법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법 시행 후 1년이 경과되었음에도 법의 모호성으로 인해 막막하다는 기업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어 법무법인의 자문을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 ‘위험성평가’ 중심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여부 따져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211건 중 현재 163건이 수사 중에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31건이다. 대한상의는 수사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은 CEO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사기관들은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있더라도 대표이사를 의무이행주체로 보고 적극 수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CSO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 대표이사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 CSO를 세우는 경우 CSO가 실질적 권한 행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하청업체 중대재해 수사시 원청업체 대표이사의 법위반사실에 대해서도 적극 수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한 수사기관들은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여부를 따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위험성평가에서 지적된 사항을 개선하지 않았다가 사고가 난 경우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아가 종사자가 위험성을 고지한 경우 이를 검토해 개선하고 대표이사에게 보고하였는지 여부도 법위반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중대재해 발생 시 종사자 의견청취 서류를 제출해야하니 관련 증빙자료도 작성해두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대표이사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중대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아차사고, 경미한 재해 등 중대재해의 전조증상이 나타나는 때에는 반드시 종사자 의견청취와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개선하여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중대재해 예방과 법준수 5가지 포인트

보고서는 중대재해 방지를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예산낭비가 아니라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고 안전보건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대재해 예방과 법 준수 5가지 포인트를 제시했다.

가장 먼저 안전보건예산 확보와 그 예산으로 안전보건조직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둘째, 안전보건조직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이들의 업무수행을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일 구성원에게 예산권한을 주지 않거나 업무평가를 하지 않는 경우 안전보건확보의무 미이행으로 판단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셋째,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유해·위험요인 확인 개선절차를 마련하고 점검 및 조치를 취하는 위험성평가다. 중대재해 수사과정에서 위험성평가 여부와 평가항목을 중심으로 범죄성립 여부가 논해지는 것이 수사 경향이므로, 철저한 위험성평가 실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도 위험성평가를 중대재해 예방‧재발방지 핵심수단으로 확립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300인 이상 기업에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넷째, 종사자 의견청취 절차를 마련하고 개선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청취절차를 이행하지 않거나, 청취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섯째, 도급·용역·위탁 등의 경우 협력업체의 안전보건역량을 평가해 계약 여부에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하청업체 근로자의 중대재해로 원청업체 대표이사가 기소된 사건 중 많은 경우가 하도급업체의 안전보건확보조치 준수 여부 판단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주체로 CSO 인정, 안전보건확보의무 명확화 등 입법적 개선 필요

보고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된 이후에도 재해사망이 줄지 않고 있어 재해예방이라는 제정취지에 맞게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책임주체와 관련해 안전보건 관리에 실질적인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CSO)를 선임한 경우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표이사가 사업장 운영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빠짐없이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안전보건에 관한 전문성을 지닌 CSO가 전담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근로자 생명과 건강보호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안전보건확보의무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전문기관, 종사자 의견청취 등을 통해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했다면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은 다양한 업종과 규모의 기업들임에도 ‘필요한 조치와 예산’,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 ‘안전보건관계법령상 의무’등 추상적인 규정들이 다수 있어 기업들이 이행 여부를 예측·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상의는 회원업체를 대상으로 금일 발표한 보고서에 대한 온라인 설명회를 17일에 개최한다. 보고서 작성시 법률자문을 담당한 법무법인(유한) 세종 소속 변호사를 연사로 초빙해 중대재해 단계별 대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기업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실시간 질의도 받을 예정이다.

* 참가신청 : www.korcham.net→행사→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수사사건 분석 및 대응 웨비나→웹페이지 내 우측상단 ‘신청’버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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