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에 ‘희망퇴직 복지’ 펑펑
농협銀 400% 성과급·39개월치 퇴직금, ‘칼바람’ 아닌 ‘한몫 챙길 기회’?
점포·ATM·영업시간 줄여 금융소비자 서비스는 악화
금감원, 기강 잡기 나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지난해 은행권 이자수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은행들의 후한 성과급 지급과 희망퇴직자 대상 ‘복지적 퇴직금’으로 이자 내기도 벅찬 금융소비자는 물론 중소 자영업자들에게 위화감마저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은행권은 점포수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물론 영업시간까지 줄여 금융소비자들의 서비스 제공에는 등한시해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연초부터 성과급 보수 체계 개선과 함께 내부통제 강화를 촉구하는 등 ‘기강 잡기’에 나섰다.

성과급 400%·퇴직금 3억~5억원 ‘돈벼락’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중 NH농협은행은 최대 기본급의 400%에 이르는 성과급 지급을 결정했다. 지난해보다 50%p 오른 수준이다.

3년 만에 ‘리딩뱅크’로 다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한은행은 기본급 361% 성과급을 책정했다. 전년 대비 61%p 인상된 것이다. 특이하게도 신한은행은 기본급 300%는 현금 지급으로, 나머지 61%는 우리사주(신한지주 주식)로 제공한다.

‘1위 은행’ 자리를 지키지 못했지만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KB국민은행은 기본급 280%를 성과급으로 준다. 지난 2021년 300% 성과급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성과급 과는 별도로 340만원 상당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비해 1인당 받는 수령 금액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무래도 성과급 지급 ‘퍼센티지(percentage, 백분율)’가 공식적으로 높게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삼모사(朝三暮四)’격 지급인 것으로 보인다.

임금협상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타행 성과급 지급 기준을 고려, 지난해보다 성과급 규모를 늘릴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각각 기본급의 300%, 2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은행권, 희망퇴직 3000명↑

디지털 금융의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은행권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점포를 줄여 가고 있고, 그에 따른 유휴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칼바람’으로 자르려는 희망퇴직 권고가 아닌 자발적으로 ‘희망퇴직 복지’를 선택하는 은행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이미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493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마무리했다. 대상은 만 40세로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희망퇴직 규모는 전년 대비 60여명 늘었다. 퇴직금은 20~39개월치 월평균급여 지급으로 근무연수에 따라 3억~5억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19일~27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 규모는 비공개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지난해에는 415명이 희망퇴직 했다. 우리은행은 신청 대상자를 확인·심사 후 이달 말 인사 때 퇴직자를 공지할 예정이다.

대상은 관리자는 1974년 이전 출생자, 책임자는 1977년 이전 출생자, 행원급은 1980년 이전 출생자다. 임금피크제 대상인 1967년생이 희망퇴직할 경우 조건은 최대 24개월치 월평균 월급을 받는다. 1968년생은 특별퇴직금으로 최대 36개월치 월 평균 임금을 받는다. 1969년생 이후 출생자도 월평균 임금의 최대 36개월치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시작한 희망퇴직 접수를 10일 마감했다. 지난해 희망퇴직 신청자인 250여명보다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1월 중순 희망퇴직 희망자를 가려 2월 인원을 확정하는 게 관례였던 신한은행은 올해 지난해에 비해 부지점장 아래 희망퇴직 대상자 연령이 만 44세까지 낮춘 것이 눈에 띈다.

신청 자격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의 경우 1964년생 이후 출생자(근속 15년 이상), 4급 이하 일반직, 무기 계약직,리테일서비스(RS)직, 관리지원계약직은 1978년 이전 출생자가 희망퇴직 대상자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최대 36개월 급여가 지급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28일~2003년 2일 간 730여명이 희망퇴직을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최종 확정자는 오는 18일 퇴직한다. 신청자 모두 퇴직하면 지난해 1월 674명보다 50여명이 늘어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희망퇴직 대상은 1967년~1972년생(만 50세)까지다. 조건은 23~35개월치 급여를 지급하는 특별퇴직금을 비롯해 학기당 350만원(최대 8학기)의 학자금과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검진 퇴직 1년 이후 재고용(계약직) 등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9일 준정년 특별퇴직(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했다. 향후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31일 퇴사자를 추릴 방침이다. 대상은 오는 31일 기준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직원이다. 조건은 최대 24~36개월치 평균임금이 기본이다. 이외에 연령 근무 연수 등에 따라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 전직 지원금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희망퇴직과는 별도로 하나은행은 매년 상·하반기 임금피크 특별퇴직도 진행할 예정으로 1967년생 직원이 그 대상이다. 최대 31개월치 평균임금 조건이다.

2022년에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직원 2244명이 희망퇴직한 데에 비해 올해엔 신청자 규모가 더 많아져 3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당국, 성과급 체계 개선 등 ‘기강 잡기’ 

이처럼 5대 시중은행의 두터운 성과급과 복지적인 희망퇴직에 대한 안팎의 시선은 확연히 다르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고금리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듭 기록하고 있어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은 당연하다”면서 “아울러 은행들이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그간 장기 근속을 격려한다는 뜻에서 퇴직금 지급과 자녀 학비 지원 등 촘촘하게 퇴직자들을 챙기는 것은 은행들이 미래에 우수한 인재 채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실 앞서 언급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지배기업 지분 기준)은 11조 2203억으로 전년 대비 9조 517억원에 비해 18%나 증가했다. 또 지난해 국내은행 1/4~3/4분기 이자 이익은 40조 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돈을 그만큼 많이 벌었고, 그에 대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고, 퇴직자 지원을 늘리는 것은 응당 금융기업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자수익은 대부분 코로나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대출 증가와 집 또는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한 가계 대출이 크게 증가한 데서 비롯됐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적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3.25%까지 상승, 대출금리가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외부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스스로 획기적이고 발전적인 성과를 낸 게 아니다”라면서 “외부 환경에 따른 금리인상,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이자수익의 큰 폭 증가에 따른 성과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은행들은 비용 감축 명목 하에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대폭 줄이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단축한 영업시간도 원상복구 시키지 않고 있어 고객 서비스 개선에는 미온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은행권의 ‘돈잔치’에 대해 금융당국도 반응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이복현 원장 주재 임원회의를 열어 은행권의 성과보수 체계 개선과 금리 산정 모니터링 강화, 영업시간 정상화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 성과에 너무 치우쳐 중장기적으로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소홀, 금융사고 발생 등의 문제점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성과보수 체계의 개선 노력도 지속해 달라”고 주문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시달리는 일반 국민들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은행들이 최대 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다 내부통제 강화에 앞서 수억원에 달하는 희망퇴직금을 조건으로 명목상 구조조정을 일삼는 것에 자제를 촉구한 셈이다.

이 원장은 또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 노사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은행권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해 현재에도 시행 중에 있다.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미 해제됐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노사가 영업시간 정상화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단축 영업 해제를 미루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최근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은행권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각 은행장들은 새해들어 입을 모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를 내세우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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